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구단' 양키스도 바뀐다! '수염 규제' 폐지... "선수 영입에 걸림돌 될 수 있어"

안호근 기자 / 입력 : 2025.02.22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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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스타인브레너 뉴욕 양키스 구단주. /AFPBBNews=뉴스1
메이저리그(MLB) 전통의 명가 뉴욕 양키스가 50년 가까이 유지해 온 고유 문화인 수염 금지 규정을 폐지한다.

할 스타인브레너 양키스 구단주는 22일(한국시간) 성명을 통해 "아버지이자 전 구단주였던 조지 스타인브레너가 1976년에 도입한 기존의 정책을 변경해 '단정한 수염'은 기를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키스는 지금까지 콧수염을 제외하고는 선수들이 수염을 기를 수 없도록 제한해 온 팀이다. 턱수염을 길게 기르던 선수들도 양키스에 입단하면 면도를 해야만 했다. 조지 스타인브레너 전 구단주가 1973년 양키스를 인수한 뒤 생겨난 규정이다.

실제 지난 시즌 양키스에서 뛰었던 알렉스 버두고는 입단과 동시에 길러왔던 붉은 수염을 모두 정리했고 '코리안특급' 박찬호도 2010년 양키스에 입단할 때만큼은 수염을 정리하기도 했다.

버두고는 입단 당시 고등학교 시절 이후 면도를 한 적이 없다며 이 부분에 대해 다소 불편한 심경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 규정에 반발한 이들도 있었다. 2013년 마무리 투수인 브라이언 윌슨은 양키스의 러브콜에 수염을 깎을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고 결국 영입전에서 철수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본프로야구(NPB)에도 비슷한 구단이 있다. 일본시리즈 22회 최다 우승에 빛나는 요미우리 자이언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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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델피아 시절 박찬호.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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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키스 시절 수염을 정리한 박찬호. /AFPBBNews=뉴스1
마찬가지로 수염과 장발을 허용치 않는 구단이다. NPB에서도 가장 보수적이고 전통을 중시하는 팀으로 1군 감독도 요미우리 원클럽맨 중에서만 선임한다. KBO에서 뛰었던 에릭 테임즈는 MLB를 거쳐 2021년 요미우리 유니폼을 입었는데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았던 수염을 자른 모습으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한 의견은 엇갈릴 수 있다. 구단 특유의 전통으로 여길 수도 있고 '꼰대 문화'의 일종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다만 이러한 점에서 양키스는 손해가 더 많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할 스타인브레너는 "수년 동안 이 정책을 바꿀지 고민을 거듭했다"며 "수염 제한이 선수 영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변화의) 주된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우리가 원하는 선수를 영입해 팀을 더 강하게 만들고 우승까지 노릴 수 있는 기회도 있었는데 그 선수가 이 정책 때문에 이적을 거부한 일이 있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나는 이것이 타당한 우려라고 확신한다"고도 강조했다.

양키스는 지난해 월드시리즈에서 LA 다저스에 막혀 준우승에 그쳤는데 다저스는 시즌 전 오타니 쇼헤이와 야마모토 요시노부, 타일러 글래스나우 등에 11억 달러(1조 5823억원) 이상을 투자했고 그 결실을 맺었다. 나아가 이번 스토브리그에서도 블레이크 스넬과 사사키 로키, 김혜성 등 영입전의 최종 승자가 됐다. '악의 제국'이라 불렸던 양키스로선 원하는 선수를 모두 데려오는 다저스가 규정 변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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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염 없는 애런 저지의 2025시즌 프로필 사진. /AFPBBNews=뉴스1
주요 선수들도 이러한 변화에 쌍수를 들고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양키스는 지난 17일 애런 저지, 게릿 콜, 지안카를로 스탠튼 등 현역 및 은퇴 선수들과 이 규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들은 대체로 변화에 대해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스타인브레너는 "나는 기존 정책이 시대에 뒤떨어졌고 그것이 젊은 세대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고려할 때 다소 불합리한 것이 맞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래서 변화를 만들었다"고 전했다.

스타인브레너는 이날 오전 팀 미팅에서 정책 변경을 선수들에게 공식적으로 알렸고 '단정한 수염'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하는 절차를 거칠 전망이다.

다만 유니폼을 착용한 선수들의 머리카락이 옷깃 아래로 내려오지 못하도록 한 규정은 그대로 유지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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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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