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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이상규가 9일 두산 베어스와 시범경기에서 선발 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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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과 시범경기에서 투구를 준비하고 있는 이상규.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
김경문(67) 한화 감독은 10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SSG와 2025 KBO 시범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이상규에 대해 "조금 아쉽다. 훈련도, 준비도 많이 했는데 본인이 너무 잘하려고 한 것 같다"며 "어제 끝나고 조금 생각 정리를 하라고 2군으로 보냈다"고 밝혔다.
컨디션이 아직 올라오지 않은 문동주(22)를 대신해 대체 5선발로 낙점돼 선발 기회를 잡았던 이상규는 9일 두산 베어스와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2⅓이닝 동안 60구를 던져 6피안타 2사사구 3탈삼진 4실점(3자책)한 뒤 조동욱과 교체됐다.
1회초부터 흔들렸다. 선두 타자 김민석에게 중전 안타를 맞고 김재환에게 볼넷을 내줬다. 그러나 이후 양의지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데 이어 제이크 케이브를 1루수 땅볼, 강승호를 다시 삼진 아웃시켰다. 포수 이재원의 포일로 선취점을 내줬지만 위기 관리 능력이 돋보인 투구였다.
2회초에도 불운은 이어졌다. 양석환, 오명진, 박준영에게 3연속 안타를 맞은 이상규는 정수빈의 2루수 뜬공 때 인필드플라이가 선언됐는데 야수들의 어설픈 수비로 두산에 한 베이스씩 진루를 허용했다. 이어 김민석에게 적시타까지 허용하며 0-4까지 점수 차가 벌어졌다.
3회 첫 타자 강승호에게 볼넷을 내준 뒤 양석환을 3루수 땅볼로 돌려세운 뒤 조동욱과 임무를 마치고 물러났다.
수비의 도움을 받지 못한 것은 아쉬웠지만 스스로도 만족할 수 없는 투구였다. 너무 쉽게 볼넷을 허용했고 피안타도 많았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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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LG전에서 이적 후 첫 승을 거두고 포효하는 이상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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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 후 첫 승 인터뷰 도중 눈물을 보인 이상규. |
누구보다 간절한 선수다. 2015년 2차 7라운드 70순위로 LG의 지명을 받았으나 2019년이 돼서야 1군에 등록됐고 2020년 5월 고우석이 빠진 마무리 자리에 올라 2승 4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ERA) 1.46으로 아름다운 한 달을 보내기도 했지만 이후 3패만 보태며 ERA도 6.68로 마쳤다.
2021년 7경기 출전에 그쳤고 2022년엔 단 한 번도 1군 콜업을 받지 못한 그는 2023시즌을 앞두고 육성선수로 전환됐다. 이후 1군의 부름을 받고 다시 정식 선수로 등록됐으나 불펜진이 탄탄한 LG에서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했다.
결국 35인 보호명단에서 제외돼 2차 드래프트 시장에 나왔고 한화가 보상금 4억원을 들여 1라운드에 영입했다. 지난해 6월 김경문 감독 부임 이후 1군에서 기회를 잡기 시작한 이상규는 25일 두산전에서 9회말 구원 등판해 2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쳐 이적 후 첫 승을 거뒀다.
수훈 선수 인터뷰에서 오열한 이상규는 "한 번 육성선수로도 내려갔었기 때문에 실패할 것이라는 생각이 컸다. '나도 이제 잘리는 건가'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면서도 "그걸 극복하고 여기 와서 팬들도 많은 곳에서 이런 일이 생겨서 색다르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럼에도 통산 3승 4패 7세이브 1홀드 ERA 5.96에 불과한 무명 투수는 시즌을 마치고는 자비를 들여 미국 트레드 애슬래틱스에 유학까지 다녀왔다. 지난해 연봉 4400만원, 올 시즌 인상돼 4800만원에 불과하다는 걸 고려하면 얼마나 절실했는지를 읽어볼 수 있다. 그만큼 올 시즌 성공하겠다는 의지가 강렬했고 마무리 캠프 때부터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하며 김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다.
김 감독은 이상규에게 아직 더 기회가 더 있을 것이라고 암시하기는 했지만 보장된 것은 아니다. 김 감독은 "어제 그 뒤에 나온 선수(조동욱)가 내용이 괜찮았다. 투구수는 조금 모자랐지만 그 선수를 한 번 또 써보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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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상규. /사진=안호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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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왼쪽)가 지난해 이적 후 첫 승 후 김경문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