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때리는' 21억 공격수-'존재감 0' 인기스타, 추락하는 IBK... '명감독'도 해법이 없다

안호근 기자 / 입력 : 2025.02.2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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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 이소영. /사진=KOVO 제공
21억원을 투자해 주포를 데려온 이소영(31)도, 국가대표 인기 스타이자 프랜차이즈 선수인 김희진(34)도 어느덧 벤치가 더 어울리는 선수가 된 상황이다. 올 시즌 화성 IBK기업은행의 현실을 대변해주는 대목이다.

김호철 감독이 이끄는 IBK기업은행은 20일 경기도 화성종합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김천 한국도로공사와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0-3(23-25, 24-26, 25-26)으로 완패를 당했다.


5연패와 함께 승점을 보태지 못했고 12승 18패, 승점 37에 머물렀다. 3위 대전 정관장(승점 55) 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제 남은 6경기에서 모든 승점을 챙기더라도 정관장을 넘어설 수 없다. 봄 배구는 사실상 무산에 가까워졌다.

후반기에 치른 12경기에서 1승 11패에 빠졌다. 가장 큰 문제는 해줘야 할 선수들이 전혀 제 몫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IBK기업은행은 올 시즌을 앞두고 과감한 영입 행보에 나섰다. 지난 시즌 정관장에서 맹활약한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이소영을 3년 총액 21억원에 데려온 것.


오버페이 논란이 일었다. 물론 이소영의 가치는 누구나 알고 있었다. 2012~2013시즌 전체 1순위로 서울 GS칼텍스 유니폼은 입은 그는 호쾌한 스파이크로 '아기용병'이라고 불렸고 2020~2021시즌 트레블(정규리그 1위, 컵대회·챔피언결정전 우승)의 주역이었다. 이후 3년 총액 19억 5000만원에 KGC인삼공사(현 정관장)으로 이적한 그는 지난 시즌 막판 맹활약하며 7년 만에 정관장의 봄 배구 진출을 견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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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에 맞춰 스파이크를 때릴 준비를 하는 이소영(가운데). /사진=KOVO 제공
보상선수로 표승주를 내줘야 했고 시즌 막판 입은 발목 인대 부상이 있기는 했지만 IBK기업은행에 큰 힘을 안겨줄 것이라는 점엔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곳에서 문제가 터졌다. 수술을 받은 어깨에 통증이 재발했고 3라운드까지 대부분 교체로만 투입됐다. 정상급 리시브 능력으로 수비에 도움이 됐지만 이러한 역할을 기대하고 투자한 21억원은 아니었다.

오랜 기다림을 가졌던 김호철 감독도 답답함을 더 이상 감추지 못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21일 인천 흥국생명전에서 이소영이 3세트에만 잠시 나와 한 차례만 공격에 나서며 무득점을 기록, 팀도 패배를 당했고 경기 후 "본인이 극복해야 한다. 전체적으로 괜찮다는 진단을 받았는데 그걸 극복하고 이겨내야 하는 시간이 온 것 같다"고 말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병원 검진 결과로는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받았다. 문제는 본인 스스로 불편감을 느끼는 것인지 이전과 같은 강력한 공격을 펼치지 못하는 것이다. 김 감독은 "공격수이지 않나. 어깨를 100% 쓸 수 있어야 한다"고 답답해 하면서도 "본인이 더 괴로울 것이다. 극복할 때까진 기다려줘야 한다"고 믿음을 보였다.

지난 12일 만난 친정팀 정관장을 상대로 10득점을 기록했다. 23차례나 공격을 시도했다. 공교롭게도 올 시즌 두 자릿수 득점 모두 정관장과 경기에서 나왔다. 지난 1월 14일 정관장전에선 33차례 공격을 시도해 13점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반전은 없었다. 16일 흥국생명전에서 1득점, 공격 성공률 11.11%에 그쳤고 20일 한국도로공사전에선 14차례 공격을 시도해 3득점, 성공률 14.29%로 부진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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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왼쪽)과 빅토리아. /사진=KOVO 제공
또 다른 베테랑 김희진도 코트에서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2021년 도쿄 올림픽 4강 신화의 주역이었던 김희진은 수많은 팬들을 몰고다니며 엄청난 인기를 구가했는데 무릎 부상 이후 하향세를 탔고 지난 시즌(14경기 26세트)에 이어 올 시즌(25경기 42세트)에도 미미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세트에 선발로 나선 건 5번에 불과했고 총 4득점에 그치고 있다. 20일 경기에서도 2세트에만 잠시 교체 출전해 경기 결과 기록지에 어떠한 숫자도 남기지 못한 채 다시 코트를 떠났다.

심지어 최근엔 황민경까지 손가락 부상으로 이탈해 있고 외국인 선수 이러한 분위기 속 빅토리아 댄착(등록명 빅토리아)까지도 1,2라운드에 비해 폭발력이 많이 떨어지며 범실이 잦아지고 있는 모습이다. 주전 세터 천신통도 4라운드 중반 이후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다.

지난 16일 경기 전 김호철 감독은 "경기 때 잘 안 나오긴 하지만 다들 열심히 한다. 부상자가 조금 있지만 나머지 선수들은 연습량이나 다 열심히 하는데 주전 세터가 빠지다보니 경기 때 삐걱거리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 부분에 너무 부담감 안가지고 경기 했으면 좋겠다. 중간 중간 안 맞다보니 선수들이 포기하는 모습도 보이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나머진 괜찮다"고 말했다.

명품 세터로 세계 무대에서 명성을 날리고 지도자로서 남자 배구에서 두 차례나 우승을 경험한 명감독은 과거 불같은 성격으로도 유명했는데 이런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뚜렷한 답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선수들을 독려하는 모습을 자주 보이고 있다. 그만큼 자신의 힘으로 바꿀 수 있는 게 많지 않다고 느낄 만큼 현재 IBK기업은행이 처한 상황이 최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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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 김희진. /사진=KOV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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