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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임찬규가 20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인디언스쿨 파크 야구장에서 열린 2025 LG 트윈스 스프링캠프 훈련을 마친 후 취재진의 사진 요청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
같은 말을 몇 번이나 반복하고 강조한 줄 모른다. 아직도 귀가 따가울 정도다. 임찬규(33)가 LG 트윈스가 어떤 팀인지에 대해 취재진에게 귀가 닳도록 이야기했다.
임찬규는 20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인디언스쿨 파크 야구장에서 열린 2025 LG 트윈스 스프링캠프 오전 훈련이 끝난 후 취재진과 만났다.
인터뷰 시작은 평범했다. 임찬규는 2011년 KBO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2순위로 LG에 입단 후 지난해 처음으로 2년 연속 10승과 평균자책점 3점대를 적어내는 데 성공했다. 자연스레 이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됐고, 1차 스프링캠프를 마치는 소감과 올해의 목표 등 무난하게 인터뷰가 이어졌다.
심지어 LG 트윈스에 대한 이야기에 목소리가 밝아지고, 인터뷰실 옆을 지나가던 차명석 LG 단장이 던진 농담에 표정 하나 안 바꾸고 "단장님 가르침 아래 잘 되지 않았나 싶다"라고 받아치는 것까지 평소의 임찬규다운 인터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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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 선수단이 20일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인디언스쿨파크 야구장에서 스프링캠프를 청백전으로 진행했다. 임찬규가 러닝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그러다 신인, 방출생 등 LG에 새로이 입단하는 신입생들에게 LG 트윈스가 어떤 마음이었으면 좋겠는지를 물었다. 흔히 LG에 처음 오는 선수들은 트윈스를 야구 외적으로는 팬이 많은 인기 팀, 내적으로는 드넓은 잠실야구장에 대해 이야기를 하곤 한다.
하지만 뼛속부터 엘린이(LG 트윈스+어린이) 출신이자, 응원팀에서만 십수년간 뛰고 있는 프랜차이즈 스타의 입장은 달랐다. 앞서 자신을 "나는 2002년에 야구를 제대로 접한 LG 트윈스 팬"이라고 소개한 임찬규는 "LG는 서울을 상징하는 팀이다. 서울을 연고지로 한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의 팀이다. 그렇기 때문에 LG 소속이라면 그 자부심을 갖고 뛰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괜히 LG를 서울의 자존심이라고 부르는 것이 아니다. 서울을 연고지로 한 대한민국 프로스포츠 최초의 팀이 LG 트윈스다. 이 부분을 꼭 기사에 강조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자부심에 걸맞은 책임감도 갖췄다. 임찬규는 2023년 LG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뒤 FA 자격을 갖췄다. 마침내 보여준 잠재력과 우승 프리미엄 등을 고려하면 더 좋은 계약을 받아낼 수도 있었으나, 4년 50억 원에 LG에 잔류했다. 심지어 LG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보장액이 더 높은 조건이었으나, 이를 거절하고 26억 원(계약금 6억 원 + 연봉 20억 원) 보장에 인센티브 24억 원 조건으로 재조정해 LG 팬들의 애정을 듬뿍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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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5차전' LG-,kt전이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LG 임찬규가 '준플레이오프 MVP' 수상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이에 임찬규는 "보장을 더 받았다 해도 동기부여는 됐을 것이다. 물론 (지금 조건이) 굉장한 동기 부여가 되는 건 사실이다. 모든 부분에서 좋다. 더 좋은 성적을 내 팀에 더 많은 공헌을 하고, 다음 계약 때 더 좋은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며 "개인적으로도 자신이 있었다. 그렇게 하나하나 쌓아가고 있는 것 같아 나에게도 구단에도 좋은 것 같다"고 담담하게 답했다.
신인 시절부터 부침을 반복하는 커리어를 보낸 임찬규는 통산 323경기 75승 78패 6홀드 8세이브, 평균자책점 4.53으로 어느덧 통산 100승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 구단에서만 통산 100승을 한 건 크게 드문 일이다. 구단 역사에는 126승의 김용수와 106승의 정삼흠이 있었고, 임찬규는 4위다. 특히 구단 최다승 투수인 김용수조차 MBC 청룡 시절 27승이 껴 있어 임찬규가 100승을 달성하면 LG 트윈스 소속으로 해낸 최초의 투수가 된다.
임찬규는 "100승은 어느 선수나 하고 싶지만, 승수 자체를 목표로 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있을 수 있다. 지금도 75승을 목표로 오지 않았고 내가 주어진 선발 자리에서 매일 팀이 이길 수 있도록 던지다 보면 언젠가 100승도 지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러면서 "100승은 물론이고 내가 가진 모든 기록이 LG 트윈스 이 팀 안에서 일어났다는 것에 대한 성취감과 뿌듯함이 있다. 어렸을 적부터 좋아했던 팀을 만나 이렇게 성적을 내고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모른다. 내가 꼭 (구단 최다승) 1위를 하겠다는 생각은 없다. 어렸을 적 우상이었던 선배님들 기록 사이에 내가 껴 있다는 것 자체로도 충분히 기쁜 일이고 영광"이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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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 선수단이 20일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인디언스쿨파크 야구장에서 스프링캠프를 청백전으로 진행했다. 임찬규가 러닝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