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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케니 로젠버그(오른쪽)가 15일 두산과 시범경기에서 실점 없이 이닝을 마친 뒤 미소를 지으며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
로젠버그는 15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5 KBO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77구 2피안타 2사사구 7탈삼진 무실점 투구로 승리 투수가 됐다.
지난 9일 NC전(4이닝 2자책)보다 더 안정적인 투구를 펼치며 1선발로서 홍원기 감독으로부터 확실한 신뢰를 쌓은 투구였다.
지난해 이정후(샌프란시스코)에 이어 올 시즌을 앞두고는 김혜성(LA 다저스)까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며 타선이 약화된 키움은 외국인 투수가 아닌 타자를 2명으로 구성했다. 그만큼 외국인 투수 선발에 더 신중했고 그 결과 총액 80만 달러(연봉 70만 달러, 옵션 10만 달러)에 좌완 로젠버그와 손을 잡았다.
지난해 맹활약한 아리엘 후라도(삼성)와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KT)를 조건 없이 풀어준 것도 모자라 1년차 외국인 선수 최대인 100만 달러를 모두 채우지도 않았다. 비용을 우선시한 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나왔으나 키움은 자신감을 나타냈다.
미국 애리조나 1차 스프링캠프 현장에서 스타뉴스와 만난 로젠버그는 자신의 역할을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그는 "미국에는 '압박감은 특권'이라는 말이 있다. 난 오히려 그런 압박감을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키움은 내게 단순히 에이스로서 기회뿐 아니라 내가 젊은 선수들의 멘토가 돼 모범적으로 이끌 기회를 줬다. 그래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강한 책임감을 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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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과 시범경기에서 역투를 펼치고 있는 로젠버그. |
이날은 흠 잡을 데 없는 투구를 펼쳤다. 최고 149㎞, 평균 144㎞의 직구를 33구 던졌고 슬라이더(평균 132㎞) 23구, 체인지업(129㎞) 13구, 커브(평균 121㎞) 8구를 고루 뿌렸다.
이날은 특히 탈삼진 능력이 돋보였다. 직구와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삼았다. 2회까지 잡아낸 4개의 삼진은 모두 슬라이더로 만들어냈고 4회부터는 높은 코스의 패스트볼을 주무기로 활용했다.
1회초 이유찬에게 볼넷을 내주며 시작했지만 김재환과 강승호에게 슬라이더를 던져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2회에도 선두 타자 제이크 케이브에게 2루타를 내준 뒤 야수 실책과 볼넷까지 허용하며 만루 위기에 놓였으나 김기연과 정수빈을 연이어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스스로 불을 껐다. 이번에도 결정구는 모두 슬라이더였다.
3회를 삼자범퇴로 마친 로젠버그는 4회에도 삼진 2개를 곁들이며 이닝을 마쳤다. 5회에도 등판한 로젠버그는 박준영을 상대로 7번째 삼진을 잡아냈는데 4회 이후 결정구는 모두 직구였다. 투구 패턴도 유연하게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증명했다.
경기 후 홍원기 감독은 "로젠버그가 5이닝 동안 안정적인 투구를 펼쳤다. KBO리그 타자들에 대한 적응력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며 "개막을 앞두고 페이스를 순조롭게 끌어올리고 있는 모습이 긍정적"이라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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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고 포효하는 로젠버그. |
주자를 내보내고는 오히려 더 침착해졌고 담대한 투구를 펼쳤다. "많은 투수들이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고전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오히려 나는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내가 던지려고 하는 공 하나하나에 더 집중하는 것 같다. 그래서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승부하는 것을 즐긴다"고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짝을 이룬 배터리 파트너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경기 초반 초구 스트라이크의 비율이 좋지 않아 볼 카운트가 몰렸는데 불리한 상황에서 변화구를 잘 활용해 삼진을 잡아냈다"는 로젠버그는 "배터리 이룬 김건희와 김재현의 리드도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입단 초기부터 KBO리그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던 로젠버그는 홈팬들과 함께 한 첫 경기의 짜릿함이 뇌리에 깊게 박힌 듯했다. 이날은 시범경기였음에도 9177명의 관중이 고척스카이돔을 찾았다. 그는 "홈팬들의 열정적인 응원이 계속 기억에 남는다. 오늘 경기를 잊지 못할 것 같다"며 "개막전까지 이 에너지를 유지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히어로즈엔 잊지 못할 좌완 에이스 외국인 투수들이 있었다. 앤디 밴헤켄(46)과 에릭 요키시(36)다. 밴헤켄은 2012년부터 2017년까지 히어로즈에서만 가을야구에서도 에이스 본능을 뽐내며 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이름으로 남아 있는 투수다. 요키시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키움에서 5시즌을 보냈고 56승 36패, ERA 2.85로 훨훨 날았다.
특히나 로젠버그는 밴헤켄의 등번호 22번이 새겨진 키움 유니폼을 입고 있다. 앞서 스타뉴스와 인터뷰에서 "내가 달고 있는 등번호 22번이 과거 밴 헤켄의 번호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 좌완 에이스 계보에 들어가 팬들에게 좋은 기억을 남기고 싶고, 내게도 굉장히 자랑스러운 경험이 될 것"이라는 포부를 남기기도 했다.
시즌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마지막 점검을 성공적으로 마친 로젠버그는 오는 22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와 원정 개막전에 선발 등판을 준비한다. 첫 경기부터 히어로즈 좌완 에이스의 계보를 이어나갈 쾌투를 펼칠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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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젠버그(오른쪽)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마친 뒤 코칭스태프의 환영을 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