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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이크 스넬. /AFPBBNews=뉴스1 |
메이저리그 사이영상 2회 수상자 블레이크 스넬(33·LA 다저스)이 가는 곳마다 한국인 선수들과 깊은 인연을 맺어 국민 절친으로 등극할 기세다. 전화를 받지 않는 김하성(30·탬파베이 레이스)에게 섭섭함을 나타냈다.
스넬은 올 시즌을 앞두고 다저스와 5년 1억 8200만 달러(약 2619억 원)의 FA 계약을 맺은 특급 좌완이다. 2011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로 탬파베이 레이스에 지명돼 2016년 데뷔, 빅리그 통산 211경기 76승 58패 평균자책점 3.19를 기록했다. 특히 잘할 때마다 리그 에이스급 지배력을 보여줘 탬파베이 시절인 2018년 21승 5패 평균자책점 1.89, 샌디에이고 시절인 2023년 14승 9패 평균자책점 2.25로 양대 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에게는 친숙한 동료다. 샌디에이고 시절에는 김하성과 친하게 지냈고, 지난해 딱 1년 있었을 뿐인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이정후(27)와 우애를 나눴다. 올해는 그가 합류한 뒤 김혜성(26)이 다저스에 입단하면서 3년 연속 한국인 팀메이트가 생겼다. 최근에는 이정후, 김혜성과 저녁을 먹은 것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정후는 최근 한국 취재진과 만나 "스넬이 워낙 다가오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 나도 똑같이 한다. 전화는 그냥 일상 이야기를 한다"고 말했다.
이때 식사 자리에는 김하성이 빠져 있었는데, 스넬은 토라진 척 흉내를 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스넬은 "김하성이 내 전화를 절대 받지 않는다. 운동을 정말 열심히 하는 것 같다. 이정후와 김혜성은 항상 전화를 잘 받는다"고 미소 지었다.
하지만 애정은 3년간 함께한 김하성에게 가장 많이 보였다. 김하성이 2021년 샌디에이고에 입단할 당시 스넬도 마찬가지로 파드리스 신입생이었다. 김하성이 초반 어려움을 거쳐 2년 차에는 주전 유격수, 3년 차에는 메이저리그 골드글러브 위너로 성장했던 것처럼 스넬도 마찬가지였다. 스넬은 샌디에이고에서 첫해 7승 6패 평균자책점 4.20으로 부진했으나, 2년 차에 8승 10패 평균자책점 3.38로 나아졌다. 3년 차에는 커리어 2번째 180이닝을 소화하면서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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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 시절 김하성과 블레이크 스넬(맨 오른쪽). /AFPBBNews=뉴스1 |
스넬은 "세 사람 모두 좋은 선수들이고 야구에 열심이다"라면서도 "김하성은 나와 3년간 있었는데 오랜 시간에 걸쳐 그와 친구가 됐다. 서로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이해하면서 도와줬고, 3년 차부터는 자신이 어떤 스타일의 선수인지 확신하면서 좋은 야구를 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지난해 이정후와는 각자의 부상으로 몇 경기 같이 뛰지 않았음에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정후는 지난해 5월 어깨 탈골 부상으로 일찌감치 시즌을 마감했고, 스넬은 전반기 부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다가 후반기 에이스로 각성하며 대박 계약을 따냈다.
스넬은 "이정후는 아직 어린 선수고 자신의 기량을 증명하고 싶어 했다. 지난해 부상이 있었지만, 그 부상으로 올해는 어떻게 플레이해야 할지 배웠을 것이다. 나는 그가 얼마나 재능이 뛰어난지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제는 김혜성 차례였다. 김혜성은 지난 1월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다저스와 3+2년 최대 2200만 달러(약 318억 원) 계약을 체결하고 빅리그에 진출했다. 현재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메이저리그 수준에 맞게 조정 중인 김혜성은 다저스 팀 동료들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차츰 팀에 녹아들고 있다. 대표적으로 무키 베츠는 타격 훈련에서 김혜성에게 꼭 붙어 조언을 아끼지 않았고, 수비 훈련 때는 함께 남아 추가로 하기도 했다. 내야 펑고 훈련이 끝날 때는 김혜성의 적응과 격려를 위해 "레츠 고 다저스" 구호를 외쳐 팬들의 응원을 받게 했다.
이에 김혜성은 "베츠가 워낙에 슈퍼스타고 다른 선수들도 전부 너무나 잘 챙겨줘서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정말 감사하다. 다들 챙겨주는 건 막내라 그런 것 같다. 야수에서는 거의 막내고, 아무래도 막내는 뭘 해도 귀여운 법이다. 기분 좋게 야구하고 있다"고 고마움을 나타낸 바 있다.
스넬도 격려와 칭찬으로 김혜성의 적응을 도왔다. 그는 "김혜성이 경기하는 모습은 많이 보지 못했지만, 그가 하고자 하는 방식이 정말 마음에 든다. 얼마나 잘할지 기대된다"고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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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김혜성(왼쪽)이 수비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