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 뭘 믿고 이러나' 김혜성, 4년 만의 유격수→'KBO 0경기' 중견수 파격 도전 계속된다

서프라이즈(미국)=김동윤 기자 / 입력 : 2025.02.24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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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LAD)가 17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카멜백 랜치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했다. 김혜성이 외야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LA 다저스 유틸리티 내야수 김혜성(26)이 파격적인 도전을 계속해서 이어간다. 풀타임으로 뛴 지 4년 만에 유격수로 첫 선발 출전한 데 이어 이번엔 KBO 리그에서는 한 번도 뛰어본 적 없던 중견수로 출격이 예고됐다.

김혜성은 23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캐멀백 랜치에서 열린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2025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서 7번 타자 및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무안타 1삼진을 기록했다. 21일 경기 1타수 1볼넷에 이어 4타수 무안타로 메이저리그 첫 안타는 다음 기회로 미뤘다.


가장 주목을 받은 건 김혜성의 유격수 수비였다. 다저스는 영입할 때부터 김혜성을 내·외야를 가리지 않는 슈퍼 유틸리티로 쓰겠다는 복안을 밝힌 바 있다. 스프링캠프에서는 대부분 2루 포지션에서 훈련을 진행했으나, 유격수와 외야에서도 뜬 공 타구를 받아보는 등 출전 자체는 짐작됐었다.

마침내 뚜껑을 열어본 김혜성의 유격 수비는 무난했다. 실책으로 시작했다. 1회초 2사에서 캔자스시티의 프레디 프레민의 시속 105.6마일(약 169.9㎞)의 빠른 타구가 강하게 튕겼다. 김혜성은 바운드 지점을 예측하고 글러브를 뻗었으나, 공은 글러브에 튕겨 외야로 향했다.

다행인 건 이후에는 안정적으로 땅볼을 처리했다는 것이다. 첫 실책에 멘탈이 흔들릴 법도 했으나, 3회초 땅볼 타구를 백핸드로 잡아 아웃을 만든 것을 비롯해 세 차례 안정적인 땅볼 수비로 다저스가 이후 역전하는 데 발판을 마련했다. 빠른 타구와 익숙하지 않은 그라운드에 대한 불안과 뛰어난 운동능력으로 인한 희망을 모두 안겨준 가운데, 다음 경기부터는 중견수로 출전이 예고돼 눈길을 끌었다.


미국 매체 디 애슬레틱의 파비안 아르다야 기자는 23일 자신의 SNS를 통해 "경기 전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김혜성이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2루수와 유격수 외에도 중견수에서 기회를 받을 것이라고 했다. 김혜성은 코너 외야에서 더 많은 경험이 있지만, 다저스는 그의 스피드가 중견수로서 잠재적인 긍정 요소라고 보고 있다. 또 김혜성이 중견수로 나설 경우 다른 좌타자 옵션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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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김혜성이 수비를 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동산고 유격수 출신의 김혜성은 KBO 리그에서는 주로 2루수로 뛰었다. KBO 8년간 2루수(5156⅔이닝), 유격수(1924이닝), 3루수(95이닝), 좌익수(291⅔이닝), 우익수(1이닝) 순으로 뛰었다. 2루에서 2년 연속 수비상을 수상할 정도로 가장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다음으로 많은 이닝에 나선 유격수에게서는 2021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풀타임을 뛰어봤으나, 29개의 실책을 기록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다른 포지션은 평가하기엔 턱없이 이닝이 모자라다.

그동안의 기록만 보면 다저스가 김혜성의 무엇을 믿고 맡기나 싶을 수 있다. 더욱이 중견수와 유격수는 실책 하나가 크게 작용하는 중요한 포지션이기에 실험이라 할지라도 아무에게나 시도하지 않는다. 하지만 김혜성의 중견수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본 것이 다저스만은 아니긴 했다. 김혜성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유격수가 가능할 정도로 빠른 발과 준수한 어깨를 가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야구 센스나 운동 능력도 탁월해 평범한 KBO 리그 성적에도 언제나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관심 대상이었다.

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A는 김혜성의 포스팅 이후 스타뉴스에 "김혜성은 메이크업(인성 및 성실성) 자체가 좋은 선수여서 믿을 만하다. 운동 신경도 워낙 좋아 어떻게 발전할지 모른다"며 "과거 김하성도 한국에서는 메이저리그 평균의 수비를 하지 못할 거라 봤다. 하지만 지금은 그 평가를 뒤집고 플러스 급 수비를 한다. 그래서 운동 신경과 워크 에식이 정말 중요하고 김혜성의 그 부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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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김혜성이 내야 땅볼 타구를 백핸드로 처리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김혜성 이적 후에는 "다저스에서 김혜성의 운동 신경을 높이 산 것 같다. 발전 가능성을 따질 때 운동신경은 엄청나게 중요하고, 이 부분만큼은 김혜성이 김하성 못지않다. 수비나 송구 부분에서도 개선될 수 있다. 오히려 지금보다 미국에서 더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긍정적인 부분을 짚었다.

체계적이고 신뢰도 높은 다저스의 분석과 육성 시스템도 김혜성의 성공 가능성을 조금은 더 높여준다. 다저스는 이미 김혜성에게서 그 가능성을 보고 영입전에 뛰어든 6개 팀 중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했다. 로버츠 감독은 "김혜성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한 선수였다"며 "확실히 그는 수비력만으로도 경기를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선수라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김혜성 역시 입단 공식 기자회견에서 "(메이저리그 도전했을 때) 변화는 무조건 예상했다. 나는 내 문제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다저스가 워낙 좋은 시스템을 가진 팀이다 보니 내 문제점을 잘 해결해 주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 부분이 딱 맞아떨어져서 좋았다"며 신뢰를 드러냈다.

그동안의 성과에도 모든 것을 바꾸겠다는 강한 의지로 빅리그에 도전 중인 김혜성이 어떤 결과를 받아들일지 한국 야구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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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LAD)가 17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카멜백 랜치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했다. 김혜성이 외야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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