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타석 무안타'→"최정은 걱정 안해", 그 뒤엔 '슈퍼 유틸리티' 맹타가 있다... SSG '리모델링' 완성이 보인다

안호근 기자 / 입력 : 2025.03.13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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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최정. /사진=SSG 랜더스 제공
SSG 최정. /사진=SSG 랜더스 제공
"최정은 걱정 안 해요."

FA(프리에이전트) 누적 302억원. KBO리그 최고액 기록을 썼다. 그러나 3번째 FA 계약 이후 시범경기에서 안타 하나도 뽑아내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사령탑은 자신만만하다. 한국 야구의 살아 있는 전설이 자신만의 페이스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최정(38·SSG 랜더스)은 4차례 시범경기에서 14타석 12타수 무안타, 2사사구 4삼진으로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2005 SK 와이번스(SSG 전신) 1차 지명자인 최정은 데뷔 초부터 꾸준한 활약을 펼쳤고 2014시즌 뒤 4년 86억원에 SK에 잔류한 최정은 2018년 12월 두 번째 FA에서도 친정팀에 남았다. 6년 최대 106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30대 후반의 나이에도 여전히 최고의 3루수로 이름을 떨쳤다. 지난 시즌 성적은 타율 0.291 37홈런 107타점 93득점, 출루율 0.384, 장타율 0.594, OPS 0.978. SSG로선 나이는 고민거리가 되지 않았다. SSG는 최정에게 4년 총액 110억원을 안겼다. 3차례 FA에서 302억원을 품은 최정은 양의지(277억원)를 제치고 FA 누적 총액 신기록을 세웠다.

최정. /사진=SSG 랜더스 제공
최정. /사진=SSG 랜더스 제공
20시즌 동안 2293경기에 나섰고 타율 0.288 2269안타(역대 6위), 495홈런(역대 1위), 4197루타(역대 1위), 1561타점(역대 2위), 1461득점(역대 1위), 1037볼넷(역대 5위) 등으로 KBO리그의 타격 기록을 새로 써 나가고 있는 대타자다.

시범경기 성적에 열을 올릴 필요가 없다는 건 야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다만 최정은 언제 에이징 커브가 찾아와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이고 1차 스프링캠프를 본진인 미국 플로리다가 아닌 일본 가고시마에서 퓨처스(2군)과 함께 했던 터라 불안감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숭용 감독은 걱정하지 않았다. 11일 한화 이글스전을 앞둔 이 감독은 "최정, 한유섬 같은 선수들은 크게 신경 안 쓴다. 다 시즌에 맞춰서 올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근거로 작년 시즌 전 추신수(43) 구단주 보좌역이 해준 말을 떠올렸다. "시범 경기 때 9등을 했다. 감독을 처음 맡았는데 솔직히 불안했다. '선수들에게 맡겨 놨더니 내가 좀 틀렸나' 그런 생각도 들었다"면서 "그런데 추 보좌가 '감독님 지금 걱정 많이 되시죠'라고 묻더니 '시즌 들어가면 바뀔 겁니다. 확신합니다'라고 말했는데 정말 시즌 때는 바뀌더라"고 전했다.

지금 팀에서 그런 모습이 보이고 이 감독은 이를 두고 '보이지 않는 힘'이라고 표현했다. 어떤 팀보다도 열심히 준비했다고 자부할 수 있고 그렇기에 선수들을 믿고 시즌을 치르겠다는 생각을 나타냈다.

이숭용 SSG 감독. /사진=SSG 랜더스 제공
이숭용 SSG 감독. /사진=SSG 랜더스 제공
이 감독은 "저는 분위기 좋게 만들고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눈치 안 보고 열심히 뛸 수 있게끔 만들어주면 그 안에서 모든 책임은 감독이 지는 것"이라며 "선수들과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기 때문에 올 시즌은 재미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과거 선수들의 역량만 믿고 방임야구를 펼치는 지도자들도 있었다. 다만 이 감독을 이와 같은 잣대로 평가할 순 없다. 이 감독은 지난 시즌부터 '팀 리모델링'을 강조했고 이번 스프링캠프에서도 이를 최대 과제로 내세웠다.

