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G 정말 좋았다"면서 김혜성 마이너행 통보, 대체 왜? '오히려 좋아' 전화위복 계기 된다

안호근 기자 / 입력 : 2025.03.13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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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김혜성이 시범경기에서 범타에 그친 뒤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LA 다저스 김혜성이 시범경기에서 범타에 그친 뒤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시범경기에서 수비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김혜성. /사진=김진경 대기자
시범경기에서 수비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김혜성. /사진=김진경 대기자
3+2년 2200만 달러(320억원) 계약을 맺고 우승팀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김혜성(26)이 결국 개막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크게 부풀어 올랐던 기대와는 상반되지만 입단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결과다. 이젠 더 분명해졌다.


LA 다저스는 13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김혜성의 권리를 구단 산하 트리플A 팀인 오클라호마 시티 코멧츠로 이관시켰다"고 발표했다.

세계적인 관심이 쏠리는 다저스와 시카고 컵스의 메이저리그(MLB) 개막전 도쿄시리즈에 합류하지 못한 김혜성은 결국 애리조나에 남는다. 외로운 싸움을 벌여야 하는 처지가 됐다.

김혜성의 다저스행이 확정됐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 우승팀 다저스 또한 김혜성을 '슈퍼 유틸리티' 자원으로 여기고 데려온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주전 2루수였던 개빈 럭스를 신시내티 레즈로 트레이드하며 현지에서도 김혜성이 주전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전망이 커졌다.

LA 다저스 김혜성. /사진=김진경 대기자
LA 다저스 김혜성. /사진=김진경 대기자
KBO에서 8시즌을 뛰며 김혜성의 타율은 0.304로 빼어났으나 출루율(0.364)과 장타율(0.403) 모두 리그 최상급과는 거리가 있었다. 같은 내야수로서 빅리거가 된 김하성(탬파베이)와 강정호(은퇴)에 비해 타율은 약간 더 높았지만 타구를 강하게 때려내는 힘에선 크게 밀렸다. 평균 시속이 5~10㎞ 더 빠른 빅리그 투수들의 공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을지 우려가 컸다.

다저스 또한 이러한 부분에 집중했고 김혜성이 더 효율적으로 투수들의 공을 공략할 수 있도록 타격폼에 손을 댔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지난달 말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현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김혜성에게 물음표가 있다면 그건 타격이다. 한국과 이곳은 다르다. 그는 스윙에 변화를 주고 있다. 그것이 적응을 더 쉽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혜성은 또한 "변화는 무조건 예상했다. 나는 내 문제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팀에 타격폼을 촬영하고 분석하는 시스템이 있다. 그것을 보고 코치님과 대화를 나눈 후에 많이 수정하고 있다. 내가 야구하면서 문제점이 많다고 느꼈던 부분이 분석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정확히 나왔다. 모든 걸 바꾸고 있다. 이렇게 타격과 관련해 크게 변화를 준 건 4년 만이다. 야구라는 게 확률의 스포츠다 보니 (안타) 확률을 높일 수 있는 스윙으로 변화를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순간에 효과를 거두길 바라는 건 욕심이었다. 2월 치른 6경기에선 16타석에 들어서 안타 하나와 볼넷 2개에 그쳤다. 타율은 0.071까지 떨어졌다. 김혜성의 어두운 미래가 예상됐다.

시범경기에서 타석에 나서고 있는 김혜성. /사진=김진경 대기자
시범경기에서 타석에 나서고 있는 김혜성. /사진=김진경 대기자
디애슬레틱의 파비안 아르다야 기자는 10일 애슬레틱스전 이후 "로버츠 감독은 오늘 김혜성의 타석을 칭찬했다"면서도 "도쿄에 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구단은 그가 마이너리그에서 시작하는 것과 애리조나(스프링캠프)에 머무르는 것 중 어떤 게 바꾼 스윙을 몸에 익히는 데 나을지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3월 들어 감각을 찾아갔다. 지난 2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첫 경기에서 마수걸이 홈런포를 날린 김혜성은 꾸준히 안타를 생산해냈다 .3월 8경기에서 타율 0.385(13타수 5안타)로 맹타를 휘둘렀고 2볼넷 2도루로 출루와 주루 능력까지 과시했다.

그러나 다저스는 김혜성을 미국에 남겨두기로 결정했다. LA 타임스에 따르면 로버츠 감독은 김혜성에 대해 "그는 여기 남을 것"이라며 "계속해서 타석에 설 것이다. 지난 4경기에서 그는 정말 좋았다. 타석에서 훨씬 더 편안해 보였다. 수비가 정말 좋았고 중견수에서 뛰는 걸 보고 기뻤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은 우승팀의 1군에서 뛰기에 준비가 덜 됐다는 판단을 했다. 로버츠 감독은 "우리는 그가 여기 머무르며 타석에 나서 경기를 치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시즌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혜성은 전지훈련을 펼치던 캐멀백 랜치에 남아 마이너리그 경기를 준비할 예정이다. '슈퍼 유틸리티'로서 활약하기 위해 2루수와 유격수는 물론이고 중견수로서도 기회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아쉬움이 클 법하지만 김혜성에겐 오히려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3월 들어 타격폼을 끌어올렸다고는 하지만 시범경기와 정규리그는 무게감이 다르다. 각종 테스트를 하는데 중점을 뒀던 상대 투수들도 전력을 다해 나서기에 김혜성으로선 다시금 부진에 빠지며 바꾼 타격폼을 제대로 정립하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김혜성(오른쪽)의 수비 장면.  /사진=김진경 대기자
김혜성(오른쪽)의 수비 장면. /사진=김진경 대기자
마이너리그에도 충분히 빠른 공을 던지고 빼어난 변화구를 뿌리는 투수들이 많다. 김혜성으로선 성적에 흔들리지 않고 새로운 타격폼을 자신의 몸에 맞게 익히기에 마이너리그가 훨씬 좋은 무대가 될 수 있다.

다저스네이션은 상대 선발 투수와의 상성 또한 그 이유 중 하나로 언급했다. 매체는 "김혜성이 일본으로 가는 것보다 애리조나에 남는 것이 합리적이었다"며 "컵스는 이마나가 쇼타와 저스틴 스틸이라는 두 명의 좌완 투수를 도쿄시리즈에 선발로 내보낼 예정이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개막 로스터에 합류했더라도 왼손 투수를 상대로 제대로 된 기회를 잡지 못하거나 타석에 나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장시간 비행으로 인한 시차 적응 또한 입지가 불안한 김혜성에겐 우려사항일 수밖에 없다.

물론 언제쯤 콜업을 받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건 김혜성으로선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 다만 외야 수비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을 정도로 수비 활용도가 뛰어나고 주루 플레이에도 강점이 있다는 건 인정을 받았다.

오히려 상황은 단순해졌다. 다양한 툴을 갖춘 김혜성이 3월 들어 보여준 타격감각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다는 것만 증명하더라도 머지않은 시점에 콜업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타석에서 밀어치는 타격 자세를 만들어보고 있는 김혜성. /사진=김진경 대기자
타석에서 밀어치는 타격 자세를 만들어보고 있는 김혜성. /사진=김진경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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