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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언 이수지, 배우 한가인 /사진=스타뉴스 |
코미디언 이수지, 배우 한가인에게 누가 자꾸 돌을 던지는가.
'대혐오'의 시대에서 또 하나 논란거리가 터졌다. 최근 여러 패러디를 맛깔나게 하며 인기에 물 오른 이수지가 '대치동맘'을 따라했다가 '도치맘'을 넘어 한가인까지 저격했다며 비판의 중심에 섰다.
이수지는 지난 4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에 ''엄마라는 이름으로' Jamie맘 이소담 씨의 별난 하루'라는 영상을 공개한 후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이수지가 이른바 '대치동 엄마'를 패러디하며 자녀들에게 과한 사교육을 시키고 자식을 위해 하루종일 차에서 보내며 라이딩에 매진하는 모습을 촬영해 담은 것.
이에 일부 네티즌들은 "학원가 카페 갔는데 옆자리에 비슷한 분들 있었어요", "이수지는 장인이다", "진정한 희극인 인정" 등 이수지의 패러디 연기에 감탄한 반응을 보였다. 반면 "대치동 엄마들 긁혔냐", "조세호가 톰브라운 보내고 이수지가 몽클 보내버렸네"라며 연관 대상을 희화화한 반응도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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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튜브 채널 '핫이슈지' 영상 캡처 |
이수지가 한 사회적 군상을 잘 표현한 탓에 이런저런 갑론을박까지 생겨났고, 이수지의 '대치맘' 패러디 영상은 지상파 뉴스에도 진출했다. 이에 해당 영상은 파급력이 더 커져 700만 뷰 이상을 기록할 정도가 됐는데, 이후 비슷한 표본이 저격되는 악영향이 벌어졌다. 한가인이 1년 전 자신의 유튜브 채널 '자유부인 한가인'에 올렸던 자녀 픽업 영상과 행동, 구도, 아이 이름까지 흡사하지 않냐는 반응과 함께 이수지가 한가인을 저격했다는 얘기가 나오게 된 것. 한가인 채널의 해당 영상은 영구 비공개 처리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수지가 그저 한가인만을 저격해서 '대치맘' 영상을 만들진 않았을 터인데, 어느새 '이수지 vs 한가인'의 적대 구도가 형성됐다. 누구에 의해? 대중의 말과 말을 통해. 이수지의 개그 스타일은 '풍자' 장르인데, 이것이 용인 될 수 있는 임계점이 그때그때 주관적이고 모호할 수 있다는 게 리스크였다. '풍자'는 사전적으로도 '남의 결점을 다른 것에 빗대어 비웃으면서 폭로하고 공격함'이란 뜻이 있어 이 개그를 했을 때 어느 누군가는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는 위험한 구조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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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튜브 채널 '자유부인 한가인' 영상 캡처 |
요즘 사람들 의식이 많이 변해 풍자 자체에서도 '약자를 저격하지 말고, 상대가 기분 나쁘면 안 된다'란 암묵적인 룰이 뚜렷해졌다. 그것이 개그 프로가 사라진 이유 중 하나가 됐고, 그나마 명맥을 잇는 'SNL 코리아'도 잊을 만하면 '희화화 논란'에 휩싸이는 이유가 됐다. 그저 현상만 보고 직관적으로 '웃기다'에서 머물거나 따라하기 쉬운 것만을 보여줄 게 아니라 이젠 그 후폭풍을 고려해야 하는 시대가 온 거다.
이수지는 그간 싸이, 교포 제니, '더 글로리' 문동은, 김고은, 오은영, '과즙세연'을 따라한 육즙수지, 차주영 등의 캐릭터를 연기하며 그 자체가 웃기다기 보다는 '모사'를 잘해 신기하단 반응을 이끌어냈던 개그맨이다. 사실 그가 밀어붙인 캐릭터들 중 단순 모사에 그치거나 기획 의도를 이해하기 어려운 캐릭터도 있었다.
이번 '대치맘' 유형은 그와 연관된 대상이 '대한민국 맘'으로 이어지기도 하면서 훨씬 광범위해졌고, 또 자세히 들여다 보면 어느 한 부류로만 정의하기 힘들기에 이수지가 박수와 욕을 더 많이 먹는 거다. 애를 혹사시키지 않더라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귀한 내 새끼를 서포트할 여력이 있으면 할 수 있는 거고, 정형화된 유행템으로 허세를 부리며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나'에 취한 부류도 있겠다. 근데 그게 요즘 특히 민감한 '부의 계층화'로도 도드라져 보이니 일부는 '긁혔냐'며 은근히 공격하는 것이고 실제로 '긁힌' 이들은 몽클레어 패딩 벼룩시장행을 밟는 거다. 진짜 코미디는 이수지 영상 이후에 보이는 대중의 군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