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더 나오면 잘 던지나" 임찬규에겐 142㎞면 충분, 신무기로 가치 높인다 [오키나와 현장]

온나손(오키나와)=안호근 기자 / 입력 : 2025.03.02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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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삼성과 연습경기 승리 후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LG 임찬규.
"(구속) 뭐 중요합니까. 1~2㎞ 더 나온다고 잘 던지는 건 아니니까요."

최고 시속 142㎞, 평균 138㎞를 던지고도 깔끔한 피칭을 펼친 임찬규(33·LG 트윈스)이기에 할 수 있는 말이다. 투수에게 중요한 건 구속만이 아니라는 걸 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투수 중 하나다.


임찬규는 1일 일본 오키나와현 온나손 아카마 볼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연습경기에 선발 등판해 2이닝 동안 28구를 던져 1피안타 1볼넷 1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연습경기 등판을 마친 임찬규는 기분 좋게 시범경기 모드로 돌입한다.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따낸 확고부동의 선발 자원이기에 차근히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있다.

파이어볼러 유형의 투수는 아니다. 지난해 속구 평균 구속은 140.6㎞(스탯티즈 기준)였으나 정교한 제구와 예리한 커브, 체인지업을 바탕으로 타자들을 제압했다.


이날은 지난해 홈런 1위 삼성을 맞아 30구 이내로 2이닝을 삭제했다. 등판을 마친 뒤 만난 임찬규는 "첫 이닝에는 확실히 오랜 만에 경기라 그런지 조금은 불안정했는데 나름대로 잘 잡았다"며 "마운드도 한국과 다르고 오랜 만에 일본에서 던졌는데 그래도 비교적 괜찮았던 것 같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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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찬규가 1일 삼성전에서 역투를 펼치고 있다. /사진=LG 트윈스 제공
시즌 때와 다를 것 없이 투구했다. 임찬규는 "똑같이 던져서 느낌이 나와야 거기서 피드백을 할 수 있다. 시즌 때 던지던 대로 똑같이 했고 조금 우측으로 빠지는 경향이 있어서 그것만 수정을 잘하고 마무리했다"고 전했다.

1회 김지찬에게 중전안타를 맞은 뒤 김헌곤을 삼진으로 돌려세웠지만 구자욱을 볼넷으로 내보내며 1사 1,2루 위기를 맞았다. 4번 타자 르윈 디아즈를 상대로 패스트볼을 뿌렸고 병살타를 유도해내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2회엔 삼자범퇴로 이날 투구를 마쳤다.

특히 디아즈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공은 130㎞ 중반대의 시속이 찍혔는데 이에 대해 임찬규는 "직구였다. 제일 강하게 던졌다"면서도 "최저 136㎞이었다. 전광판이 4~5㎞ 정도 덜 나온다. 초구를 던졌는데 136㎞가 찍히기에 깜짝 놀랐다. 커브가 89㎞~91㎞ 정도가 최저인데 82㎞가 나와서 위안을 삼았다. 뭔가 잘못 만들었구나 싶었다. 전력분석팀에서 최고 142㎞가 나왔다고 하니 괜찮은 컨디션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속에 집착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임찬규는 "뭐 중요한가. 안 나오면 안 나오는 대로 하면 되는 것이다. 1~2㎞ 더 나온다고 잘 던지는 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구속보다 중요한 게 무엇인지 깨닫고 영리한 투구를 펼치는 임찬규다. 대신 그가 더 신경을 쓴 부분이 있었으니 바로 새로운 변화구 슬라이더였다. 임찬규는 패스트볼과 커브, 체인지업 위주의 피칭을 펼치는데 우타자의 몸쪽으로 휘어지는 신무기 슬라이더 장착을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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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임찬규 1일 삼성전 투구를 마친 뒤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이날도 강민호를 중견수 뜬공으로 돌려세운 공이 바로 슬라이더였다. "연습을 해보려고 시즌 때와는 다른 볼 배합을 가져갔다. 슬라이더를 낮게 던지려고 했는데 존으로 형성이 됐지만 방망이 끝에 걸리면서 범타가 됐다"는 임찬규는 "일단 공의 움직임 자체는 좋았다. (박)동원이 형도 좋았다고 말해줬다. (강)민호 형에게도 물었는데 좋았다고 하더라. 이제 더 원하는 코스에 던질 줄 알게 되면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평균 구속이 어느 정도 나오는지, 어느 타이밍에 써야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좌타자의 몸쪽 기준으로 많이 쓰려고 했는데 우타자라면 높은 코스도 괜찮을 것 같다. 커브와 같이 믹스를 하면 좋을 것"이라고 전했다.

쓰임새는 분명하다. "땅볼 유도도 좋고 방망이 끝에 걸리게 하고 직구 타이밍에 안 걸리게 하는 등의 용도다. 체인지업이 들어올 수도 있고 슬라이더가 높은 코스에서 형성되면 거기서 커브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 여러 가지로 (피치) 터널을 더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그동안은 슬라이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 "사실 구종 가치 자체가 높지 않기 때문에 시즌 때도 슬라이더를 던져야 할 타이밍에 커브나 체인지를 많이 썼다"며 "그런데 지금 연습경기이고 지금이 아니면 시도해 볼 수 있는 상황이 없기 때문에 조금씩 빈도수를 다음 경기에서 높여봐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목표는 분명하다. 타자를 더 잘 잡아내는 것이다. 임찬규는 "타자를 더 잘 잡기 위해서 슬라이더가 조금 더 좋아졌으면 좋겠다"며 "그 정도면은 충분할 것 같다"고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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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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