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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14 배우 조유리 AAA 인터뷰 /사진=이동훈 |
-조유리의 2024년을 되짚어 보자면, '오징어 게임' 시즌2 공개를 빼놓을 수 없다. 공개를 앞두고 어떤 기대감이 있었나.
▶화려한 상상을 했던 건 오디션 볼 때가 마지막이었다. 오디션을 본 것만으로도 '혹시나 합격하면 나 외국 가서 인터뷰도 해야 하는 거 아니야?'라는 상상을 했다. 근데 오히려 붙고 나니까 그런 생각은 사라지고, 어떻게 하면 이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만 몰두하게 됐다.
-오디션 과정이 치열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과정을 통해 '준희'가 됐나.
▶짧게 말하자면, 정말 열심히 했다. 규모가 큰 작품이다 보니까 지원자 수도 많았고, 대기 시간도 길었던 것 같다. 오디션 보고 합격하는 순간까지 오래 걸렸다. 외적으로는 머리카락도 자르고, 허름해 보이는 옷을 입고, 다크서클도 그리는 전략을 세웠다.
역할을 정해놓고 오디션을 본 건 아니다. 근데 게임 참가자라고 생각했을 때 돈이 궁하고, 지치고 힘든 상태일 거라고 해석했다. 일부러 머릿결을 신경쓰거나 비싼 옷을 입고 가지 않았다. 감독님께서 여자 역할은 다 열어두고 보신 걸로 알고 있다.
-치열한 오디션 끝에 '오징어 게임'에 합류하게 됐는데,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 어땠나.
▶뻔한 말이지만, 정말 믿을 수가 없었다. 너무 놀라웠고, 영광이었다. '내가 됐다고?' 이런 생각밖에 안 들었다. '프로듀스 48'에서 합격하고, 아이즈원으로 데뷔하는 순간의 감정과 비슷했다. 앞으로는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그 두 가지를 이길 수 없는 순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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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14 배우 조유리 AAA 인터뷰 /사진=이동훈 |
▶가장 크게 든 감정은 책임감이었다. 두려움과 부담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인데 넷플릭스, 황동혁 감독님을 비롯해 선배님들도 저를 너무 잘 챙겨주시고, 잘 대해주셔서 긴장감과 날 서 있던 부담감은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또 막상 촬영에 들어가 보니 '준희가 느끼는 감정을 나도 오롯이 느끼고 표출해도 모자랄 판에 이런 부담감은 쓸데없을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캐릭터에 녹아들어서 정말 준희가 됐던 것 같다. 특히 선배님들께 너무 감사하고, 감독님은 '준희는 너다'라고 확신을 주셔서 자신감을 얻었던 것 같다.
-대선배들과 촬영해 본 경험은 어땠나. 아이돌 선배이자 배우 선배인 임시완과 호흡도 인상적이었다.
▶대선배님들과 촬영하다 보니까 긴장이 안 될 수가 없다. 눈만 돌리면 다 TV 보는 것 같았다. 조유리라는 사람은 긴장하고 있는데, 다행히 준희도 긴장해야 하는 상황이라서 잘 맞아떨어졌다.
촬영하면서 감독님, 임시완 오빠랑 얘기를 많이 나눴다. 신을 하나 찍은 다음에 서로 '어떤 감정을 느낀 거 같아?'라고 물어보며 감정을 공유했다. 제가 첫 신 찍었을 때 긴장을 많이 했다. 대사도 잊어버리고, 아쉬운 데 다시 하고 싶다고 말도 못 했다. 근데 (임) 시완 오빠가 너무 좋은 사람이고, 착하다 보니까 '유리야 한 번 더 찍고 싶어?'라고 물어봐 주고, 저를 챙겨줬다. 저는 진짜 시완 오빠 덕을 크게 봤다. 감사하다.
-경험해 보지 않은 것도 연기하는 게 배우라지만, 임산부 연기가 부담되진 않았나.
▶당연히 부담감이 있었다. 경험해 보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어색하면 어떡하지?' 걱정했고, 제 모습을 보고, 몰입이 안 된다고 느끼면 안 됐다. 그게 첫 번째 목표였다. 자연스러운 임산부 연기를 위해 공부를 많이 했던 것 같고, 가장 가까이에 있는 엄마한테 연락해서 물어봤는데 오래돼서 기억이 안 나신다고 하더라.(웃음) 그래서 최근에 임신한 지인한테 연락해서 자문을 구했고,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께도 연락해서 출산이 임박했을 때 몸에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지, 호르몬으로 인한 변화 등을 물어봤다. 또 만삭일 때 뛰는 게 가능한지 물어봤는데 가능하다고 하셔서 마음껏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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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14 배우 조유리 AAA 인터뷰 /사진=이동훈 |
▶너무 좋다. 처음으로 선배님들과 함께 찍은 신이 팀에 끼워달라고 하는 장면이었다. 안 그래도 선배님들이랑 처음 붙는 신이라 긴장되는데 실제 준희도 긴장되는 상황이라 잘 맞아떨어졌다. 어떤 의지를 표현하는 게 실제 조유리와 캐릭터가 잘 맞았다. 근데 그 신을 찍고 나서 모니터하는데 이병헌 선배님이 뒤돌아서 절 바라보시고 '너 잘하더라'라고 해주셨다. 이정재 선배님이 '너 눈빛이 좋더라'라고 칭찬해 주시는데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너무 행복해서 엄마한테 바로 자랑했던 기억이 난다.
-'오징어 게임' 시즌2를 통해 가장 크게 얻은 것은 무엇인가.
▶하나로 정의하기 어려운데, 우선 너무 행복했다. 당시에 제가 좀 힘든 시기였다. 처음으로 제가 저를 의심하게 되는 순간이 많았다. '사실은 나 별 거 아닌가? 내 생각만큼 대단한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지배했다. 저도 못 믿던 저를 믿고 역할을 맡겨주셨기 때문에 더 눈물이 많이 났던 것 같다. 누군가가 나를 믿고 작품의 소중한 한 자리를 내어줬다는 게 너무 행복했고, 촬영하는 내내 선배님들이 저를 예뻐해 주셔서 거기서도 행복을 얻었다. 금자(강애심 분) 선배님과 신을 찍을 때도 실제로 다정하게 챙겨주셔서 몰입이 잘됐고, 현주 언니(박성훈 분)도, 타노스(최승현 분) 팀도 저에게는 다 너무 최고였다.
-힘들었던 시기를 극복하는 데 '오징어 게임' 시즌2가 많은 도움이 됐다고 봐도 되나.
▶맞다. 연예계 활동에 있어서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원래 제가 생각한 것처럼 일이 흘러가지도 않아도, 저를 탓하거나 자존감이 떨어지진 않았는데 그 시기엔 모든 게 잘 안 풀리는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도 안 좋은 일이 있어서 '진짜 안 풀리네'라고 생각했다. 그런 상황에서 오디션을 보다 보니까 더 위축돼 있었다. 잠도 못 자던 상황에서 오디션이라도 붙잡고 한 거다. 우연히도 그 힘들었던 제 상황이 날 서 있는 준희와 비슷했던 게 플러스 요인이 된 것 같다. '이 작품 만나려고 힘들었나 보다'라고 좋게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게 됐다.
-인터뷰③에 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