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엔 감정 없고 청주시가 더 원망스럽다" 시민들은 '배신 행위' 공감 못했다

김동윤 기자 / 입력 : 2025.03.20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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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선수단이 지난 8일 청주야구장에서 열린 2025 KBO 시범경기를 더그아웃에서 지켜보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 선수단이 지난 8일 청주야구장에서 열린 2025 KBO 시범경기를 더그아웃에서 지켜보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 선수단이 지난 8일 청주야구장에서 열린 시범경기에서 더그아웃 앞에 모여 있다. 선수단 옆으로 좁은 더그아웃이 보인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 선수단이 지난 8일 청주야구장에서 열린 시범경기에서 더그아웃 앞에 모여 있다. 선수단 옆으로 좁은 더그아웃이 보인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솔직히 한화에는 감정 없고 청주시가 더 원망스럽다."

최근 청주시의 KBO 리그 정규시즌 경기 배정 요구에 대해 한 청주 시민은 이렇게 말했다.


뉴스1, 뉴시스 등에 따르면 이범석(58) 청주시장은 지난 19일 "한화 구단이 청주 홈경기를 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있다. 한화 구단이 열정적인 청주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구단 측이 청주 홈경기를 배정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면서도 "최근 10년 동안 청주시가 120억 원을 들여 KBO와 한화 구단의 요구대로 시설을 개선해 왔다. 그런데도 청주에 홈경기를 배정하지 않는 것은 청주 팬들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주장했다.

1979년 5월 개장한 청주 야구장은 오랜 기간 한화의 제2 홈구장으로 쓰였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연고 도시 외 지역 팬서비스 및 야구 저변확대를 위해 매년 꾸준히 제2홈구장 경기를 개최했고, 청주 야구장도 그 중 하나였다.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2022~2023년에는 시설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프로야구 경기가 개최되지 못했다가 지난해에는 현장 실사를 통과해 5년 만에 재개됐다. 올해 시범경기도 지난 8~9일 두산 베어스전이 청주에서 열렸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일 가능성이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여전히 낙후된 청주 야구장 시설과 주변 인프라가 꼽힌다. 청주시에 따르면 2007년부터 인조 잔디 교체, 더그아웃 확장, 조명탑 교체 등 시설 개선에만 170억 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18년간 170억 원을 들인 것은 생색내기에 지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구팬들이 지난 8일 청주야구장에서 열린 2025 KBO 시범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야구팬들이 지난 8일 청주야구장에서 열린 2025 KBO 시범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만원관중이 들어선 청주야구장 전경.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만원관중이 들어선 청주야구장 전경.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청주에 살면서 2012년부터 올해 시범경기까지 매년 꾸준히 청주 야구장 경기를 직관했다는 야구 팬 A(23) 씨는 스타뉴스와 인터뷰에서 "솔직히 관중 입장에서 청주 야구장이 13년 전과 크게 달라진 걸 못 느꼈다. 선수들이 뛰는 곳은 조금씩 나아진 것 같지만, 관중 입장에서는 모르겠다. 청주시가 말한 것에 비해 실제 구장을 보면 개선 의지가 없어 보일 정도"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선수들을 위한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팬들을 맞이할 준비도 되지 않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청주 시민은 청주시청 시민 참여 게시판을 통해 "한화가 무슨 배신을 했다는 것이냐. 낙후된 경기장에 돈 조금 투자했다고 최신 시설이 되나"고 반문하면서 팬들을 위한 시설과 선수 보호를 위한 장치가 제대로 갖춰졌는지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A씨 역시 "팬들이 대충 봐도 그라운드 사정이 안 좋아 보였다. 도루할 때 위험할 것 같고 선수들이 고생한다는 생각이 경기를 볼 때마다 든다"며 "팬 입장에서는 화장실이 너무 적어 불편하다. 매점도 1~2개로 끝인데 갖춰진 것도 음료수와 과자 정도다. 제2 홈구장이라 상설 매장을 만들어놓긴 어렵겠지만, 하다못해 푸드 트럭만 여럿 배치해도 좋을 텐데 그마저도 없다"고 아쉬워했다.

