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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트리거'의 배우 정성일이 18일 본지와의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사진=이동훈 photoguy@ |
OTT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트리거'는 이 꽃 같은 세상, 나쁜 놈들의 잘못을 활짝 까발리기 위해 일단 카메라부터 들이대고 보는 지독한 탐사보도 프로 놈들의 이야기. 김기량 작가와 드라마 '경이로문 소문' 시리즈의 유선동 감독이 의기투합했다. 앞서 1월 15일 전 세계 안방극장에 첫선을 보였으며, 이달 19일 최종회 12회 공개로 막을 내렸다.
'트리거'는 공개 이후 줄곧 디즈니+ 한국 콘텐츠 종합 순위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전 세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청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 기준으로 22일에도 정상 자리를 지킨 '트리거'다.
더불어 '트리거'는 일본, 싱가포르, 대만, 튀르키예, 네덜란드 등 국가에선 톱10에 진입, 상위권에 오르며 큰 반응을 이끌었다.
이러한 입소문 열풍의 중심엔 정성일의 놀라운 연기 변신이 있었다. 극 중 그는 탐사보도 프로그램 '트리거' 팀에 불시착한 중고 신입 PD 한도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실제 1980년인 그가 무려 열 살 어린 90년생 역할을 소화, 전작들과는 다른 얼굴을 드러냈다.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2022)의 박연진(임지연 분) 남편 하도영, 넷플릭스 영화 '전, 란'(2024)의 일본군 선봉장 겐신 역 등 그간 주로 묵직한 캐릭터를 선보이며 중후한 이미지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던 정성일. 한도 역할 또한 마냥 가벼운 인물은 아니지만, 슈트를 벗어던진 것만으로도 정성일로선 큰 변신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정성일은 '트리거' 메인 PD이자 선배 오소룡 역의 김혜수와 사명감으로 똘똘 뭉친 뜨거운 케미를 형성, 시청자들에게 깊은 울림과 감동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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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트리거'의 배우 정성일이 18일 본지와의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사진=이동훈 photoguy@ |
'트리거'가 SBS '그것이 알고 싶다', MBC 'PD수첩' 등을 연상케 하긴 하나, 정성일 본인은 실제 탐사보도 프로그램들을 참고하진 않았다고. 그는 "일부러 참고 안 했다. 왜냐하면 한도가 드라마 PD였다가 '트리거' 팀으로 간 설정이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배워나가는 과정, 기존 '트리거' 팀과 부딪히는 부분이 있을 거라 생각해서 이런 표현을 위해선 따로 연구하는 건 필요하지 않다고 봤다"라며 싱크로율 100% 열연의 비결을 엿보게 했다.
그러면서 정성일은 "원래도 탐사보도 프로그램 시청을 되게 좋아했는데, 이번에 '트리거'를 찍으면서 새삼 그분들이 대단한 분들이라는 걸 많이 느꼈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정말 대단하시다"라고 존경심을 표했다.
이어 그는 "적어도 사건을 대하는 연기를 할 땐 장난 그런 것 없이 최대한 조심스럽게 진중하게 임했다. 우리 드라마가 경쾌한 분위기도 있지만, 사건을 얘기할 때만큼은 모든 배우가 그런 마음이었다. 마음이 참 좋지 않았다. '이 감정들을 어떻게 버티셨을까' 하는 생각에, 탐사보도 제작진이 더욱 대단하게 느껴진 거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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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트리거'의 배우 정성일이 18일 본지와의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사진=이동훈 photoguy@ |
정성일은 "처음에 대본을 보고 유선동 감독님과 얘기를 나눴을 땐 한도가 제 나이보다 다섯 살쯤 어리다고 들었었다. 그래서 저도 한도가 90년생이라는 건 여러분처럼 드라마에서 나온 이력서를 보고 알았다"라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줬다.