그 결과 자연스런 세대교체 분위기를 만들었다. 특히 내야에선 1루에 고명준(24), 2루에 정준재(22)가 새로 자리를 잡았다. 유격수엔 박성한(27)이 중심을 잡고 있고 3루수는 최정이 자리를 지키면서도 그를 뒷받침할 선수로 박지환(20)을 키워냈다.

앞서 이 감독은 최정을 일주일에 4경기 정도는 3루수로, 나머지엔 지명타자로 활용하며 체력을 안배해주겠다고 했다. 최정이 지명타자로 나서는 경기엔 박지환이 3루를 맡을 계획이다. 다만 최정의 은퇴 혹은 부진할 때까지도 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박지환이 꾸준히 출전 기회를 얻어야 하고 언제라도 주전으로 도약할 수 있게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기에 박지환이 3루수가 아닌 어느 포지션에서라도 일단 최대한 많이 나설 수 있도록 준비했다. 마무리 캠프에 이어 스프링캠프에서 외야 수업까지 시킨 이유다.

이숭용 감독(왼쪽)이 스프링캠프에서 박지환의 타격을 지도하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
이숭용 감독(왼쪽)이 스프링캠프에서 박지환의 타격을 지도하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
스프링캠프에서 3루 수비 훈련을 하고 있는 박지환. /사진=SSG 랜더스 제공
스프링캠프에서 3루 수비 훈련을 하고 있는 박지환. /사진=SSG 랜더스 제공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스프링캠프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던 박지환은 시범경기에서 '슈퍼 유틸리티' 역할을 해내며 훨훨 날아다니고 있다.

첫 경기엔 우익수로, 2번째 경기엔 3루수와 유격수, 3번째 경기엔 지명타자로, 4번째 경기엔 유격수로 풀타임을 소화했다.

2년 차 선수에게 어찌보면 가혹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했지만 박지환은 16타석에서 16타수 5안타(2루타 1개), 타율 0.385에 2볼넷 2삼진 1도루로 맹활약하고 있다.

이 감독은 박지환에 대해 "지금으로서는 거의 80~90%는 안정적으로 본다. 특히 외야 쪽에서는 본인이 더 재미있어 하는 것 같다. 움직이는 건 누가 봐도 안정감이 보일 정도이기에 테스트를 계속할 생각"이라며 "플랜B, 플랜C까지도 고민하고 있다. 주 포지션은 3루수가 될 것이지만 (최)정이 체력을 세이브 해줄 때 지환이가 들어가고 (박)성환이를 세이브 해줄 때는 유격수로도 들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관건은 타격이다. "타격이 살아나야 수비도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걸 잘 유지하면 적극 기용할 생각"이라며 "(정)준재와 (고)명준이, 지환이, (조)형우 이렇게 4명은 웬만하면 밀고 갈 생각이다. 물론 퍼포먼스가 나야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지만 일단 먼저 기회를 줄 생각"이라고 밝혔다.

자연스러운 리모델링의 모양을 잡아가고 있다. 이 감독은 "제가 바라는 게 그런 것이다. 어린 친구들이 올라오면 기존에 있는 선수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그럼 자연스럽게 바뀌게 되기 때문에요. 그만큼 어린 선수들이 준비를 많이 했다"며 "반면에 베테랑들도 그에 걸맞게 또 준비를 많이 했고 그래서 분위기나 모든 게 좋다. 시범경기 타격의 사이클은 있지만 그것도 시즌에 맞춰서 조금씩 올라올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시범경기에서 안타를 날리고 있는 박지환. /사진=SSG 랜더스 제공
시범경기에서 안타를 날리고 있는 박지환. /사진=SSG 랜더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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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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