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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대 텍사스 레인저스 전이 23일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SFG 이정후가 3번 타자 겸 중견수로 1회초 텍사스 레인저스 선발 타일러 말리의 초구를 통타, 안타를 날리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어디서 그런 자신감이 나왔나."
원정팀 클럽하우스로 들어온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게 미국 현지 기자들이 물어본 질문이다.
이정후는 23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의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텍사스 레인저스와 2025 메이저리그(ML) 시범경기 개막전에서 3번 타자 및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1회 첫 타석부터 우전 안타를 터트렸다. 하지만 이후 타석에서는 삼진, 1루 땅볼 아웃으로 각각 물러나며 아쉬움을 삼켰다.
이정후는 5회말 수비를 앞두고 그랜트 맥크레이와 교체됐고, 샌프란시스코는 이후 3점을 더 내 6-1로 시범경기 첫 승을 거뒀다. 이정후의 시범경기 첫 경기 성적은 3타수 1안타 1삼진이 됐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바로 첫 타석이었다. 이날 경기는 이정후가 지난해 5월 13일 신시내티 레즈와 홈 경기에서 어깨 탈구 부상으로 시즌 아웃된 뒤 286일 만의 복귀전이었다. 당시 이정후는 1회초 2사 만루에서 하이메 칸델라리오의 큼지막한 타구를 잡으려다가 펜스에 부딪혀 곧바로 경기장을 떠났다. 그로부터 약 한 달 뒤인 6월 5일 어깨 수술을 받아 시즌 아웃됐다. 1회초 수비였던 탓에 타석에는 들어서지도 못해, 마지막 타석은 2024년 5월 9일 콜로라도 로키스전 안타였다. 비록 시범경기이지만, 290일 만의 안타인 셈.
더욱이 최근 스프링캠프 라이브 배팅 때 좀처럼 공을 맞히지 못하고 있어 자신감도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전날(22일) 라이브 배팅에서 두 차례 헛스윙을 크게 했던 이정후는 "안 맞는 건 어제(21일)부터 안 맞았다"고 웃으면서 "계속 스윙하고 있고 억지로 치기도 한다. 아직 내 느낌에 투수와 타자의 거리에서 날아오는 공에 감이 없다. 확실히 쉰 게 느껴진다. 맞지 않는 건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다. 경기를 꾸준히 치르고 투수의 공을 열심히 보면서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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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대 텍사스 레인저스 전이 23일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SFG 이정후가 3번 타자 겸 중견수로 1회초 텍사스 레인저스 선발 타일러 말리의 초구를 통타, 안타를 날리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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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대 텍사스 레인저스 전이 23일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SFG 이정후가 3회초 1사에서 삼진을 당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그렇게 9개월 만에 마주한 투수는 빅리그 통산 33승 42패 평균자책점 4.32의 우완 타일러 말리(31)였다. 1회초 두 타자에게 모두 삼진을 솎아냈던 말리는 자신 있게 몸쪽 높게 시속 92.3마일(약 148.5㎞)의 직구를 던졌으나, 이정후는 벼락같은 스윙으로 우전 안타를 때려냈다. 시속 92.3마일(약 148.5㎞)의 총알 타구였다.
이후 안타를 뽑아내진 못했으나, 깔끔한 수비와 함께 충분히 인상적인 복귀전이었다. 외신 기자들은 교체된 이정후가 원정팀 클럽하우스로 들어오자 "첫 타석부터 첫 번째 공을 치려고 한 이유가 무엇이냐?", "오랫동안 실전에 나서지 못한 상태에서 오늘(23일) 경기에 들어와 안타와 호수비를 보여줬다. 어디서 그런 자신감이 있었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이정후는 "스윙해야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내 타이밍이 맞는지, 손에 제때 움직이는지 알 수 있다. 다행히 안타가 나왔지만, 중요한 건 내 스윙 메커니즘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거였다"며 "자신감을 찾기 위해선 경기 전후로 훈련을 많이 하면서 감을 익히는 게 필요하다. 연습도 중요하고 실전도 많이 뛰면서 점점 자신감을 되찾아야 한다. 스프링캠프 때 배팅 연습도 많이 하고 필드에서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려 한다"고 미소 지었다.
이토록 과감했던 이정후는 예고된 모습이었다. 이정후는 "그동안 어떤 부상이든 스프링 트레이닝을 거쳐 감각을 찾았다. 이번에는 복귀 기간이 길어서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 30경기 넘게 남았으니 그 안에 충분히 (타격감을) 맞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오랜 부상 후) 이런 과정이 당연히 있을 거라 생각했다. 지금은 타이밍을 잡아가는 단계라고 생각해서 스윙을 많이 돌려보려 한다.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치면서 감각을 익히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랜만에 복귀한 이정후에게는 원정 경기장임에도 많은 샌프란시스코 팬이 찾아 그의 복귀를 반겼다. 이정후는 "팬분들이 환호해주시는 게 들렸다. 내겐 큰 힘이 된다"면서도 "(복귀전이) 생각보다 엄청 설레이거나 하진 않았다. 경기에서 최대한 감정을 배제하고 집중하려고 한다. 물론 야구를 한다는 것 자체는 항상 설레지만, 경기할 때만큼은 감정적이지 않게 플레이하려 한다. 그래도 정말 재미있었다"고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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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대 텍사스 레인저스 전이 23일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SFG 이정후가 3번 타자 겸 중견수로 1회초 텍사스 레인저스 선발 타일러 말리의 초구를 통타, 안타를 날리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