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감독 박사부' 해냈다! 27년 만에 귀향→부산서 끝내 우승 차지했다... "선수 때 5번 우승보다 더 의미 깊어"

부산=양정웅 기자 / 입력 : 2025.03.21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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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은 BNK 감독이 챔피언결정전 우승 후 그물 커팅식을 하고 있다. /사진=WKBL 제공
박정은 BNK 감독이 챔피언결정전 우승 후 그물 커팅식을 하고 있다. /사진=WKBL 제공
배우 한상진(47) 씨는 배우자인 박정은(48) 부산 BNK 썸 감독을 두고 '낭만감독 박사부'라고 불렀다. 어린 나이에 떠난 고향에 돌아와 감독직을 맡으며 선수들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박 감독은 17살이던 1994년 말 부산 동주여상(현 동주여고) 졸업 후 삼성생명 농구단에 입단하며 고향을 떠났다. 2013년까지 삼성생명의 원클럽맨으로 활약한 박 감독은 2016년까지 팀에서 코치를 맡으며 팀을 지켰다.


이후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경기운영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행정가의 길을 걷던 박 감독은 2021년 고향팀인 BNK의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무려 27년 만의 귀향이었다. 이옥자(73) 전 KDB생명 감독, 유영주(54) 전 BNK 감독에 이어 3호 여성 사령탑이었다. 코치진도 삼성생명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변연하(45), 김영화(44) 코치가 맡는 등 여성 지도자로 꾸렸다.

그때부터 박 감독이 걸어온 길은 여자농구 여성 감독의 역사였다. 부임 첫 해인 2021~22시즌에는 창단 최초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이듬해에는 정규리그 2위에 오른 후 플레이오프 스윕승,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이라는 결과를 냈다.

BNK 박정은 감독(오른쪽)과 박혜진. /사진=WKBL 제공
BNK 박정은 감독(오른쪽)과 박혜진. /사진=WKBL 제공
지난해 BNK는 구단 내홍 속에 13연패에 빠지면서 6승 24패로 최하위로 내려앉았다. 자칫 구단이 통째로 흔들릴 수도 있던 상황에서 박 감독이 나섰다. 아산 우리은행의 15년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박혜진(35)에게 "프랜차이즈 스타로 은퇴했지만, 고향에서 선수 생활을 해보고 싶은 꿈이 있었다"는 말로 고향팀에 돌아오게 했고, 리그 최고의 포워드 중 한 명인 김소니아(32)까지 데려올 수 있었다. 코치진에도 변화를 줘 역시 삼성생명에서 같이 뛴 이종애(50) 코치도 영입했다.


여기에 기존 안혜지(28)와 이소희(25), 아시아쿼터 이이지마 사키까지 BNK는 탄탄한 전력을 갖췄다. 이를 증명하듯 BNK는 개막 6연승을 시작으로 10승 고지에 선착하는 등 순항했다. 다만 후반기 시작부터 이소희(발바닥 골멍)와 박혜진(발목)이 다치면서 끝내 창단 첫 정규리그 우승은 놓치고 말았다.

그래도 박 감독은 차근차근 올라갔다. 플레이오프에서도 3위 삼성생명과 2승 후 2패를 당하는 어려운 경기를 펼친 끝에 힘겹게 챔프전에 진출했다. 이어 1위 우리은행과 2년 만의 리턴매치에서 3전 전승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3차전 마지막 순간은 본인이 삼고초려 끝 데려온 박혜진의 결승 3점포가 장식해 의미를 더했다.

이로써 박 감독은 여성 감독 최초로 WKBL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한 지도자가 됐다. 여기에 삼성생명 시절 5번의 우승에 이어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정상에 오르는 최초의 기록도 함께 세웠다.

박정은 BNK 감독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WKBL 제공
박정은 BNK 감독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WKBL 제공
경기 후 박 감독은 "부저가 울렸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고 얼떨떨한 모습을 보였다. 선수 시절 수많은 우승을 해봤지만, 그는 "그게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이번 시즌이 좀 더 의미가 깊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뛰어서 우승하는 것보다 우리 선수들이 뛰면서 우승하는 느낌이 정말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대단한 것 같다"고도 했다.

여성 지도자로서 역사를 쓰고 있는 만큼 책임감도 있었다. 박 감독은 "우리 여성 지도자들도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며 "선수 복이 많아서 우리 선수들이 그렇게 해준 것 같다.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얘기했다.

지난 시즌까지 팀에서 빅맨 역할을 해주던 진안(하나은행)과 한엄지(우리은행), 김한별(은퇴)이 떠나면서 BNK는 스몰 라인업을 꾸렸다. 모험을 해야 했기에 우승도 장담할 수 없었다. 박 감독은 "(박)혜진이나 (김)소니아와 미팅도 했지만, '플레이오프만 하자'고 했다"며 "세 선수가 나가면서 스몰볼을 해야하는데 걱정이 많았다"고 했다. 이어 "열심히 앞만 보고 하다 보니 1위를 하고 있었다"고 돌아봤다.

선수단을 하나로 뭉치게 한 건 주장 박혜진의 역할이 컸지만, 박 감독 역시 여기에 공헌했다. 특히 전 소속팀에서 다소 흥분하는 모습이 잦았던 김소니아에 대해서는 "나한테 화도 냈다가 죄송하다고 문자도 보낸다"면서 "이적하면서 코트의 리더가 되고 싶고, 이기고 싶어했는데 그러면서 욕심이 나오다가도 좀 더 이타적으로 하려고 했다"고 했다.

박정은 BNK 감독(왼쪽)과 김소니아. /사진=WKBL 제공
박정은 BNK 감독(왼쪽)과 김소니아. /사진=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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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웅 |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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