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주가 나처럼 힘든 길 걷지 않았으면" 한화 156㎞ 신인 향한 '전체 1순위' 진심

김동윤 기자 / 입력 : 2025.03.13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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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김서현이 11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5 KBO 시범경기 SSG전을 승리로 이끈 후 취재진과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한화 김서현이 11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5 KBO 시범경기 SSG전을 승리로 이끈 후 취재진과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언제 이렇게 컸을까. 한화 이글스 김서현(21)이 프로 무대 적응에 나선 후배 정우주(19)를 향한 애틋한 진심을 드러냈다.

김서현은 지난 11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5 KBO 시범경기 SSG 랜더스전에서 승리한 뒤 "(정)우주가 힘들면 먼저 도와주고 싶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김서현은 효제초-자양중-서울고 졸업 후 2023년 KBO 신인드래프트 전체 1라운드 1순위로 한화에 입단했다. 서울고 시절부터 시속 155㎞의 빠른 공을 던지며 주목받았으나, 프로에서는 투구폼 수정과 제구 난조로 마음고생을 했다. 데뷔 시즌 1군에서 20경기 평균자책점 7.25를 기록했고, 지난해 김경문 감독과 양상문 투수코치가 한화에 부임한 이후에야 조금씩 안정을 찾고 2년 차 시즌을 37경기 평균자책점 3.76으로 마칠 수 있었다.

그랬던 자신의 모습이 올해 신인 정우주에게 투영됐던 모양이다. 정우주 역시 구남초(남양주리틀)-건대부중-전주고 졸업 후 2025년 KBO 신인드래프트 전체 1라운드 2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특급 유망주다. 고2 겨울부터 빠르게 성장해 시속 156㎞를 꾸준히 던지는 파이어볼러로 주목받았고, 그에 대한 기대가 김서현 지명 당시 못지않다.

정우주도 스프링캠프 기간 스스로 "위축됐다"고 할 만큼 마음고생이 있었다. 연습경기 5경기 동안 4이닝 7피안타 5볼넷 5탈삼진 4실점을 기록하며 제구에 어려움을 겪었다. 최근 대전에서 만난 정우주는 "자신감을 많이 잃었었다. 팬분들이 내게 거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고 같은 신인인 (권)민규나 다른 선배님들이 잘 던지니까 나도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하지만 그 욕심이 너무 지나쳐서 내가 정작 해야 할 걸 하지 못해 아쉬웠다"고 말했다.


한화 정우주.
한화 정우주.
하지만 김서현은 그러지 않길 바랐다. 김서현은 "(정)우주가 내가 신인일 때처럼 생각하고 있더라.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신인이니까 신인다운 패기를 보여줬으면 한다"며 "나는 당시 그러지 못해 힘든 길을 걸었는데 우주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염려했다.

그런 마음에서 캐치볼 상대로도 나서는 등 스스로 정우주의 멘토 역할을 자처했다. 김서현은 "(정)우주가 스프링캠프 때 방황하는 것이 보였다. 변화구에 위축되기도 해서 항상 캐치볼할 때 변화구를 조금씩 던지게 한다. 나도 캐치볼 때 변화구를 연습하는 루틴을 만들다 보니 좋아진 경험이 있다. 우주도 조금만 더 그렇게 하면 충분히 좋아질 수 있다"고 미소 지었다.

한층 여유가 생긴 모습이었다. 과거 무언가에 쫓기던 신인은 더이상 없었다. 김서현은 "(정)우주가 나보다 더 잘할 것 같은 느낌이 있다. 그래서 더 이상의 내 비밀은 알려주지 않으려 한다"고 농담하면서도 "항상 우주가 힘들다고 하면 먼저 도와주고 싶다. 나도 그런 힘든 과정을 겪었기 때문에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우주는 그 힘든 길을 걷지 않았으면 한다. 조금 더 잘 풀렸으면 한다"고 응원했다.

어느덧 3년 차가 된 김서현이 바라는 모습을 이날 1년 선배 문동주(22)가 보여줬다. 이날 한화는 9이닝 동안 6명의 투수가 등판해 볼넷 하나만 내주면서 삼진은 11개를 솎아내는 압도적인 피칭으로 SSG에 8-0 승리를 거뒀다. 라이언 와이스가 최고 시속 156㎞의 빠른 공을 던지며 4⅔이닝 무사사구 7탈삼진으로 스타트를 끊었고, 김도빈(⅓이닝) 이후 문동주-김종수-김서현-한승혁이 차례로 1이닝씩 맡아 영봉승을 완성했다.

한화 김서현.
한화 김서현.
지난해 리그 정상급 불펜으로 올라선 김서현도 시속 156㎞의 빠른 공을 던지며 1이닝 동안 삼진 하나를 솎아내는 퍼펙트 피칭으로 쾌조의 컨디션을 알렸다. 한국에서 보기 힘든 빠른 공에도 와이스와 김서현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이날 6개월 만에 복귀전을 치른 문동주가 평균 시속 157㎞, 최고 159㎞의 공을 던졌기 때문. 중계화면에는 문동주의 공에 김서현이 감탄하는 모습도 잡혔다. 하지만 김서현이 감탄한 건 단지 빠른 구속이 아니었다.

김서현은 "사실 (문)동주 형의 공인 159㎞는 될 것 같다 예상했는데 정말 나왔다. 하지만 빠른 공이 의식된다기보단 제구가 조금 더 안정적인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동주 형은 빠른 공과 제구 둘 다 가능하니까 그게 부러웠다"며 "최근 내 기록이 나쁘지 않았다. 개막하면 더 잘할 수 있는 느낌도 들어서 시즌이 더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올해는 새 구장, 새 유니폼, 새로운 선수들도 있으니까 팬분들 앞에서 좋은 경기를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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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윤 | dongy291@mtstarnews.com

스타뉴스 스포츠부 김동윤입니다.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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