그는 "저도 전혀 몰랐기 때문에 실제 연기할 땐 나이에 대해 신경 쓰지 않고 했다. 스타일링도 어려 보이려고 따로 노력한 스타일링이 아니다. 극 중 한도의 패션은 실제로 제가 평소에 즐겨 입는 편안한 옷차림 그대로 착용한 거다. 만약에 (90년생 설정을) 알았다면 연기가 쉽지 않았을 거 같다. 그리고 다른 식으로 접근했을 수도 있다"라고 얘기했다.
지인들의 반응을 묻는 말엔 "주변에 파장이 있었다. '네가 어떻게 90년생이냐' 하시더라. 욕 많이 먹었다"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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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트리거' 속 정성일, 김혜수 |
이어 그는 "누나는 일단 '고'(GO) 하면 뒤는 안 보시는 거 같다. 앞과 뒤과 똑같은 분이다. 뒤에서 뭐가 없다"라고 성품을 높이 샀다.
또한 정성일은 김혜수에 대해 "정신적인 것도 많이 (영향을) 받았다. 대단하신 분과 처음 연기를 하는 것이다 보니, 제가 떨릴 수 있고 긴장할 수도 있지 않냐. 근데 누나는 제가 하는 거에 대한 믿음을 주시고 늘 칭찬과 응원을 해주셨다. '잘하고 있다'며, 제가 초반에 빨리 서서 갈 수 있게끔 만들어주셨다. 중간에 한 번은 누나가 제게 '고맙다'고 하신 적도 있다. 본인이 약간 흔들릴 때가 있었다는데, 제가 잘해줘서 너무 고맙다는 거다. 근데 사실 선후배 사이를 떠나 배우가 배우한테 '내가 조금 이랬는데 네가 잘해줘서 고맙다'고 말하는 게 쉬운 건 아니지 않나. 특히 누나 정도의 사람이 저 같은 사람한테 굳이 안 해도 되는 말을 해주신 건데, 결국 저 힘내라고 말씀해 주신 거 같다. '너 잘하고 있으니까, 계속 잘하면 돼'라는 의미로 말이다"라고 깊은 감사를 표했다.
더불어 정성일은 최근 한 유튜브 채널에서 밝힌 "김혜수와 멜로를 하고 싶다"라는 발언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그때 '(김혜수와 주종혁 중에) 같이 연기를 또 한다면 누구랑 재회하고 싶냐'라는 질문을 받아서 '당연히 누나랑 해야지' 했다. 사실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해보지 않았던 장르이기에 멜로를 얘기했던 거였다"라고 말했다.
"격정 멜로는 어떻냐"라는 질문이 이어지자 정성일은 "격정 멜로가 들어온다면 꼭 해보고 싶다"라고 재치 있게 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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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트리거'의 배우 정성일이 18일 본지와의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사진=이동훈 photoguy@ |
정성일은 추자현에 대해 "너무 멋있다. 너무 포스가 강해서, 사실 처음엔 제가 '쫄(졸)'았다. 실제로 뵀을 때는 생각보다 차분하고 부드러우신데 연기할 땐 완전히 다른 모습이시더라. 같이 연기할 때 진짜 재밌었다. 연기를 너무 잘하셔서 저도 시청자 입장에서 '트리거'를 볼 때 영화를 보는 줄 알았다"라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시청자들의 바람과 마찬가지로 시즌2 제작을 기대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한 정성일. 그는 "우리 드라마엔 연기 잘하고 인간적으로 좋은 분들만 모여 너무 좋았다. 지금도 다들 자주 연락하고 있다. 너무 친해져서 문제다(웃음). 저희끼리도 '트리거2'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었는데, 제작진과 배우들이 마음이 맞아서 긴 시즌까지 가도 재밌겠다는 생각이다. 시즌2를 하면 좋겠다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성일은 올해도 다방면에서 활발한 활동을 예고했다. 그는 오는 3월 11일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 개막을 앞두고 있다. 극 중 정성일은 올드맨 역할을 맡아 약 2년 만에 무대에 오른다. 뿐만 아니라 올해 데뷔 첫 스크린 주연작 '인터뷰', 디즈니+ 새 오리지널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 등으로 대중과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