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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LA다저스-시카고컵스가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카멜백 랜치에서 열렸다. 김혜성이 호수비를 펼친 무키 베츠에 엄지를 치켜올리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김혜성은 21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카멜벡 랜치에서 열리는 2025 메이저리그(MLB) 시범경기 시카고 컵스전에 8번 타자 및 2루수로 선발 출전해 1타수 무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두 번째 타석을 소화한 뒤 5회초를 앞두고 저스틴 딘과 교체돼 그라운드를 떠났다. 경기는 12-4로 컵스의 승리로 끝났다.
비록 안타는 안 나왔지만, 김혜성의 장점을 볼 수 있는 경기였다. 먼저 수비에서 존재감을 발휘했다. 1회초 1사 1루에서 컵스의 발레스테로스가 친 뜬 공 타구가 외야 애매한 위치로 향했다. 여기서 김혜성의 첫발 스타트가 기가 막혔다. 김혜성은 낙구 지점을 바로 포착한 뒤 "I got it!!(내가 잡을게)"라고 외치며 여유 있게 뜬 공 타구를 처리했다. 4회초에도 선두타자 마이클 부시가 때린 강한 땅볼 타구를 잡아 손쉽게 처리했다.
공격에서는 출루에 집중한 끈질긴 모습이 돋보였다. 김혜성은 다저스가 2-0으로 앞선 2회말 무사 2, 3루에서 첫 타석을 맞았다. 컵스 우완 투수 코디 포팃의 체인지업에 한 차례 방망이를 크게 헛돌린 김혜성은 다시 떨어지는 6구째 체인지업을 건드려 3루 땅볼로 물러났다. 하지만 큰 헛스윙 후 끝까지 공을 지켜보며 풀카운트를 만들었고, 땅볼 타구에도 전력 질주로 1루에서 접전을 만들며 상대 배터리에 경계심을 심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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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LA다저스-시카고컵스전이 21일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카멜백 랜치에서 열렸다. 김혜성이 1회초 1사 1루에서 컵스 발레스테로스가 날린 타구를 처리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두 번째 타석에서는 기어코 출루에 성공했다. 4회말 2사 1루에서 김혜성은 바깥쪽으로 승부를 고집하는 브래드 켈러를 상대로 침착하게 볼을 골라냈다. 스트라이크존 경계에 걸치는 공은 모두 쳐 내는가 하면 7구째 시속 96.4마일(약 155.1㎞)의 빠른 직구를 골라 볼넷으로 출루했다. 후속타 불발로 주루 능력은 보여줄 틈이 없었다.
경기 후 만난 김혜성은 긴장한 기색이 전혀 없이 즐긴 모습이었다.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김혜성은 "아무래도 시범경기에는 보통 기회를 줘야 하는 사람들이 주로 나간다. 그래서 출전할 것 같았는데 막상 나가게 되니 좋았다"며 "첫 경기였는데 새로운 경기장에서 새로운 분위기에 야구를 하니 경기 전부터 재미있었다. 경기에 들어가서도 내게 타구가 오고 출루도 해서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재미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자신에 대한 평가는 박했다. 스스로 오늘 경기 평점을 0점을 준 김혜성은 "난 원래 아쉬운 부분이 있으면 0점을 준다. 첫 타석이 중요했고, 마침 득점권이었는데 그걸 살리지 못했다. 무조건 희생플라이라도 치자는 마음이었는데 그게 아쉬웠다"고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그러면서도 "최대한 공을 많이 보려고 했다. 여기 스트라이크 존은 처음이라 더 보려고 했다. 두 번째 타석은 집중하는 부분이 나쁘지 않게 된 것 같아 그나마 다행이다"고 의미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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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LA다저스-시카고컵스전이 21일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카멜백 랜치에서 열렸다. 김혜성이 2회말 첫 타석에서 크게 스윙히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김혜성은 지난 1월 다저스와 3+2년 최대 2200만 달러(약 318억 원) 계약을 체결하고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 KBO리그 통산 3할 타자였고 메이저리그에서도 그 능력을 인정해 6개 팀의 오퍼를 받았으나, 김혜성은 모든 것에 변화를 주겠다고 했다.
김혜성은 최근 공식 기자회견에서 "(메이저리그 도전했을 때) 변화는 무조건 예상했다. 내 문제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다저스가 워낙 좋은 시스템을 가진 팀이다 보니 내 문제점을 잘 해결해 주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 부분이 딱 맞아떨어져서 좋았다. 전부 다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개막을 한 달도 남겨 놓지 않은 상황에서 쉽지 않은 일이지만,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김혜성에게 많은 기회를 부여하며 도우려 했다. 김혜성 역시 모든 것에 반응하며 서둘러 적응하려 노력했다.
김혜성은 "변화구는 (KBO리그보다) 각이 조금 빠르게 꺾이는 느낌이었다. 타구 속도는 아직 큰 차이를 못 느꼈다. 또 잔디가 워낙 좋아서 괜찮았다"며 "관중 분위기가 엄청 시끄럽다가도 경기에 들어가 상황이 펼쳐질 때는 조용해져 또 다른 의미로 집중했다. 수비에서도 삼진이나 아웃을 잡았을 때 내야수들끼리 공을 돌리는 데 차이가 있다 보니 어리둥절했다. 그래도 긴장감은 없었다"고 미소 지었다.
문화의 차이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재미있는 해프닝도 발생했다. 1회초 뜬 공 수비를 할 당시 김혜성은 자신이 잡겠다는 신호로 "I got it!!(내가 잡을게)"을 크게 외쳤는데, 이는 양 팀 더그아웃에도 들릴 만큼 쩌렁쩌렁했다.
이에 김혜성은 "한국에서는 그냥 'OK'라고 하는데 여기서는 'I got it'이라고 해야 한다. 여기서는 영어로 콜플레이해야 하는데 한국은 관중분들 소리가 크다 보니 크게 하는 게 익숙해져서 크게 했다"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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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김혜성. /사진=김진경 대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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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김혜성. /사진=김진경 대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