청주에 사는 야구팬 A씨가 직접 찍은 청주 구장 그라운드. /사진=독자 제공
청주에 사는 야구팬 A씨가 직접 찍은 청주 구장 그라운드. /사진=독자 제공
지금 구장 상태라면 차라리 청주에서 자동차로 1시간, 버스로 1시간 30분 거리의 대전으로 가서 경기를 보는 것이 낫다는 입장이다. A씨에 따르면 구장 시설뿐 아니라 주변 인프라도 청주보다 대전이 더 즐길거리가 많다. A씨는 "솔직히 대전이나 청주나 거리로는 큰 차이가 없다. 대전은 청주에서 가는 버스도 많다. 또 청주 야구장 주변은 경기 전후 팬들이 머물 장소나 식당도 마땅치 않다"고 전했다.

프로야구 현장에서도 청주 야구장이 여전히 KBO 리그 1군 경기를 치르기엔 아쉬운 점이 많다고 말한다. 지난해 청주 야구장을 경험한 KBO 구단 관계자 B는 "그라운드가 안 좋고 선수들이 확실히 힘들어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KBO 구단 스카우트 C는 "청주 DI구장은 울산(롯데 제2홈구장), 포항(삼성 제2홈구장)에 비해 확실히 시설 측면에서 떨어진다. 울산과 포항의 경우 프로 구장으로는 쓸 만한 정도지만, 아마추어 구장으로는 좋은 편이다. 반면 청주 야구장은 아마추어 구장으로서도 부족함이 있다. 선수들이 이용할 공간이 너무 좁고 부족하다. 대기 공간도 없어 다음 경기 선수들이 주차장에서 기다리는 것이 현실"이라고 짚었다.

만원관중이 들어선 청주야구장 전경.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만원관중이 들어선 청주야구장 전경.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청주시도 할 말은 있다. 청주시 관계자는 20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최근 우리 쪽에서 한화에 청주 경기 개최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아직 구두든 서면이든 답변이 없어 기다리는 중"이라면서 "지난해 KBO와 한화에서 요구한 부분을 올해 예산에 반영해 추진 예정이다. 7월 중 완료할 계획이다. 전체적인 개·보수가 아닌 냉난방 시설, 외야 펜스 등 부분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라 7월 중 경기가 열린다 해도 일정에는 전혀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주 경기 개최 여부와 상관없이 보수는 진행한다. 꼭 프로야구 경기 유치를 위해서 진행하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청주 야구장은 중·고교 야구, 사회인 야구 등이 많이 이뤄지고, 지역 야구 발전에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에 예산을 투입한 것이다. 청주 야구장이 프로 경기의 기준에 못 미치는 부분에 대해서는 계속 개선하고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제 한 시즌 1000만 관중을 끌어모으는 KBO 리그와 야구는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하나의 문화가 됐다. 실제로 KBO 구단 유치에 관심을 보이는 지방자치단체들도 있고, 아마야구 대회라도 유치하기 위해 야구장 설립과 기존 시설 개선 등에 두 팔 벗고 나선 지자체도 많다.

시민 A씨는 "청주 구장도 경기장이 크지 않아 게임에 집중하기 좋다는 나름의 매력이 있다. 관중 열기도 상당해 야구를 잘 모르는 지인들도 청주에서 하면 경기를 보러 온다. 청주시에서도 말만 그렇게 하지 말고 정말 바뀌었다는 걸 보여줬으면 한다"고 힘줘 말했다.

청주에 사는 야구팬 A씨가 직접 찍은 청주 구장 전광판. /사진=독자 제공
청주에 사는 야구팬 A씨가 직접 찍은 청주 구장 전광판. /사진=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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