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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히어로즈 신인 투수 정현우가 13일 SSG 랜더스와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이닝을 실점 없이 막아내고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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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전 역투를 펼치는 정현우. |
정현우(19·키움 히어로즈)는 13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2025 KBO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4이닝 동안 62구를 던져 3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지난 8일 NC 다이노스와 시범경기 개막전에 선발로 나선 정현우는 3이닝 동안 48구를 뿌려 피안타 없이 2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 피칭을 펼쳐 승리 투수가 됐다.
이날은 투구수와 이닝 모두 늘려야 하는 임무를 안고 등판했다. 경기 전 만난 홍원기 키움 감독은 "일단 계획은 4이닝이다. 개막에 맞춰서 이닝과 투구수를 올리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완성형 투수'라는 평가 속에 신인 전체 1순위로 키움 유니폼을 입은 정현우는 계약금 5억원을 챙길 만큼 기대감이 컸던 투수였다.
스프링캠프에서 훈련과 연습경기, 시범경기를 거치면서 그 기대는 확신이 됐다. 홍 감독은 "좋다, 안 좋다 표현은 자제하겠다"면서도 "어린 나이답지 않게 대만에서부터 본인이 계획했던 대로 컨디션을 잘 올리고 있다. 한 경기이긴 하지만 시범경기 첫 등판에서 본 모습은 잘 적응하고 있다라고만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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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구를 뿌릴 준비를 하고 있는 정현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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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낸 정현우(왼쪽)와 환한 미소로 후배를 격려하는 포수 김건희. |
능구렁이 같은 투구가 감탄을 자아냈다. 1회말 박지환을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운 정현우는 정준재에게 안타를 맞고도 흔들리지 않았다. 1사 1루에서 날카로운 견제 타이밍을 잡았지만 송구가 빗나가며 주자가 2루까지 향했고 박성한과 승부에서 볼 3개를 연달아 던졌지만 스스로 불을 껐다. 이후 카운트를 잡아내더니 우익수 뜬공으로 아웃카운트 하나를 추가했다.
2사 주자 3루에서 고명준을 상대한 정현우는 1구 포크볼로 파울 타구를 유도했고 2구 볼에 이어 3구 슬라이더로 다시 한 번 파울을 이끌어낸 데 이어 4구 시속 143㎞ 하이 패스트볼을 선택했고 고명준의 방망이는 허공을 갈랐다.
2회에도 정현우는 혀를 내두르게 만드는 역투를 펼쳤다. 오태곤에겐 낮은 공, 이지영에겐 바깥쪽 승부를 집요하게 펼쳤고 중견수 뜬공과 2루수 땅볼을 유도해냈다. 조형우의 타석에선 치열한 9구 승부 끝에 허를 찌르는 몸쪽 144㎞ 직구로 루킹 삼진으로 이닝을 끝냈다.
3회엔 안상현에게 실투를 공략당해 좌전 안타를 맞았지만 희생번트로 인한 1사 2루에서 도루하는 안상현을 침착히 잡아내며 주자를 지웠다. 박지환과 7구 승부 끝에 다시 한 번 안타를 맞고 앞선 타석에서 안타를 내준 정준재에겐 볼넷까지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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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투를 펼치는 김건희. |
주자 2명에 볼카운트도 불리해진 상황. 정현우는 앞선 투구와는 전혀 다른 바깥쪽 빠른공으로 스트라이크를 하나 늘리더니 5구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높은 코스의 커브로 박성한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ABS존의 특수성을 완벽히 공략해 낸 공으로 박성한으로선 손도 댈 수 없는 완벽한 코스의 승부수였다.
4회엔 깔끔히 삼자범퇴로 이닝을 막아내며 이날 임무를 마쳤다. 사령탑의 바람대로 투구수를 60구 이상까지 늘렸고 이닝도 4회까지 채웠다.
단연 신인왕 1순위로 꼽을 수 있는 시범경기 투구다. 마치 2006년 신인상과 최우수선수(MVP)까지 석권한 류현진의 데뷔 시즌을 연상케하는 투구다. 단순히 결과만을 두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경험이 풍부한 타자들을 상대로도 주눅들지 않고 능구렁이 같은 피칭으로 제압해내고 위기의 순간에선 스스로 삼진을 잡아내며 이닝을 끝내는 모습이 더욱 류현진의 향기를 느끼게끔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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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우(오른쪽)가 이닝을 깔끔히 막아내고 포수 김건희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