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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치리노스가 8일 수원 KT전 4회 강판당하고 있다. |
치리노스는 8일 수원시 조원동에 위치한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년 KBO 시범경기 개막전(관중 1만 3179명 입장)에서 KT 위즈를 상대로 3⅓이닝(61구) 동안 3피안타(1피홈런) 1볼넷 1탈삼진 3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LG는 7개 대 5개로 KT보다 더 많은 안타를 때려냈음에도 득점권에서 침묵하며 1-5로 패했다. 경기 전 염경엽 LG 감독은 치리노스의 투구 수를 55~60개로 예고하면서 다음 등판 때 80구를 던지고 정규시즌 1선발로 내세울 계획을 공개했다.
치리노스의 1선발행은 예상된 결과였다. 치리노스는 메이저리그 통산 75경기에 등판, 20승 17패 평균자책점 4.22, 356⅓이닝 283탈삼진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26의 성적을 낸 잔뼈 굵은 우완 투수다. 평균 시속 150㎞ 이상의 투심 패스트볼, 포심 패스트볼과 뛰어난 무브먼트의 싱커와 스플리터가 인상적인 땅볼 유도형 투수다.
가장 좋은 기량을 보였던 탬파베이 레이스 시절, 오프너(선발 투수가 짧은 이닝을 소화하는 것) 전략의 대명사로 통할 만큼 강한 구위를 인정받았던 선수라 1선발 예상은 놀라운 것이 아니었다. 지난달 27일 일본 오키나와 캠프 KIA 타이거즈전에서도 2이닝 무사사구 1탈삼진으로 퍼펙트 피칭을 펼쳐 기대감을 높였다.
이날도 3회까지는 나쁘지 않았다. 이날도 최고 구속이 시속 151㎞까지 나왔고 공 43개 중 21구를 투심 패스트볼로 던져 7개의 땅볼을 유도하며 무실점 피칭을 했다. 허용한 출루는 1회 허경민에게 포크를 던져 맞은 좌전 안타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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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치리노스(오른쪽)가 8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KBO 시범경기에서 KT 장성우에게 홈런을 맞고 아쉬워하고 있다. |
결국 4회말 치리노스는 크게 흔들렸다. 선두타자 로하스 주니어가 4구째 시속 149㎞ 포심 패스트볼을 때려 좌측 담장을 맞히는 2루타로 출루했고, 허경민이 초구를 건드려 진루타를 만들었다. 장성우는 포크와 투심 패스트볼에 0B2S의 불리한 볼카운트로 시작했으나, 포크를 골라내고 투심을 골라낸 뒤 높게 들어오는 시속 149㎞ 포심 패스트볼을 통타해 좌측 담장을 크게 넘겼다.
이후에도 치리노스는 고전했다. 문상철을 상대로 투심 패스트볼을 던져 또 한 번 0B2S의 유리한 볼카운트로 시작했으나, 연거푸 던진 스위퍼가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가지 못했다. 투심으로 다시 승부했으나, 이번에는 문상철이 골라 볼넷 출루하면서 이닝을 끝내는 데는 실패했다. 구원 등판한 정우영의 제구 난조로 책임 주자 문상철이 홈을 밟으면서 3실점으로 시범경기 첫 등판을 마쳤다.
경기 후 만난 장성우에 따르면 노림수가 적중한 홈런이었다. 장성우는 "치리노스의 투심, 스위퍼, 포크볼 등 떨어지는 공이 괜찮았다. 하지만 직구를 유일하게 던질 때가 10% 정도 되는데 보통 하이 패스트볼을 던진다고 들었다. 그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반응을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4회부터 풀린 상황에는 "(1~3회와) 크게 다른 건 없었다. 치리노스의 투심 패스트볼이 영상에서 보던 것보다 생각보다 많이 좋았고, 치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은 했다. 그래도 왼손 타자들이 오른손 타자보다는 공략하기 편하다고 느꼈는데 로하스가 잘 쳐줘서 기회가 생겼다"고 말했다.
스위퍼에 대해서는 애매한 평가를 내렸다. 장성우는 "최근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인 선수들이 모두 정말 좋은 스위퍼를 가지고 있었다. KIA의 네일, NC의 페디 등 너무 좋은 스위퍼들을 많이 보다 보니 타자들에게도 눈에 조금 익은 면이 있다"며 "좌타자가 조금 상대하기 편하다는 것도 몸쪽으로 말려 오는 것보단 바깥쪽으로 나가는 공이 더 편해서 그렇다"고 밝혔다.
치리노스의 투심 패스트볼은 베테랑 타자들이 많은 KT 선수들도 고전할 만큼 명불허전이었다. 하지만 좀처럼 속지 않고 콘택트해내는 한국 타자들을 어떻게 상대할지에 대한 숙제를 안고 시즌을 시작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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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치리노스가 8일 수원 KT전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