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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시범경기 당시 샌디에이고 김하성(왼쪽)과 2024년 LA 다저스 김혜성. /AFPBBNews=뉴스1, 김진경 대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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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김혜성. /사진=김진경 대기자 |
김혜성은 1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에 위치한 캐멀백 랜치에서 LA 다저스가 LA 에인절스에 6-5로 이긴 2025 메이저리그(MLB) 시범경기에서 교체 출전해 2타수 무안타 2삼진을 기록했다.
3경기 연속 안타를 생산하지 못한 김혜성의 시범경기 타율은 6경기 0.071(14타수 1안타)까지 떨어졌다. 예상됐던 시행착오다. 이날 김혜성은 변화구 위주로 대결하는 에인절스 투수들에게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했고 헛스윙만 연발한 채 삼진만 2개 더 적립했다. 그 탓에 김혜성의 개막전 로스터 진입 가능성도 어두워지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도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만약 김혜성에게 물음표가 있다면 그건 타격이다"라고 강조하며 "한국과 메이저리그는 다르다. 그는 스윙에 변화를 주고 있다"고 마이너리그 스타트 가능성에 부인하지 않았다.
이에 미국 매체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지난달 28일 "김혜성은 한국에서 4개의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수비 스타지만,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하는 것이 그에게 최악의 일은 아니다"라며 "로버츠 감독이 언급했듯이 KBO 리그와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구속 차이는 상당히 크다. 만약 김혜성이 스프링 트레이닝 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메이저리그에 바로 합류하면 안 된다. 그러는 것이 그의 적응에 있어서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고 의견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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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 /사진=김진경 대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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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김혜성. /사진=김진경 대기자 |
수비력은 인정받으면서도 타격에 의문부호를 제기하는 것이 4년 전 메이저리그 첫 시범경기를 치렀던 김하성을 향한 시선과 똑 닮았다. 2021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4+1년 최대 3900만 달러(약 571억 원) 계약을 체결했던 김하성은 시범경기 첫 8경기에서 타율 0.125(16타수 2안타)에 그쳤다. 첫 11경기까지 9개의 삼진을 당할 정도로 빠른 공과 변화구에 속수무책이었으나, 차츰 적응해 데뷔 시즌 시범경기를 19경기 타율 0.167(42타수 7안타)로 마쳤다.
이때 미국 현지의 반응도 다채로웠다. "김하성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외야수 전환을 고려해야 한다"는가 하면(MLB.com), "한국과 미국 애리조나의 시차가 있어 적응할 시간을 줘야 한다"는 이야기(디 애슬레틱)도 나왔다. 급기야 현지 매체 샌디에이고 유니언-트리뷴은 "샌디에이고가 김하성의 발전을 생각한다면 그의 연봉 700만 달러는 마이너리그로 보내는 데 아무런 걸림돌도 되지 않을 것"이라며 마이너리그행을 말했었다. 당시 김하성의 계약이 2년 차까지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없었다는 점을 지적한 분석이었다. 현재 김혜성이 듣고 있는 이야기와 같다.
김하성이 숱한 혹평에도 끝내 마이너리그로 가지 않고 개막전 로스터에 들 수 있었던 건 샌디에이고 구단의 신뢰 때문이었다. 김하성이 14경기 타율 0.125(32타수 4안타)로 여전히 부진해지고 있을 무렵 제이스 팅글러 당시 샌디에이고 감독은 "김하성이 메이저리그에 오면 처음에는 부진할 걸로 예상했다"며 "김하성이 KBO에서 뛸 때는 오랜 시간 같은 투수들을 반복해서 상대하면서 그들에게 익숙해져 있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상대하는 투수들은 모두 처음 보는 이들이다. 구속도 차이 나고, 공의 움직임도 한국과 다르다. 그 때문에 당연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믿음을 보였다.
그러면서 오타니의 예를 들었었다. 팅글러 감독은 "오타니도 메이저리그 진출 첫해에 고전했다(2018년 시범경기 타율 0.125). 김하성 역시 다른 리그에서 적응해 나갈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며,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본다. 그래서 김하성에 대해 걱정하는 것은 전혀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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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 시절 김하성. /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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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김혜성. /사진=김진경 대기자 |
이러한 믿음 속에 김하성은 차츰 성장해 아시아 내야수 최초 골드글러브 수상자로 발돋움했다. 김하성 역시 메이저리그 적응을 위해 타격과 수비에 있어 모두 변화를 줬고, 인내의 시간을 견딘 후에 꽃을 피웠다.
김혜성을 대하는 다저스 구단과 로버츠 감독의 태도도 4년 전 샌디에이고와 별반 다르지 않다. 애런 베이츠 다저스 타격코치는 "김혜성의 공을 맞히는 능력은 뛰어나다. 이건 가르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 그는 정말 성실하게 훈련을 따르고 있고, 항상 긍정적이고 정말 인상적인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또 다른 미국 매체 디 애슬레틱은 "스카우트들은 김혜성의 수비력이 메이저리그에서도 충분히 통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KBO 리그와 다른 수비 시프트와 포지셔닝에도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라고 전했다.
로버츠 감독 역시 "김혜성은 메이저리그에 자리 잡기 위해 경쟁에 뛰어들었고,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그는 빠른 구속, 무브먼트, 우투수의 커터와 체인지업에 적응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더 많은 경기에 나서야 한다"고 기다려줄 뜻을 밝힌 바 있다.
현재의 김혜성은 4년 전 김하성보다 더 조건은 좋지 않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팀답게 같은 역할의 경쟁자만 최소 4명에 달할 정도로 뎁스가 탄탄하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도 스카우트와 육성 능력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다저스 구단이 김혜성의 가능성과 워크 에식을 인정한 것도 사실. 과연 김혜성은 다저스의 기대대로 반전 활약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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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김혜성. /사진=김진경 대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