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KT 외인, KBO 질문에 "한국 사랑해요" 부터 내뱉었다

김동윤 기자 / 입력 : 2025.03.0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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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 벤자민. /사진=KT 위즈 제공
웨스 벤자민. /사진=KT 위즈 제공
KBO 리그 3년간 꾸준히 한국에 애정을 드러냈던 웨스 벤자민(33·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여전한 한국에 대한 애틋함을 숨기지 못했다.

최근 샌디에이고 스프링캠프에 참여 중인 벤자민은 '97.3 The Fan' 등 여러 미국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한국 KBO 리그에서 3년은 어땠냐?"는 질문에 곧장 "한국 사랑합니다("I love Korea)"라고 답하며 솔직한 심정을 고백했다.


벤자민은 2022시즌 윌리엄 쿠에바스의 대체 선수로 KT 위즈 유니폼을 입으며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KBO 3시즌 동안 74경기 31승 18패 평균자책점 3.74, 406⅓이닝 390탈삼진을 기록했다. 2023년에는 29경기 15승 6패 평균자책점 3.54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갈수록 한계를 드러내며 3번째 재계약에는 실패했고 최근 샌디에이고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체결해 미국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한국은 그에게 여전히 좋은 기억이었던 모양이다. 벤자민은 "한국에서의 3년은 정말 즐거운 경험이었다. 가장 큰 변화는 나 스스로 안전한 환경(한국)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는 점이다. 또 이제는 통역사를 찾을 필요 없이 직접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웃으면서 "하지만 난 한국 문화 자체를 정말 즐겼다. 야구적으로 보면 KBO 리그는 타자들의 콘택트 능력이 뛰어난 리그였다. 삼진을 잡는 게 쉽지 않았고 나는 헛스윙을 유도하는 법을 익혔다. 이건 정말 내게 큰 도움이었다"고 3년을 돌아봤다.

한국에 오기 전 벤자민은 텍사스 레인저스와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뛰면서 21경기(선발 3경기) 2승 3패 평균자책점 6.80으로 입지가 불안한 롱릴리프였다. 하지만 한국에서 충분한 선발 경험을 쌓으며 체력과 경기 운영 능력을 입증했다.


웨스 벤자민. /사진=KT 위즈 제공
웨스 벤자민. /사진=KT 위즈 제공
강백호(왼쪽)와 웨스 벤자민./사진=KT 위즈 제공
강백호(왼쪽)와 웨스 벤자민./사진=KT 위즈 제공


벤자민은 "KBO에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이닝 소화 능력을 키울 기회를 얻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제한적인 기회 탓에 등판과 강판을 반복해야 했다. 하지만 KBO에서는 선발 투수로 매 시즌 160~170이닝을 던졌다"며 "또 최근 몇 년간 트레드 애슬레틱스와 함께 훈련하며 구속을 더 끌어올리고 새로운 구종을 추가했다. KBO에서 스위퍼를 많이 던졌는데 좌타자에게 효과적이었다"고 설명했다.

한국 문화를 언급한 그의 말처럼 벤자민은 빠른 시간에 낯선 땅에 적응한 외인 중 하나였다. 텍사스에서 함께했던 양현종(37·KIA 타이거즈)이 인증한 인성답게 국내 선수들과 잘 어울리며 한국 그 자체에 높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2023년 4월에는 강백호(26)의 외야 호수비를 기념해 KT위즈파크 오른쪽 담장에 테이핑 마크를 남기는가 하면, 그해 5월에는 본인이 자원해 연고지 아동복지시설에 봉사활동을 나가기도 했다. 당시 벤자민은 "수원 KT 팬들은 저와 저희 팀 선수들에게 열렬한 응원을 보내주신다. 이런 응원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기 위해 이런 마음을 갖게 됐다. 다행히 우리 팀 동료들도 저와 생각이 같아 함께할 수 있었다"면서 애정을 드러냈다.

KT 외국인 선수들이 아내와 함께 지난 2023년 수원 KT 위즈파크 인근 아동복지시설인 '꿈을 키우는 집'을 방문, 기념 촬영에 임하고 있다. /사진=KT 위즈 제공
KT 외국인 선수들이 아내와 함께 지난 2023년 수원 KT 위즈파크 인근 아동복지시설인 '꿈을 키우는 집'을 방문, 기념 촬영에 임하고 있다. /사진=KT 위즈 제공
웨스 벤자민이 2023년 KBO 플레이오프 당시, 'ITAEWON(이태원)'이라는 글씨가 써진 모자를 쓰고 등판했다. /사진=KT 위즈 제공
웨스 벤자민이 2023년 KBO 플레이오프 당시, 'ITAEWON(이태원)'이라는 글씨가 써진 모자를 쓰고 등판했다. /사진=KT 위즈 제공


2023년 플레이오프 때는 2022년 겨울 발생한 이태원 압사 사고를 추모하기 위해 'ITAEWON(이태원)'이라는 단어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나오기도 했다. 당시 벤자민은 스타뉴스에 "미국에 돌아갔을 때 이태원에서 안 좋은 사건이 있었다는 걸 접했다. 내가 선발로 나가는 날과 겹치다 보니 추모하기 위해, 또 그런 감정을 팬들과 공유하기 위해 모자에 썼다. 나를 위해 쓴 게 아니라 유가족들을 위해 쓴 것이다. 매년 이 사건을 사람들이 잊지 않고 계속 기억하도록 하기 위해 이런 글씨를 썼다"고 말해 팬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이렇듯 한국에서의 좋은 추억을 쌓고 돌아간 벤자민은 빅리그 복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벤자민은 "나는 좌완 투수로서 샌디에이고 뎁스에 깊이를 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외에서 돌아온 나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내가 예전과 다른 투수라는 걸 증명하고 싶다. 이곳에서 내가 어떤 모습으로 활약할지 기대된다. 팀을 돕는 것이 우선이지만, 무엇보다 달라진 내 기량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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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윤 |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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