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승리' 165㎝ 단신 가드, 제일 높은 곳 우뚝 섰다 [부산 현장]

부산=양정웅 기자 / 입력 : 2025.03.20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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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K 안혜지가 챔피언결정전 MVP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WKBL 제공
BNK 안혜지가 챔피언결정전 MVP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WKBL 제공
인고의 시절을 견디며 프로에서 10년을 버텼다. 그리고 끝내 챔피언결정전 MVP로 그 결실을 맺었다. '어시스트왕' 안혜지(28·부산 BNK 썸)가 고향팀의 창단 첫 우승을 이끌었다.

BNK는 20일 오후 7시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아산 우리은행 우리WON과 하나은행 2024~2025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 3차전에서 55-54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BNK는 아산에서 열린 1, 2차전을 모두 잡은 데 이어 홈에서 3차전까지 승리하면서 2019년 창단 후 처음으로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성공했다. 또한 2년 전 첫 챔프전에서 우리은행을 상대로 3전 전패를 했던 걸 그대로 돌려줬다. 챔피언결정전에서 업셋 우승이 나온 건 역대 10번째였다.

창단 첫 우승에 여러 선수들이 기여했지만, 그 중에서도 안혜지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챔피언결정전 3경기에서 평균 38분 49초를 소화, 12.7득점 2.0리바운드 6.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특히 3점슛 19번 시도에 7번 성공, 36.8%의 성공률을 보여줬다. 통산 기록(25.8%)은 물론이고, 올해 정규시즌(27.3%)과 비교해도 훌륭했다.

이에 안혜지는 기자단 투표 총 61표 중 28표를 획득, 팀 동료 이이지마 사키(13표)와 김소니아(12표), 박혜진(8표)을 제치고 MVP에 올랐다. 프로 데뷔 10년 만에 얻은 쾌거다.


BNK 안혜지가 레이업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WKBL 제공
BNK 안혜지가 레이업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WKBL 제공
우승이 확정된 3차전에서도 안혜지의 활약은 빛났다. 1쿼터 7-7 동점이던 상황에서 3점포를 작렬하면서 좋은 출발을 보였고, 2쿼터에도 달아나는 외곽포를 터트렸다. 여기에 4쿼터 52-54로 뒤지던 상황에서 박혜진이 터트린 위닝샷 3점포를 어시스트했다. 이날 안혜지는 38분 52초를 뛰며 13득점 2리바운드 7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박정은 BNK 감독은 "4년 전에 안혜지를 처음 봤을 땐 상당히 위축돼있었다. 본인이 할 수 있는 농구에 갇혀있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정말 노력했다. 작은 신장(165㎝)을 가졌기에 남들보다 자기가 더 뛰어야 하고, 밀리지 않으려 웨이트 트레이닝도 했다"면서 "안혜지 선수 같이 노력을 한다면 저렇게 될 수 있다는 본보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우승 후 취재진과 만난 안혜지는 "아직 얼떨떨하다. 언니들과 감독님, 팀원들 덕분이라는 생각밖에 없다"고 소감을 전했다. "제가 (MVP를) 받아도 될까요"라고 반문한 그는 "언니들이 많이 도와줬고 열심히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오는 거 같다"며 감격에 찬 반응을 보였다.

적장인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경기 전 안혜지를 언급하며 "리그 최고의 가드가 된 것 같다. 정규시즌과 플레이오프를 거치면서 안혜지가 많이 늘었다고 생각한다"고 칭찬했다. 팀 동료 박혜진도 "안혜지가 우리 슈터다"고 했다.

BNK 안혜지가 우승 후 그물 커팅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WKBL 제공
BNK 안혜지가 우승 후 그물 커팅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WKBL 제공
이에 안혜지 본인은 "안혜지하면 '어시스트'가 따라다니지만 그건 내가 좋아하는 거고 팀을 위해서는 슛을 쏘고 공격도 해야 했다. 그래서 드라이브인도 하고 열심히 연습하다 보니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올해 정규시즌에서 안혜지는 30경기 전 게임에 출전, 평균 35분 8초를 뛰면서 10.0득점 3.6리바운드 5.6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후반기 팀이 부상으로 골머리를 앓는 와중에도 김소니아, 이이지마 사키와 함께 풀타임에 가까운 시간을 뛰며 힘을 보탰다. 약점으로 지적된 3점슛도 성공률은 커리어 평균과 비슷했지만, 성공횟수(45회)는 데뷔 후 최다였다.

다만 시즌 막판은 다소 힘들었다. 안혜지는 지난달 10일 KB스타즈와 홈경기에서 팀이 58-55로 앞서던 4쿼터 막판, 팀파울로 인해 그는 자유투 2개를 얻어내게 됐다. 그런데 이를 모두 실패했고, 리바운드를 따낸 KB스타즈가 나가타 모에의 버저비터 3점포로 동점을 만들었다. 결국 이날 경기를 패하면서 BNK의 정규리그 우승도 어려워졌다.

그래도 안혜지는 절치부심을 이어갔고, 2015년 프로 데뷔 후 무려 10년 만에 정상에 올라 그 주인공이 됐다. 시즌 전 스타뉴스와 만난 안혜지는 "부산에서 우승을 해보는 것이 내 농구인생의 목표다"라고 말했는데, 본인의 힘으로 이를 성공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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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웅 |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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