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펑 울며' 한국 떠난 외인 극적 ML행, 또 다른 KBO 에이스 만났다! 애리조나와 마이너리그 계약

김동윤 기자 / 입력 : 2025.03.03 06:10
  • 글자크기조절
image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LG-삼성전이 지난해 6월 2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LG 선발 켈리가 완봉승을 거둔 후 인터뷰를 하며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image
LG 시절 케이시 켈리. /사진=뉴스1 제공
과거 LG 트윈스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케이시 켈리(36)가 극적으로 메이저리그(ML) 팀을 찾았다. 또 다른 KBO 에이스 메릴 켈리(37·이하 메릴)가 있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다.

미국 매체 MLB트레이드루머스는 2일(한국시간) "애리조나가 켈리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LG에서 방출된 켈리는 신시내티 레즈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미국 무대에 복귀했다. 시즌 막판 메이저리그에 승격돼 약 6년 만에 빅리그 복귀전을 치렀다. 2경기 5⅓이닝에 등판했고 마이너리그로 강등, 시즌 후에는 다시 FA를 선택했다. 빅리그 통산 성적은 28경기 2승 11패 평균자책점 5.44, 91이닝 60탈삼진.

최근에는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서 열린 LG 스프링캠프를 찾아 한국 야구팬들에게 근황을 알렸다.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LG 선수와 구단 관계자들에 따르면 켈리는 은퇴가 아닌 현역 연장의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 팀이 애리조나였다. 애리조나는 이정후(28)가 있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김혜성(27)이 있는 LA 다저스가 있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소속이다. 지난해 89승 73패로 아쉽게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고, 2년 전에는 월드시리즈까지 올라갔다. KBO 역수출 신화로도 불리는 메릴 켈리가 있는 팀이기도 하다.


image
신시내티 시절 케이시 켈리. /사진=신시내티 레즈 구단 공식 SNS 캡처
image
신시내티 시절 케이시 켈리. /사진=신시내티 레즈 구단 공식 SNS 캡처
한국에 오기 전까지 메이저리그 문턱도 밟지 못했던 메릴 켈리는 2015년부터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서 활약했다. KBO 4시즌 통산 119경기 48승 32패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하고 2018년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해내고, 2019시즌 애리조나와 구단 옵션 2년이 딸린 2+2년 최대 1450만 달러(약 209억 원) 계약을 체결하며 금의환향했다. 이후에도 꾸준히 활약해 구단 옵션을 모두 실행하고 연장계약도 맺어 빅리그 통산 140경기 53승 44패 평균자책점 3.82를 기록 중이다.

메릴이 올해도 애리조나의 4선발로 예상되는 가운데 케이시 켈리의 입지는 좁다. 일단 40인 로스터가 아닌 초청 선수로 스프링캠프에 참가했고 조던 몽고메리, 라인 넬슨, 토미 헨리 등 투수들과 롱릴리프 및 5선발 후보를 두고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켈리는 LG 구단 역사상 최고의 외인 중 하나로 꼽힌다. 외국인 투수로서 드물게 6시즌 동안 활약한 데서 보이듯 일단 실력이 바탕이 됐다. 통산 163경기에 출전해 73승 46패 평균자책점 3.25, 989⅓이닝 753탈삼진으로 LG 구단 역사상 5번째로 많은 승리를 따냈다. KBO 역사상으로도 켈리보다 많은 승리를 거둔 외국인 투수는 102승(8시즌)의 더스틴 니퍼트, 90승(6시즌)의 다니엘 리오스, 77승(8시즌)의 헨리 소사뿐이다.

2019년 입단 후 2023년까지 평균 175이닝 이상을 소화하면서 LG 마운드를 지탱했고 2023년에는 29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뛰어난 워크에식과 친화력으로 구단 구성원과 동료들의 사랑을 받은 선수이기도 하다. 한국에 처음 오는 외국인 선수들이 순조롭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기본이고, 타 팀에서 이적해오거나 새로 입단한 신인까지 한국 선수들마저 아울렀다.

image
LG 트윈스의 케이시 켈리(가운데)가 지난해 잠실 두산전이 우천 취소된 이후 열린 고별식에서 LG 팬들에게 큰 절을 하고 있다.
image
LG 트윈스의 영원한 에이스 케이시 켈리가 20일 잠실 두산전이 우천 취소된 이후 열린 고별식에서 선수들과 함께 단체 촬영에 임하고 있다.


LG 구단 관계자는 "켈리는 안 친한 선수가 없었다. 위부터 아래까지 두루두루 챙겨 켈리를 따르지 않는 선수가 없었다. 임찬규, 이정용, 김윤식도 다 켈리를 보며 컸다. 어린 선수들이 오면 '내가 형이야'라고 한국말로 말하며 말을 붙였고, 오스틴이 처음 왔을 때는 켈리가 뜬금없이 '내가 네 선배'라고 하더라. 한국말도 알려주고 오스틴도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나도 구단에서 일하면서 외국인 선수들을 많이 보내봤지만, 정말 켈리가 갈 땐 눈물이 났다. 하필 또 비도 오고 그래서 슬픔이 더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7월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많은 비와 함께 진행된 고별식은 그야말로 눈물바다였다. 당시 켈리는 선발 등판해 끝까지 경기를 책임지고 싶어 했으나, 많은 비에 결국 그 뜻을 이루지 못했고 고별식에서 펑펑 울어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이때를 떠올린 임찬규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 이별이 아팠다기보단 좋게 잘 보내줘야 하니까 최대한 웃으면서 보내려 했다. 모두가 켈리가 떠나는 걸 알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켈리가 아무렇지 않게 경기를 준비했고 비가 오는데도 계속해서 기다렸다. 그런 걸 보면서 마음 한쪽이 이상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을 떠났어도 LG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치 않은 켈리다. 그는 LG 스프링캠프 방문 후 구단을 통해 "동료들이 많이 보고 싶었다. 오늘 야구장에 나와 다시 만날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며 "팀에 있는 한 사람 한 사람 전부 그리웠다. 동료들이 시즌 준비를 잘해서 올해 좋은 일이 생기길 기원한다"고 응원의 말을 남겼다.

image
과거 LG에서 활약했던 케이시 켈리(왼쪽에서 3번째)가 16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인디언스쿨파크 야구장에서 열린 2025 LG 스프링캠프를 찾아 동료들과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LG 트윈스 제공
기자 프로필
김동윤 | dongy291@mtstarnews.com

스타뉴스 스포츠부 김동윤입니다.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뛰겠습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