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변의 法대로] 18. 고소 상대 불송치, 무고죄 처벌?

채준 기자 / 입력 : 2025.03.18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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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가 법 칼럼 '권변의 法대로'를 권용범 변호사와 함께 진행한다. 권용범 변호사는 일상생활에서 만나게 되는 범관련 문제에 대해서 다양한 주제를 다룰 예정이다. 연재되는 칼럼의 내용은 저자의 의견임을 밝힌다.( 편집자주)
스타뉴스가 법 칼럼 '권변의 法대로'를 권용범 변호사와 함께 진행한다. 권용범 변호사는 일상생활에서 만나게 되는 범관련 문제에 대해서 다양한 주제를 다룰 예정이다. 연재되는 칼럼의 내용은 저자의 의견임을 밝힌다.( 편집자주)


사진제공=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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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를 했는데 상대방이 불송치 된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실예를 들어 보자. 사건의 요지는 아래와 같다.


A는 지인 B가 본인 소셜미디어 계정에 꼭 나를 지칭하여 허위내용의 글이 작성된 것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분노가 치밀었다. 해당 화면을 스크린샷해서 B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형사고소를 했다. 이제 상대방이 처벌받을 일만 남았다고 믿고 있었다. 그런데 B에 대한 수사 결과는 '불송치(혐의가 인정되지 않아 검찰에 사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는 경찰의 처분)'. 납득이 안 갔지만, 불송치 결정 통지서를 발급받아 불송치 이유를 읽어보고 그냥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다. 조사해보니 글이 작성될 당시 B의 계정은 해킹당했고, 불상의 사람이 글을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더욱이 게시 글만으로 '나'라는 인물이 특정되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법리상 명예훼손죄 성립이 어렵다는 말도 덧붙여져 있다. A는 아쉽지만 여기서 끝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A는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서에서 연락을 받았다. B가 A를 무고죄로 고소했다.

변호사로서 상담을 하다 보면, 의뢰인으로부터 위 사례와 같이 '고소를 했다가 나중에 혹시 상대방이 무혐의를 받으면 날 무고죄로 역고소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게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허위사실임을 알고서 허위사실을 고소한 경우만 아니라면' 말이다.

무고죄는 '타인을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해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자에 대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선고될 수 있는 범죄'이다. 특이한 점은 무고죄가 '국가의 형사사법권 또는 징계권의 적정한 행사'를 주된 보호법익으로 하면서 '개인의 부당하게 처벌 또는 징계 받지 않을 이익'을 부수적으로 보호하는 죄라는 점이다. 따라서 무고를 당한 상대방이 사전에 승낙을 하였다거나 사후에 형사 합의를 해준다고 하더라도 주된 보호법익이 국가 형벌권 행사라는 점에서 무고죄 성립 자체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즉 여전히 죄가 인정된다).


사진제공=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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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고죄에서 고의의 내용은 '신고사실이 허위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즉 신고 사실이 객관적으로 허위이면서 신고자는 주관적으로 그 신고 사실이 허위임을 알고서 신고를 해야 고의가 인정된다. 만약 신고한 사실이 알고 보니 객관적으로 '허위사실'이지만(객관적 요건 구비 O), 신고자가 신고할 당시 그 신고 내용이 '진실한 것으로 확신'(주관적 요건 구비 X)하고 신고를 하였을 경우에는 무고죄가 성립할까? 이 경우 판례는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다. 신고자가 신고 내용이 진실이라고 확신하고 신고하였을 경우(즉, 신고 내용이 허위사실이라는 인식이 없었던 경우)에는 설령 신고사실이 허위라 하더라도 무고죄가 성립할 수 없는 것이다.

서두에 언급한 사례에서 A가 무고죄로 처벌받기 어려운 사유가 여기에 있다. A는 B가 자신에 대한 명예훼손 글을 작성하였음을 확신하고(B의 본인 계정에 글이 작성되었으므로 합리적인 추정이다) B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것인바, 설사 B가 해당 글을 작성한 것이 아니어서 A가 허위사실을 신고한 셈이 되더라도, 고소 당시 A에게는 '본인이 고소한 내용이 허위사실이라는 점에 대한 확신이 없었으므로(즉 진실로 믿었으므로)' A에게 무고의 고의가 인정될 수 없는 것이다.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신고자가 나쁜 마음을 먹고 상대방을 처벌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이라고 믿고 그 내용을 신고했으나, 알고 보니 그 신고내용이 객관적으로 진실한 경우에 무고죄가 성립할까? 이 경우에도 무고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무고죄는 객관적 요건(고소 내용이 객관적으로 허위사실일 것)과 주관적 요건(고소인이 자신이 고소하는 내용이 허위임에 관해 확신을 갖고 있을 것)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데, 주관적 요건만 충족하고 객관적 요건은 충족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실무상 무고죄에 대해서는 법원과 수사기관이 그 성립 여부와 형량을 결정함에 있어 매우 엄격한 편이다. 따라서 혹시라도 무고죄 고소를 고려하고 있거나 반대로 고소를 당한 입장이라면 신중하게 절차를 진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고소를 당한 피의자 입장이라면 죄의 중대성을 감안해 수사절차 초기부터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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