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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히어로즈 이주형이 15일 두산 베어스와 시범경기에서 3회말 결승 투런홈런을 터뜨린 뒤 더그아웃에서 기뻐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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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형(오른쪽)이 홈런을 날린 뒤 장재영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친정팀 후배였던 이주형(24·키움 히어로즈)에게 조언했다. 고민에 대한 명쾌한 답을 얻은 이주형은 영웅의 비상을 예감케 하고 있다.
이주형은 15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5 KBO 시범경기에 3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결승 투런 홈런을 터뜨리며 팀의 3-2 승리를 견인했다.
특히 지난 11일 KT 위즈전을 시작으로 13일 SSG 랜더스전, 이날까지 3경기 연속 홈런포를 쏘아올리며 시범경기 홈런 1위에 등극해 더욱 의미가 깊었다.
3회말 2사 1루에서 상대 선발 김유성을 상대로 고척스카이돔의 가장 깊은 중앙담장을 훌쩍 넘기는 비거리 130m의 초대형 홈런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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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형이 홈런을 날린 뒤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
2020 신인 2차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에 LG 트윈스에 지명된 이주형은 5툴 플레이어로서 커다란 주목을 받고 퓨처스리그에서 2년 연속 3할 맹타를 휘둘렀으나 쉽게 기회를 얻지 못했다.
2023년 7월 트레이드가 큰 전환점이 됐다. 당시 LG는 키움의 선발 투수 최원태(삼성)를 영입하기 위해 유망주 이주형과 김동규, 2024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내줬다. LG는 해당 시즌 통합 우승을 차지했고 키움은 이정후와 김혜성이 떠난 가운데 송성문과 함께 타선을 이끌 전도유망한 외야수를 품게 됐다. 2023년 이정후의 발목 부상을 계기로 외야수로 전격 변신한 이주형은 69경기에서 타율 0.326 6홈런, OPS 0.897로 차세대 에이스 재목으로 조명받았다.
지난 시즌 초반부터 햄스트링 부상에 신음했고 재활과정과 잔부상에 시달리며 타율 0.266 13홈런 60타점, OPS 0.754로 다소 부침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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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을 친뒤 베이스를 도는 이주형. |
장점을 극대화한 게 결정적이었다. 경기 후 만나 이주형은 "타격 코치님께서 제가 부족한 걸 보완하려는 모습이 안타까워 보였는지 '네 장점이 회전력인데 왜 다른 걸 연습하냐, 이 회전력에 더 집중을 해보자'고 말씀해주셨다"며 "시범경기에 그 부분을 계속 연습해서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왼발 뒤꿈치에 힘을 주라는 이정후의 조언이 이주형의 부족했던 2%를 채워줬다. 이주형은 "왼발 뒤꿈치에 힘을 주면 엉덩이에 힘이 들어온다. 힙힌지라고 하는데 그걸 잘 잡고 치라고 정후 형이 항상 말씀해주셨다. 그걸 까먹고 있었다가 다시 떠올리면서 사이클이 좋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KBO 통산 타율 1위(0.340)에 오른 타격 천재의 족집게 레슨은 이주형에게 3경기 연속 홈런과 함께 홈런 1위라는 선물을 안겨줬다. 타구의 질도 좋아졌다. KT 윌리엄 쿠에바스에겐 잡아당겨 130m 짜리 대형 홈런을 날렸고 SSG 문승원에겐 밀어쳐 좌월 홈런을 날리더니 이날은 중앙 펜스를 훌쩍 넘어가는 엄청난 홈런을 장식했다.
이주형은 "계속 센터 앞 방향부터 왼쪽 방향으로 치는 연습을 많이 하고 있는데 경기 때 이렇게 나오니까 연습한 게 더 맞다는 확신이 들고 자신감도 생긴다"며 "아프지 않으니까 내가 연습할 수 있을 때 마음껏 연습할 수 있고 전력으로 스윙을 할 수 있어서 좋다"고 흐뭇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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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애리조나 캠프를 방문한 이정후(오른쪽)가 옛 동료들의 훈련을 지켜보며 홍원기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
프로 데뷔 후 처음 나온 3경기 연속 홈런임에도 들뜨지 않는다. "감이 좋을 때는 이렇게 잘 나오는데 안 좋을 때는 끝도 없이 내려간다"며 "올 시즌에는 기복을 줄이기 위해 지금부터 루틴을 잘 만들어야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너무 빨리 타격 사이클을 끌어올린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들 정도로 타격 컨디션이 매우 좋은 건 사실이다. 이주형은 "공이 수박처럼 보이는 건 아니지만 약간 멈춰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라며 "확실히 자신감과 멘탈인 것 같다. 평정심을 유지하는 게 제일 좋은 것 같다"고 강조했다.
홍원기 감독도 "이주형이 최근 좋은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다. 오늘도 팀 승리에 결정적인 홈런을 터뜨렸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정후, 김혜성의 연이은 이탈로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뒤따르지만 시범경기부터 홈런포를 앞세워 4승 3패, 4위를 달리고 있다. 그 중심에 이주형이 있다. 지난해 송성문이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며 팀 타선의 핵심으로 떠오른 것처럼 올 시즌엔 이주형이 놀라운 반등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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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형이 홈런을 치고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