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우진 공백 메운 '12년 차 투수' 커리어하이, 투머치 토커 '한 마디'서 시작됐다 "제가 고개 숙이면 욕하는 겁니다"

김동윤 기자 / 입력 : 2025.02.25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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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하영민이 최근 미국 애리조나주 메사에 위치한 애슬레틱 그라운드에서 열린 2025 키움 스프링캠프에서 스타뉴스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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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미국 스프링캠프 당시 박찬호 샌디에이고 고문(왼쪽)과 홍원기 키움 감독. 두 사람은 야구계에서도 유명한 절친 중의 절친으로 유명하다.
올해 키움 히어로즈 투수 하영민(30)의 마운드 위 표정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데뷔 11년 만에 커리어하이로 국내 투수 1선발로 우뚝 선 비결이 그 안에 있기 때문이다.

하영민은 최근 미국 애리조나주 메사에 위치한 애슬레틱 그라운드에서 열린 2025 키움 스프링캠프에서 스타뉴스와 만나 "올해 제가 볼을 계속 던지다가 고개를 숙이면 욕하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게 지난해 좋은 결과가 있었던 비결입니다"라고 활짝 웃었다.


지난해 키움은 최하위를 기록했음에도 1~3위 팀 상대 48경기 중 21승을 거두는 고춧가루 부대 역할을 제대로 했다. 아리엘 후라도-엔마누엘 데 헤이수스-하영민으로 이어지는 3선발이 그 업셋의 중심에 섰다.

특히 하영민의 존재감이 돋보였다. 지난해 정규시즌 하영민은 28경기 9승 8패 평균자책점 4.37, 150⅓이닝 101탈삼진으로 2014년 프로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데뷔 후 단일 시즌 100이닝을 넘긴 것도, 100개 이상의 삼진을 솎아낸 것도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승수와 이닝만 보면 입대 전 에이스 안우진(26)의 공백을 메운 활약이었다. 2023년 안우진은 24경기(150⅔이닝) 9승 7패 평균자책점 2.39로 1선발 역할을 했다. 그 활약에 지난해 키움 상대 6승 10패로 열세였던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도 키움전이면 "후라도, 헤이수스, 하영민 턴에 걸리면 쉽지 않다"고 혀를 내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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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키움 하영민. /사진=김진경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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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미국 스프링캠프 당시 박찬호 샌디에이고 고문(왼쪽)과 홍원기 키움 감독. 두 사람은 야구계에서도 유명한 절친 중의 절친으로 유명하다.



그 활약의 뒤편에는 '코리안 특급' 박찬호(52)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특별 고문의 한마디가 있었다. 박찬호 고문은 초·중·고를 함께한 죽마고우 홍원기(52) 키움 감독과 인연으로 홍 감독이 지도자 커리어를 시작한 2012년부터 10년 넘게 히어로즈 스프링캠프를 찾아 후배들에게 여러 조언을 해주고 있다.

많게는 3~4시간, 때로는 1~2시간에 걸쳐 진행되는 '투머치 토커(Too much talker)' 박찬호 고문의 명강의는 매년 히어로즈 선수들에게 피와 살이 됐다. 10년 넘게 그 강의를 듣고 있는 하영민도 그중 하나였다.

하영민은 "지난해 스프링캠프 때 박찬호 선배님이 오셔서 '속으로만 하지 말고 마운드에서 혼잣말을 많이 내뱉어 보라'는 말씀이 많은 도움이 됐다. 선배님이 이야기해주기 전에는 불펜에서 혼잣말을 잘 안 했는데 지난해 선발로 뛰기 시작하면서 하기 시작했다"고 뒷이야기를 밝혔다.

이어 "볼을 연거푸 던지다가 나 자신에게 욕을 했는데 그게 정말 많이 도움 됐다. 경기가 어수선하거나 내가 집중을 못할 때 스스로 '왜 그래, 정신 차려, 너 뭐 하는 거야'라고 혼잣말을 하고 나면 집중도가 높아졌다. 올해도 그 루틴을 이어 나가려 한다. 만약 내가 경기 중에 볼을 계속 던지다 고개를 숙이면 내 스스로에게 욕하는 거다"라고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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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키움 하영민. /사진=김진경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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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하영민이 지난해 12월 서울 마곡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열린 '2024 키움 히어로즈 연말자선행사'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하영민의 반등은 송성문(29)의 커리어하이와 함께 지난해 힘들었던 시즌 중 몇 안 되는 소득이었다. 박찬호 고문의 멘탈 멘토링에 이어 이승호(49) 키움 1군 투수코치로부터 배운 포크가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좌타자 상대 약점을 지우고 투구 레퍼토리에 변화를 주면서 상대하기 까다로운 투수가 됐다.

올해는 타선을 보강하기 위한 키움의 전략에 따라 외국인 투수는 케니 로젠버그(30) 한 명만 뛰게 되면서 하영민은 2선발로서 그 책임감이 더 막중해졌다. 하지만 그 책임감보다 마침내 성과가 나기 시작한 기쁨에 하영민은 야구를 더 즐기고 있다. 벌써 로젠버그와도 1995년생 동갑내기로써 찰떡같은 케미스트리를 자랑하며 2025시즌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영민으로서는 그러한 변화를 이끌어준 박찬호 선배에게 뭉클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올해 박찬호 고문은 지난달 로스앤젤레스 전역을 덮친 산불로, 거주 중인 미국 서부 베벌리 힐스 자택이 전소되는 아픔을 겪었다. 호텔에서 임시 거주하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키움 스프링캠프를 찾은 선배에게 고마움을 나타냈다.

하영민은 "이 기회를 빌려 박찬호 선배님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 정말 매년 찾아주시는 게 쉬운 기회가 아니라는 걸 알기에 더 감사드린다. 매년 투수로서 루틴이나 특정 상황에서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하는지, 투수들에게 어떤 것이 중요한지 하나하나 알려주시는데 후배로서 큰 도움이 된다. 공 하나를 던지는 것도 신중하게, 하나에 모든 걸 걸어서 던지라고 하는 말씀을 올해도 지켜나가려 한다. 올해는 10승보다 이닝을 더 많이 먹는 것이 목표다. 지난해 성적을 뛰어넘어 보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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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윤 | dongy291@mtstarnews.com

스타뉴스 스포츠부 김동윤입니다.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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