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가 '무려' 이승엽 떠올린 재능이라니... 삼성 '고교거포', 구자욱 이어 로컬보이 성공 이어간다

양정웅 기자 / 입력 : 2025.02.23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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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함수호.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 라이온즈가 마침내 '로컬보이' 강타자를 다시 발굴해낼 수 있을까. '고교 거포' 함수호(19)가 프로 첫 스프링캠프에서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삼성은 22일 오후 12시 30분 일본 오키나와현 온나손 아카마 볼파크에서 진행된 2025 스프링캠프 청백전을 진행했다. 경기는 청팀이 8-5로 승리했다.


이날 청백전은 외국인 원투펀치 데니 레예스(29)와 아리엘 후라도(29)가 나란히 선발로 등판해 컨디션 점검에 나섰다. 후라도는 2이닝 동안 다양한 구종을 던지면서 6타자를 퍼펙트로 처리했고, 레예스는 1회 흔들리고도 최고 구속 146km의 패스트볼로 2회를 삼자범퇴로 막아냈다.

하지만 이날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친 건 청팀의 6번 타자 겸 좌익수로 나온 함수호였다. 이날 그는 홈런 하나를 포함해 4타수 2안타 3타점 1득점을 기록하면서 타격감을 조율했다.

1회부터 함수호의 방망이는 매섭게 돌아갔다. 청팀이 2-0으로 앞서던 1회 초 1사 2루에서 그는 레예스의 몸쪽 공을 잡아당겨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날카로운 안타를 터트렸다. 후속타가 터지지 않아 득점은 올리지 못했지만 처음부터 인상 깊은 타구를 날렸다.


이후 두 타석에서는 삼진과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던 함수호는 마지막 공격에서 큰 타구를 날렸다. 8회 초 1사 1, 2루에서 등장한 그는 백팀 투수 박주혁의 유인구를 골라내며 유리한 카운트를 만든 뒤, 4구째 높은 패스트볼을 찍어치듯이 공략했다. 타구는 계속 뻗어나가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스리런 홈런이 됐다. 청팀이 8-1까지 달아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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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함수호.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이날 함수호가 안타를 친 선수들은 만만한 투수들이 아니었다. 레예스는 지난해 11승을 거뒀고, 포스트시즌에서 맹활약하며 삼성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끈 선수다. 박주혁 역시 앞서 19일 열린 일본프로야구(NPB) 주니치 드래곤스와 경기에서 1이닝을 막아내며 박진만 감독이 "파이팅 기질이 있다"고 칭찬할 정도였다.

경기 후 함수호는 구단을 통해 "약점 없는 수비 능력을 갖추고 싶다. 이종욱 코치님이 많은 도움을 주시고 있다"며 "우리 팀 구자욱 선배를 롤모델로 삼아 열심히 최선을 다하겠다"고 앞으로의 각오를 밝혔다.

함수호는 고교 저학년 시절부터 거포 자원으로 주목받은 선수다. 지난해 대구상원고 3학년 시절에는 30경기에 출장해 타율 0.292(106타수 31안타) 7홈런 39타점 7도루, 출루율 0.389 장타율 0.623 OPS 1.012를 기록했다. 지난해 대만에서 열린 제13회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18세 이하)에도 선발됐다.

고교 선배인 이만수(67)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은 함수호에 대해 "부드러운 스윙으로 쉽게 홈런을 치는 후배가 이승엽이었다. 그런데 함수호의 스윙 과정을 보고 있으면 이승엽이 생각난다. 군더더기 없는 부드러운 타격 스윙폼에 배트 스피드가 빠르고 발사각이 좋다 보니 좋은 타격이 나온다"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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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함수호.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이에 삼성은 2025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함수호를 4라운드 전체 33번으로 지명했다. 이종열 단장이 드래프트 전부터 '파워'를 키워드로 한 전략을 앞세웠는데, 함수호도 그 일환이었다. 구단은 지명 당시 "선천적으로 타고난 파워를 보유한 전형적인 장타자 유형"이라는 설명을 달았다.

본인도 이를 알고 있다. 지난해 열린 제8회 이만수 포수상 및 홈런상 시상식에서 홈런상을 받은 함수호는 "내 장점은 빠른 배트 스피드와 파워다. 현재로서는 변화구 대처 능력이 부족한 것 같다"면서도 "빨리 1군에 올라가서, 1군에서도 홈런왕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뒷바라지를 많이 해주셨는데 이제 시작이다. 프로에서 돈을 많이 벌어서 어머니에게 명품백을 많이 사드리고 아버지 차도 바꿔드리고 싶다"며 좌중을 뒤집었다.

1차 지명 제도가 사라지면서 유명무실해졌지만, 삼성은 아직 대구 출신의 우수한 선수들을 여럿 보유하고 있다. 에이스 원태인(25)부터 경북고 출신에, 아버지 원민구(68) 감독(1984년)에 이어 2대째 삼성의 1차 지명을 받은 선수다. 여기에 지난해 선발로 경험을 쌓은 좌완 이승현(23, 상원고)과 황동재(24, 경북고)도 있다.

하지만 타자는 다르다. 현재 삼성의 주전 라인업 중 대구 출신은 대구고 출신의 주장 구자욱(32) 한 명뿐이다. 이전으로 가봐도 2009년 1차 지명 김상수(35·현 KT)가 추가되는 정도다. 로컬 보이가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성공한 로컬 보이는 많은 인기를 끌 수밖에 없다. 이에 함수호의 활약에 기대를 걸고 있는 삼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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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함수호.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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