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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히어로즈 신인 정현우가 13일 SSG 랜더스와 시범경기에서 승리 투수가 된 휘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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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우가 SSG전 선발 등판해 역투를 펼치고 있다. |
정현우는 13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2025 KBO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4이닝 동안 62구를 던져 3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뽐냈다.
지난 8일 NC 다이노스와 시범경기 개막전 정현우는 3이닝 2탈삼진 무실점 피칭에 이어 7이닝 연속 실점 없이 2승째를 챙겼다.
완벽한 투구였다. 최고 시속 145㎞로 상대 타자들을 압도할 수준은 아니었지만 슬라이더와 커브, 포크볼까지 완성도 높은 변화구를 고루 뿌리며 SSG 타선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위기도 있었지만 스스로 헤쳐나가는 능력도 돋보였다. 특히 1,2,3회를 마무리 지은 3개의 탈삼진 장면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1회말 2사 3루에서 거포 고명준을 만났다. 볼카운트 1-2로 유리한 상황에서 시속 143㎞ 하이 패스트볼을 택했다. 존 한참 위를 향했지만 포크볼과 슬라이더 등 변화구에 시선이 흐트러졌던 고명준은 방망이를 휘두를 수밖에 없었다. 헛스윙 삼진.
2회엔 오태곤과 이지영을 상대로 각각 낮은 코스와 바깥쪽에 집요한 승부를 펼쳐 범타 처리를 했고 조형우와는 9구 승부 끝에 허를 찌르는 몸쪽 144㎞ 직구를 던져 상대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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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전에서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는 정현우. |
4회는 단 10구만 던져 삼자범퇴로 마쳤다. 경기 전 사령탑이 원한대로 이전 경기보다 투구수와 이닝을 모두 늘리는 과제까지 수행해냈다. 100점짜리 경기였다.
홍원기 감독은 경기 후 "선발 정현우가 시범경기 두 번째 등판에서도 안정적인 투구를 펼쳤다"며 "특히 위기 상황에서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정현우는 "아직 처음이다 보니까 그냥 자신 있게 던지니까 계속 좋은 결과가 있는 것 같다"며 "약간 제구력에 문제가 있는 것 같고 그래도 적극적으로 승부하려고 빠르게 들어가다 보니까 계속 두 선수도 아낄 수 있고 좋다. 프로는 이제 결과니까 이 점수를 안 줬다는 거에 가장 큰 만족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은 평일 경기임에도 4456명의 관중이 모인 상황에서 낯선 야간 경기를 치렀다. 모든 게 새로운 신인 투수에게 또 하나의 적응할 요소가 있었지만 정현우는 "야간 경기도 처음 해보고 관중분들이 계셨지만 마운드에선 딱히 신경 쓰이지 않는다"며 "준비하는 과정은 다 똑같기 때문에 상관없다. 피치클락도 그렇고 프로에 와서 딱히 달라진 건 없다고 생각한다"고 담담한 태도를 보였다. 경기 때뿐 아니라 인터뷰에서도 신인답지 않은 대범함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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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신인 투수 정현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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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친 정현우(왼쪽)와 그를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는 포수 김건희. |
지난해 처음 도입된 ABS 시스템으로 인해 많은 투수들이 혼란을 겪기도 했는데 그 가운데 가장 득을 본 건 높은 코스의 공, 특히 커브와 같이 큰 낙차를 그리며 떨어지는 공을 구사하는 투수들이었다. 정현우는 벌써부터 이러한 전략을 시도해보고 있다. "ABS 존이 좀 낮아진 게 체감이 된다. 높은 코스를 잘 공략하기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결과를 떠나 신인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영리하게 자신만의 전략을 세워나가고 있어 더욱 놀라움을 안겨준다.
전체 2순위 정우주(한화)는 물론이고 3순위로 인상적인 투구를 뽐내고 있는 배찬승(삼성) 등 경쟁자들도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정현우는 "신경쓰이지 않고 제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현우는 "아직 시작하진 않았지만 체력적인 부분도 그렇고 정규시즌이 끝날 때까지 계속 유지하는 게 목표"라며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돌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이 돼야 하니까 그 부분이 제일 신경 쓰인다"고 전했다.
시범경기 두 차례 등판을 통해 류현진의 신인 시절의 향수를 맡을 수 있었다. 시속 160㎞ 육박하는 공을 뿌려대는 투수들 사이에서 최고 150㎞에 가까운 공을 던지는 정현우의 스피드는 돋보이지 않지만 완성도 높은 변화구가 있어 직구의 위력은 더욱 배가된다. 더불어 위기 상황에서 펼치는 상대 타자의 허를 찌르는 대담한 투구는 데뷔 시즌 신인왕과 최우수선수(MVP)까지 거머쥔 류현진을 연상케 한다.
그럼에도 정현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많은 선배 좌투수들 가운데 누구를 닮고 싶냐는 질문에 "저는 저만의 커리어를 쌓아서 제1의 정현우가 되고 싶다"고 당당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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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닝을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정현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