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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김광현. /사진=SSG 랜더스 제공 |
2025 KBO 시범경기가 8일 오후 1시 수원(LG-KT), 청주(두산-한화), 대구(SSG-삼성), 사직(KIA-롯데), 창원(키움-NC) 5개 구장에서 개막전을 치른다. 이를 시작으로 오는 18일까지 팀당 10경기씩 총 50경기가 펼쳐진다.
이번 시범경기에선 새로운 규정들이 적용된다. 하향 조정된 ABS(자동 투구판정 시스템) 존, 피치클락 규정 및 타자 주자가 1루로 주루 시 3피트 레인 내에서 뛰어야 했던 것을 1루 페어지역 안쪽의 흙 부분(전 구장 1루 파울라인 안쪽 흙 너비 최소 45.72cm ~ 최대 60.96cm 범위 내 통일)까지 달릴 수 있게 주로 범위를 확대한 규칙, 그리고 투수와 타자의 준비 시간을 제한하는 피치 클락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커다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건 단연 피치 클락이다. 피치 클락은 3시간 가량 진행되는 야구 경기 시간을 줄이자는 데서 마련된 제도로 투수는 주자가 없을 때엔 20초, 주자가 있을 때는 25초 내로 공을 던져야 한다. 포수는 9초가 표기된 시점 안에 포수석에 위치해 있어야 하고 타자는 8초가 표기된 시점에 양 발을 타석에 두고 타격 준비를 마쳐야 한다. 이를 어길 시에는 수비 측에는 볼, 공격 측엔 스트라이크가 주어진다.
KBO는 지난해 후반기 도입을 목표로 전반기부터 시범 운영했지만 피치 컴 등이 구비되지 않은 채로 진행된 터라 결국 후반기까지 시범운영을 했다. 구두경고 조치 등이 있었지만 실제 페널티로는 이어지지 않았기에 사실상 유명무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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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가 공을 받고 투구를 준비하는 중에도 흘러가고 있는 피치 클락./사진=뉴시스 |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투수들로부터 피치 클락에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 들어볼 수 있었다. 김광현(37·SSG 랜더스)은 "저는 워낙 빨리 퇴근시키려고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템포는 빨리빨리 가져갈 생각"이라며 "빨리 하다 보면 숨이 차더라. 1볼 2스트라이크 같은 상황에서 한 번 볼은 괜찮기 때문에 한 두 번 정도는 위반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꼭 위반을 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숨이 찰 때는 조금씩 쉬어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상황에 쫓길 때에 대한 대비책도 세워두고 있다. 김광현은 "코치님, 포수와 함께 적극적으로 타임을 요소요소에 활용할 계획"이라고도 덧붙였다.
백전노장이고 템포도 빠르기에 이를 오히려 역이용해 타자를 압박할 수도 있지 않을까. 김광현은 고개를 저었다. "ABS나 피치 클락에 초점을 맞추다보면 내 피칭이 안 될 수 있다"며 "내 템포와 체력이 있기 때문에 피치 클락에 맞춰서 던진다기보다는 나에 맞춰서 던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투구 템포가 빠르기로 잘 알려져 있는 지난해 공동 다승왕 원태인(25·삼성 라이온즈)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저는 템포가 빠른 투수다. 물론 아직 적응이 안 돼 있으니까 몇 번 타임 오버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그렇게 크게 저에게 지장을 줄 만한 시간은 아닌 것 같아서 크게 신경이 쓰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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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원태인은 피치 클락에 대해 "크게 신경이 쓰이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사진=안호근 기자 |
투수에게만 적용되는 문제는 아니다. 피치 클락의 시작은 투수가 포수가 던진 공을 받는 순간부터 진행되는데, 직전 상황에 따라 야수들이 제대로 준비할 시간이 부족할 수도 있다.
김광현은 "저는 템포가 워낙 빠른 편이기에 크게 걱정 안하지만 야수들, 특히 외야수의 경우는 파울 타구를 따라갔다가 돌아왔을 때 숨이 찰 것이다. 저는 5일에 한 번씩 나가지만 야수들은 매일 경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그럴 때 돌아오는 시간을 기다려줘야 한다"며 "투수가 공을 잘 던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야수들을 위해 시간을 벌어주기도 해야 하는데 피치 클락 때문에 쫓겨서 공을 던지는 건 조금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은 KBO에서 양해를 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어 "그렇게 (야수가) 힘든 상황에서 어떻게 허슬 플레이와 좋은 경기력이 나오겠나. 볼 데드가 됐을 때 그런 부분을 조금 더 확실하게 피치 클락을 체크해 주셨으면 좋겠다"며 "경기를 빠르게 하고 역동적인 건 좋지만 좋은 플레이가 나오려면 그러기 위해선 야수들의 입장에선 조금 힘들 수도 있을 것 같다. 작년에도 몇 번 피치 클락에 걸렸던 게 그것 때문이었다. 삼진을 잡고 공이 (야수들을) 한 바퀴 돌고 제가 받았을 때 3초 밖에 안 남기도 했다. 그러면 사인 받을 시간도 없더라"라고 말했다.
김광현은 "파울이 나거나 했을 때 심판과 '이제 시작하겠습니다'라고 신호를 준다든가, 아니면 심판이 플레이볼 선언을 한 다음에 시작을 하는 등 그런 부분이 더 필요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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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김광현이 피치 클락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