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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 외야에 설치됐던 피치 클락 타이머.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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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잠실야구장에 설치된 피치 클락 타이머.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뉴시스 제공 |
KBO는 2025년 KBO 리그 미디어데이에 앞서 10개 구단 감독과 김병주 심판위원장, 진철훈 기록위원장이 참석한 간담회를 토대로 피치클락 관련 세부 시행 세칙을 21일 발표했다. KBO는 "이날 정립된 내용을 바탕으로 3월 22일부터 열리는 개막전부터는 다음과 같은 세칙이 추가로 적용된다"고 밝혔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KBO는 피치클락을 정식 도입했다. 경기 시간을 줄이자는 공감대로 마련된 제도로 투수는 주자가 없을 땐 20초, 주자가 있을 때는 25초 내로 공을 던져야 한다. 포수는 9초가 표기된 시점 안에 포수석에 있어야 하고 타자는 8초가 표기된 시점에 양발을 타석에 두고 타격 준비를 마쳐야 한다. 이를 어길 시에는 수비 측에는 볼, 공격 측엔 스트라이크를 준다.
세부 시행 세칙 3가지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피치클락 잔여 시간을 이용해 투수가 고의로 경기를 지연시키면 주의 또는 경고 조치가 가능하다는 조항이었다. KBO는 이 조항과 관련해 "'불필요한 경기 시간 단축으로 박진감 넘치는 경기 제공'이라는 피치클락 규정 도입 목적과 기존 스피드업 규정에 따라 투수가 피치클락 잔여 시간을 이용해 고의로 경기를 지연시킨다고 심판이 판단할 경우, 주의 또는 경고 조치가 가능하다"고 명시했다.
여기서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 피치클락 도입으로 이미 투수에게 20초 혹은 25초 내 투구라는 족쇄가 채워진 상황에서 그 시간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느냐는 것이다. 두 번째, 투수마다 각자 투구 리듬과 루틴이 다른데 과연 그 고의성 여부를 심판들이 어떤 기준에서 어떻게 판단하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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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의 피치 클락 타이머. /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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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시범경기 LG 트윈스 대 NC 다이노스 경기가 17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LG 박해민이 4회말 1사 1루에서 NC 선발 김태경의 피치클록과 관련 시비가 일며 마운드로 향하고 있다.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김진경 대기자 |
이어 "투수가 경기를 고의로 지연하는 것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이야기가 나왔다. 투수들에게 무조건 빨리 던지라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지나치게 투수판에서 발을 뺀다던가, 일반적인 동작이 아닌 심판이 봤을 때 불필요한 액션이라고 판단했을 때 나올 것이다. 10개 구단 감독이 스피드업 차원에서 동의했고 의견이 모였다. 기존의 KBO 스피드업 규정에도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KBO 리그는 메이저리그보다 피치 클락 시간도 긴 대신, 투수판 이탈 제한이 없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주자가 없을 시 15초, 주자가 있을 때 18초로 제한한다. 투수판 이탈이 제한되지 않은 상황에서 투수들이 피치 클락 잔여 시간을 모두 활용한다면 스피드업 도입 의미가 크게 퇴색될 수 있었다. 이는 스피드업 도입 당시에도 예견된 일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KBO 관계자가 말한 스피드업 규정은 '투수는 포수로부터 공을 받으면 투수판을 밟고 사인을 교환하고 즉시 투구해야 한다'는 4번 투수 파트의 2항을 뜻한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해당 사안에 공감을 표하면서 세칙이 빠르게 정해졌다. 해당 논의에 참여한 김병주 KBO 심판위원장은 스타뉴스에 "피치클락과 관련해 서로 경기가 지연되다 보면 감정싸움이 나올 수 있다고 봤다. 올해 시범 경기를 치르면서 감독과 심판들이 그 얘기에 공감했고 '야구적으로 풀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심판들이 (고의 지연을 이유로) 계속 (투수의 흐름을) 끊는 일은 없을 것이다. 너무 심하다 싶으면 개입한다. 위반했다고 따로 제재도 없다. 벌칙을 주게 되면 또 서로가 왜 한쪽에만 벌칙을 주냐고 말이 나오고 혼란이 생긴다. 어디까지나 '빨리하자'고 경고 차원에서 이야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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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노경은은 피치클락 정식 도입 후 1호 위반 사례가 됐다.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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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심판·기록위원 합동 훈련 세미나 현장. /사진=KBO 제공 |
이어 "특정 경기가 케이스가 된 건 아니다. 예를 들어 타자는 8초 안에만 들어오면 되는데 보통 투수들은 12~13초에서 많이 던진다. 그런데 간혹 12~13초가 지나서도 세트 포지션으로 가만히 있는 선수들이 있다. 이럴 경우 타자 입장에선 할 수 있는 것이 타임밖에 없다. 타자는 타석당 타임아웃을 2번밖에 쓰지 못하는데 그러면 감정싸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해 KBO 리그가 천만 관중도 했는데 이런 일로 야구장에서 서로 안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없다는 데 모두가 공감했다"라고 덧붙였다.
결국 야구 흥행을 위한 현장과 KBO가 형성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서로 믿고 나아간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서로 간의 믿음은 이미 이번 시범 경기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지난 8일 시범경기 개막 당시 KT 포수 장성우는 피치클락과 관련해 "심판 선생님들도 일본에 오셔서 우리에게 피치클락을 설명해줬다. 또 피치클락을 하는 목적이 선수의 잘못을 잡아내려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 '성우야 몇 초 남았다, 빨리빨리 앉아라, 준비해' 이렇게 이야기해준다. 그래서 크게 어렵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원활한 제도 시행을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심판들의 역할이다. 그 점을 KBO 심판진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피치클락이 야구 경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라는 걸 떠올려 주셨으면 좋겠다. 야구는 야구답게 하자고 했고 현장에서도 공감했다. 심판들이 잘 판단하려 한다. 우리가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