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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효율화'를 앞세운 MBK의 경영전략이 실제로는 기업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방식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고려아연에서도 MBK가 적대적 인수에 성공할 경우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조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 4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홈플러스는 같은 날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달 28일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가 홈플러스 단기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하향 조정하면서 단기자금 상환 부담이 커지자 이를 경감시키기 위해 기업회생절차를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유통업계에서는 2015년 말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이후 '자산 효율화' 명목으로 매년 점포와 기구를 비롯한 영업용 토지와 건물, 그리고 임대수익을 비롯한 영업외수익 확보 목적의 토지와 건물 등을 지속적으로 매각해 수조 원대 운영자금을 확보해 온 경영전략이 실패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MBK가 인수 절차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으로 홈플러스를 경영하기 시작한 2016회계연도(2016년3월~2017년2월)부터 2023회계연도(2023년3월~2024년2월)까지 유형자산과 매각예정자산, 투자부동산을 처분해 확보한 현금은 총 4조113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처분액 기준으로 가장 많이 매각한 자산은 유형자산이다. 점포와 점포가 들어선 토지, 점포 내 영업기구 등을 매각해 9년여간 3조4000억원을 확보했다. 같은 기간 유형자산 취득에 7081억원을 투자한 점을 고려해도, 유형자산 매매로만 홈플러스는 2조원이 훌쩍 넘는 현금을 얻었다.
대규모 유형자산 처분과 그에 한참 못 미치는 미약한 투자는 고스란히 홈플러스의 정체로 이어졌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국내 소매시장 규모는 2014년 382조원에서 2023년 509조원으로 33% 넘게 증가했다. 하지만 홈플러스의 2023회계연도 매출액은 6조9314억원으로 MBK 인수 직후인 2016회계연도 매출액 6조6067억원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수익성과 재무구조다. 최근 3개 회계연도 모두 영업적자와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영업력 개선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을 뿐 아니라 대규모 금융비용으로 영업외에서도 비용 부담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663.9%, 944.0%, 3211.7%로 급등했다. 이는 신용평가사들이 등급하락을 결정한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홈플러스는 기업회생절차로 채권 등이 유예돼 금융비용 부담이 줄어들고 현금 창출력도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대주주인 MBK도 이번 기업회생절차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홈플러스 경영 실패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MBK가 추진하고 있는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가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적대적 M&A를 앞장서 지휘하는 김광일 MBK 부회장이 홈플러스의 대표이사로 근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부회장의 경영능력에 의구심이 커진 상황에서 과연 MBK가 국가기간산업을 제대로 경영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특히 그간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비판했던 이들이 지속적으로 핵심 자산 쪼개 팔기와 기술 유출, 또 이로 인한 심각한 산업 경쟁력 훼손 등을 우려했다는 점에서 반대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MBK 측은 이에 대해 거듭 부인하고 있지만 과거에도 이런 약속을 했다가 지키지 못한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MBK가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에도 점포 등 핵심 자산 쪼개 팔기와 구조조정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이에 대해 김광일 당시 MBK 대표는 "홈플러스 직원들의 현재 고용 조건과 단체교섭 동의를 존중하며,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없다"며 "MBK는 직원들과 노동조합, 협력사, 고객 등 이해관계자들과 생산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경영진과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약속을 결과적으로 지켜지지 못한 셈이다. 홈플러스 인수 당시에도 MBK파트너스가 앞서 2008년 한 미디어 업체 인수 과정에서 직원 고용승계를 약속했지만 결국 구조조정을 실시했다는 점, 또 2013년 금융사 인수 당시에도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했지만 사실상 지키지 못했다는 점 등이 회자된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MBK의 경영 공식 중 하나가 '자산 효율화'인데, 업계에서는 이러한 공식이 과연 지속가능하면서 효과적인가라는 의문이 있었다"며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신청은 MBK의 경영 능력에 믿음을 갖지 못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에 성공한 뒤 고려아연의 비철금속 제련사업과 이차전지 사업, 전략광물 사업 등을 각각 쪼개 팔고 나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다면 국내 산업 경쟁력에 심각한 손상을 입힐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와 정치권이 심각하게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홈플러스 노조도 이날 성명을 내고 "신용등급 하락은 기업의 재무 건전성이 심각하게 악화됐음을 의미하며, 그 핵심 원인은 노동조합이 지속적으로 경고해왔던 점포 매각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점포 매각을 통한 일시적인 자금 확보는 기업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 해법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