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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야구 대표팀이 21일 열린 스페인과 2026 WBC 예선 라운드 패배 후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대만 야구 대표팀 공식 SNS |
대만 매체 중국시보는 22일 "스페인 대표팀에 스페인 출신은 단 한 명뿐이다. 이제 정말 공평한 게 맞나"며 전날 있었던 경기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대만은 21일 대만 타이베이시에 위치한 타이베이돔에서 열린 스페인 야구 대표팀과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예선 라운드 A조 경기에서 5-12로 패배했다.
초반부터 마운드가 흔들린 대만은 분위기를 일찌감치 내줬다. 지난해 신인인 언더핸드 천위홍을 깜짝 선발로 내세워 스페인 타자들을 흔들려 했으나. 스페인은 1회 초 2사 1루에서 헤수스 우스타리스의 2루타와 러스버 에스트라다의 적시타가 나오며 2점을 먼저 얻었다. 이어 3회 초에는 1사 2, 3루에서 에스트라다가 우중간에 떨어지는 적시타를 만들면서 스페인은 4-0까지 도망갔다.
대만은 3회 말 전 메이저리거 장위청(푸방)의 투런 홈런으로 점수 차를 좁혔으나, 5회 초 4번째 투수 우유청(타이강)이 무사 만루에서 2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이어 투수가 바뀌고도 2아웃 이후 연속 밀어내기와 엔카나시온의 적시타가 나오면서 대만은 한 이닝 6점을 내줬다.
6회 초 가브리엘 리노가 투런 홈런을 터트린 스페인은 12-2로 크게 달아났다. 콜드게임패 위기에 몰렸던 대만은 7회 한 점을 겨우 올려 굴욕을 피했다. 이어 9회 말에도 2점을 올렸으나, 이미 경기를 뒤집기에는 너무나도 모자란 시간이었다. 결국 대만은 역사상 처음으로 스페인에게 야구로 패배하고 말았다.
이는 경기 전만 해도 예상하기 어려운 결과였다. 대만은 A조 네 팀 중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랭킹 2위로 가장 높았기 때문이다. 반면 스페인은 24위로 한참 떨어져있었다. 여기에 지난해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서는 숙적 한국과 일본을 모두 꺾고 처음으로 대회 정상에 오르는 대활약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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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대만과 스페인의 2026 WBC 예선 라운드 경기가 열린 대만 타이베이돔의 모습. /사진=대만 야구 대표팀 공식 SNS |
대만에서는 패배의 원인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바로 스페인의 로스터 구성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스페인은 총 28명의 선수 중 투수 호르헤 발보아(39)만이 스페인 출신이고, 나머지는 도미니카공화국(10명)과 베네수엘라(9명), 쿠바(6명), 미국, 콜롬비아(이상 1명)에서 태어났다. 미국을 제외한 국가들은 모두 스페인어권이다.
매체는 "스페인은 명목상 유럽 팀이지만 대만전에서 단 한 명의 유럽 선수도 내보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스페인은 이 점에서 유리하다. 대항해시대의 영향력을 최대한 활용했다"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상륙한 것이 1492년이니, 무려 530여 년 전의 일을 들고 온 것이다.
그러면서 "대만은 실제로는 도미니카공화국과 베네수엘라, 쿠바 연합팀과 맞붙은 셈이다"며 "이들 국가는 모두 2026 WBC에 출전하는 팀이다"고 말했다. 이어 "대만이 오늘(22일) 붙게 될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은 전 선수가 남아공 출신이기에 훨씬 '공평'하다"며 "니카라과도 대부분 자국 출신이고, 대만도 모두 대만인들로 구성됐다"고도 했다.
물론 이런 말은 당연히 트집이다. 국적 규정이 엄격한 다른 대회와는 달리, 해당 국적이 아니라도 부모의 출생지로도 팀을 선택할 수 있다. 중국인 아버지를 둔 주권(KT)은 대한민국 국적이지만 2017년과 2023년 대회에서 모두 중국 대표팀 소속으로 뛴 바 있다. 적법한 서류를 제출해 사무국으로부터 허가받았다면 규정상 전혀 문제가 없다.
대만 팬들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해당 기사가 올라온 대만 야후에는 "이번에 WBC에 처음 나오나", "규정은 오래전부터 있었고, 지고 나니 변명을 하고 있다", "지면 진 거다. 왜 말이 많나. 그냥 못한 거다"는 내용의 댓글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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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이 2026 WBC 예선에서 대만을 꺾었다. /사진=WBC 공식 SN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