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153→154㎞! 이런 투수가 6년간 1군 못 밟았다니... 연봉 절반 털어 美 유학 자청한 '장발 열정가이'

창원=양정웅 기자 / 입력 : 2025.03.12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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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홍원빈. /사진=양정웅 기자
KIA 홍원빈. /사진=양정웅 기자
구위만 보면 어떻게 이런 투수가 아직 1군에서 한 경기도 던지지 못했나 싶을 정도다. 홍원빈(25·KIA 타이거즈)이 긴 머리를 휘날리면서 강속구를 뿌리고 있다.

홍원빈은 지난 10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2025 신한 SOL Bank KBO 시범경기에서 팀이 3-6으로 뒤지던 8회말 마운드에 올랐다.


첫 타자 송승환을 상대로 홍원빈은 초구부터 시속 153㎞의 강속구를 뿌려 헛스윙을 유도했다. 이어 같은 코스로 2개를 더 던져 3구 삼진을 잡아냈다. 마지막 3번째 공은 154㎞까지 나왔다. 팀 동료들도 전광판을 보며 구속에 놀란 모습을 보였다.

이어 7번 도태훈에게는 볼넷을 내준 홍원빈은 대타로 나온 강타자 박민우에게 초구 바깥쪽 낮은 코스의 패스트볼을 뿌려 1루수-유격수-투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를 유도했다. 세 타자로 이닝을 마치고 홍원빈은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이날 홍원빈은 1이닝 1탈삼진 1볼넷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결과 자체보다도 놀라운 건 그의 구속이었다. 연신 150㎞를 훌쩍 넘기는 볼을 쉽게 던졌다. 총 9개의 공 중 투심 패스트볼로 분류된 마지막 공을 제외하면 모두 포심 패스트볼을 던졌다. 최저 152㎞, 최대 154㎞라는 놀라운 기록이었다. 이날 해설을 맡은 장성호 KBSN스포츠 해설위원도 "이 정도 스피드면 변화구가 필요 없다"고 말할 정도였다.


KIA 홍원빈.
KIA 홍원빈.
이범호 KIA 감독은 다음날 취재진과 만나 홍원빈의 투구에 대해 "구위를 봤을 때는 확실히 미국에 가서 던져보고 많은 걸 느낀 게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어제는 원빈이한테는 큰 경험치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도 했다.

아직 1군에서는 한 경기도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던 홍원빈은 어느덧 프로 7년 차를 맞이하는 선수다. 덕수고를 졸업한 후 2019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지명 1라운드 전체 10순위로 KIA에 지목을 받았다.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후 시속 140㎞ 후반대의 패스트볼을 던지며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항상 제구가 발목을 잡았다. 홍원빈은 지난해까지 퓨처스리그 통산 31경기 등판에 그쳤고, 2승 15패 평균자책점 12.56을 기록했다. 특히 71⅔이닝 동안 삼진을 44개 잡는 동안 4사구가 무려 107개(볼넷 92개, 몸에 맞는 볼 15개)나 나왔다. 지난해에는 9월 6일 삼성전에서 1이닝 1피안타 7볼넷 6실점을 기록하는 등 1⅓이닝 11볼넷을 허용했다.

KIA 홍원빈.
KIA 홍원빈.
이 감독은 "충분한 구위는 있었고, 그 정도 스피드는 언제든지 던질 수 있는 선수다. 컨디션이 좋은 날은 밀고 들어가고, 안 좋은 날은 안 좋다 보니 그 전에는 1군에서 많은 경기 경험을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빠른 볼이라는 무기는 무시할 수 없었다. KIA는 2023시즌 종료 후 홍원빈을 호주프로야구(ABL) 캔버라 캐벌리에 파견했고, 올 시즌에도 육성선수 신분인 그를 스프링캠프에 데려갈 정도로 희망을 보이고 있다.

투구 다음날 취재진과 만난 홍원빈은 "생각한 것보다는 잘 들어가서 만족했다"며 자신의 피칭을 돌아봤다. 이어 "스프링캠프 기간에는 내 공을 못 던졌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어제(10일)는 던지고 내려오면서 후련한 마음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감정은) 프로에 입단한 후 처음인 것 같다"고도 했다.

피해가지 않고 과감한 승부를 펼친 홍원빈은 "가운데만 보고 던졌다. 원래도 포수 사인에 고개를 젓지 않는데, (한)승택이 형이 워낙 직구만 던지라고 하셔서 믿고 던졌다"고 밝혔다. 그는 "(힘으로 찍어 누를 수 있겠다는) 확신을 어제 가지게 됐다"고 얘기했다.

KIA 홍원빈.
KIA 홍원빈.
시속 150㎞ 중반대의 볼을 연거푸 던진 홍원빈, 아직도 구속이 더 올라올 여지가 있을까. 그는 "날씨가 따뜻해지면 좀 더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157㎞ 이상도 찍겠다'는 말에는 "확신하진 못한다"며 웃은 그는 "아직 몸을 다 쓰는 느낌은 아니어서 충분히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홍원빈은 이번 겨울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 있는 트레드 애슬레틱 센터에서 투구 메커니즘을 다듬었다. 3000만 원의 최저연봉을 받는 그가 1500만 원을 털어 갈 정도로 절실한 마음이었다. "전혀 아깝지 않았다"고 말한 그는 "엄청나게 바뀌어서 좋아진 것보다는, 팀에서도 코치님들과 하고 있었던 과정이 있었는데, 그런 게 좀 풀린 느낌이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홍원빈은) 육성선수이기 때문에 다시 퓨처스리그에 내려보내서 운동을 하며 엔트리에 등록할 수 있는 시점(5월 1일)에 판단을 하겠다"고 밝혔다. 홍원빈은 "최근뿐만 아니라 지명받았을 때부터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던지는 상상을) 해봤다"며 1군 데뷔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KIA 홍원빈.
KIA 홍원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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