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이 무너졌었다" 한때 '토종 ERA 1위' LG 신입 좌완, 제대 후 방황... 무엇이 그를 힘들게 했나

김동윤 기자 / 입력 : 2025.03.01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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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최채흥. /사진=김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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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최채흥(가운데).
올 시즌 LG 트윈스로 이적한 최채흥(30)이 제대 후 방황했던 지난날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최채흥은 지난해 12월 삼성 라이온즈로 FA 이적한 최원태(28)의 보상 선수로 LG에 입단했다. 보상 선수 지명 당시 LG 구단은 "최채흥은 2020년에는 선발투수로 11승을 올리며 본인의 실력을 증명한 선수"라며 "최채흥이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던 2020년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본인의 모습을 찾는다면 젊은 선수로서 팀의 국내 선발 한 자리를 담당해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며 영입 배경을 설명했다.


LG 구단의 설명대로 2020년 최채흥은 눈부셨다. 동천초-포항중-대구 상원고-한양대를 졸업한 최채흥은 2018년 KBO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삼성에 입단했다. 2020년에는 26경기 11승 6패 평균자책점 3.58, 146이닝 123탈삼진으로 토종 투수 중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는 등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이후 끊임없는 부진에 시달렸다. 2022년 국군체육부대(상무) 입대 후 10경기 7승 무패 평균자책점 1.79를 기록하며 삼성 팬들의 기대를 높였으나, 제대 후 2년 연속 6점대 평균자책점으로 오히려 부진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에는 워크 에식(직업윤리 및 태도) 논란까지 불거지며 많은 삼성 팬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최채흥은 한양대 시절 최고 시속 150㎞, 평균 146~7㎞의 빠른 공을 던지는 좌완 에이스였다. 하지만 부상 여파로 삼성에서는 과거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그 점은 본인에게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았다. 상무 입대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것들을 시도하고 구속도 되찾을 수 있는 좋은 계기로 보였다.


의욕적으로 시작해 돌아온 2023년 6월. 본인의 몸 상태와 성적은 생각과 달랐다. 지난달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최채흥은 "전역한 해부터 성적이 안 나왔다. 그 시즌을 마치고 난 겨울에도 내가 의욕을 갖고 준비한 부분이 많았는데 그것조차 결과로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부진이 길어지다 보니 정신이 많이 무너졌다. 집에 가서도 야구에 대해 생각을 하지 못했다. 야구를 많이 놓게 되니 딴짓도 하고 그랬던 것 같다"고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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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시절 최채흥.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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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시절 최채흥.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그때 도움을 준 것이 어린 시절 함께 운동하던 사촌 형이었다. 고등학교 때까지 농구 선수로서 활약하던 최채흥의 사촌 형은 현재는 엘리트 운동선수로서 꿈을 접었지만, 보디빌딩으로서 제2의 인생을 개척해 나가고 있었다.

최채흥은 "내가 힘들 때 주변에서 도움을 주는 분들이 많았다. 사실 어머니나 동생하고는 야구 이야기를 많이 안 하는데 사촌 형이 많은 도움이 됐다. 형도 운동하다 그만뒀고 멘탈적으로도 정말 멋있는 사람이라 많이 물어보고 이야기를 나눴다. 정말 멋있는 것이 무너질 만한 상황이 있었음에도 끝까지 운동을 놓지 않았다"며 "이번 겨울에는 이렇게까지 하는데 안 될 수가 없다는 마음으로 많이 준비했다. 올해 안 되더라도 내년에는 잘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자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때마침 찾아온 LG로의 이적은 마음을 다시 한번 다잡는 좋은 계기가 됐다. LG의 홈구장 잠실야구장은 그에게 데뷔 첫 완봉승(2023년 9월 13일 9이닝 무사사구 10탈삼진)을 안겨주는 등 좋은 기억이 많은 곳이었다. 계속된 부진에도 잠실에서만큼은 통산 18경기 4승 5패 1홀드 평균자책점 3.62로 강한 면모를 유지했다. 또한 새로운 지도자와 팀 동료들은 그에게 다른 관점을 제시하면서 또 다른 최채흥의 모습을 기대케 했다.

최채흥은 "염경엽 감독님이 내게 지금 당장 구속 욕심을 낸다고 해서 구속이 나오지 않는다고 하셨다. 그보단 타자가 조금 더 어려워할 수 있는 투수가 되는 게 어떠냐고 제안하셨다. (임)찬규 형처럼 체인지업이나 커브로도 카운트를 잡고 변화구 구속을 조절할 수 있으면 직구도 더 효과를 보지 않겠냐는 식이었다"고 전했다.

아예 구속을 포기하라는 말은 아니었다. 최채흥은 "구속을 올리는 걸 포기한 건 아니다. 다만 내가 욕심내는 구속은 하고 싶다고 낼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그때까진 지금의 방향이 내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감독님도 경기에서 계속 던지고 자신감이 붙다 보면 구속은 자연스럽게 나오게 돼 있으니까, 지금은 (지금의) 장점을 살리는 피칭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조언하셨다"고 감사함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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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최채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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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미국 스프링캠프 당시 최채흥.


LG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투수 조장 임찬규는 비슷한 경험을 했던 선배로서 좋은 멘토였다. 최채흥은 "(임)찬규 형이 가장 많이 챙겨준다. 야구장 안팎에서 이야기도 많이 한다. 나는 딱딱한 느낌으로 힘으로 던지는 게 있었는데 찬규 형은 쉽게 쉽게 던지니까 이닝도 더 끌고 간다. 나도 찬규 형처럼 꾸준하게 길게 가는 선수가 되고 싶어 많이 물어본다"고 미소 지었다.

그렇게 몸과 마음에 변화를 준 최채흥은 구속에 집착하기보단 구종의 퀄리티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 전성기 때와 달라진 손목 각도를 되살리면서 직구 수직 무브먼트를 차츰 회복하고 있었다. 최채흥은 "지난해 평균 수직 무브먼트가 39㎝ 정도였는데 지금(미국 스프링캠프)은 45㎝ 이상 나온다. 가장 좋았을 때가 55㎝까지 나왔는데 계속 올라가는 게 고무적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제 더 이상 방황하던 유망주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LG는 그런 최채흥이 5선발 경쟁까지 뛰어들 정도로 기량이 올라와 주길 바란다. 최채흥은 "최소 5이닝은 끌고 갈 수 있는, 계산이 서는 선수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 잘했을 때 그랬었고, 그 모습을 기대해 날 데려온 거니까 꼭 그러고 싶다. 시즌 내내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순 없겠지만, 꾸준히 로테이션 돌면서 좋을 때의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려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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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윤 |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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