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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심우준이 22일 수원 KT전 3회초 첫 타석에서 친정팀 KT 홈팬이 있는 1루를 향해 90도 인사를 하고 있다.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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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심우준이 22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KBO 리그 정규시즌 개막전을 승리로 이끈 후 취재진의 사진 요청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
한화는 22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 리그 정규시즌 개막전에서 KT 위즈에 4-3으로 역전승했다.
2020년 인천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전 3-0 승리 후 이어진 개막전 4년 연속 패배를 끝내는 짜릿한 역전승이었다. 그 중심에는 이적 첫 경기만에 친정팀을 상대한 유격수 심우준이 있었다. 심우준은 지난해 11월 생애 첫 FA 자격을 얻고 한화와 4년 최대 50억 원(계약금 24억원, 연봉 총액 18억원, 옵션 8억원) 계약을 체결했다. 빠른 발과 뛰어난 수비를 인정받았고 단숨에 한화 내야 수비의 핵심으로도 떠올랐다.
강점인 수비와 주루뿐 아니라 타격에서도 만점 활약을 보여준 경기였다. 심우준은 3회초 2사 첫 타석에서 나와 볼넷을 얻어내며 출루에 성공했다. 김태연의 타석에서 2루를 훔쳤고, 이어진 적시타에 홈까지 밟았다. 5회말 1사 1, 2루에서는 김민혁의 땅볼을 2루수 안치홍으로부터 받아 빠르게 2루를 밟고 1루로 던져 병살로 연결했다. 상대의 흐름을 차단하는 명품 수비에 한화 선발 코디 폰세도 고마운 마음에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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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심우준(오른쪽)이 22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KBO 개막전에 앞서 KT 이강철 감독에게 인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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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심우준이 22일 수원 KT전 7회초 2사 2루에서 역전 1타점 적시 2루타를 날린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ㅍ |
하이라이트는 한화가 1-2로 지고 있는 7회초였다. 앞선 타석에서 황영묵이 우익선상 2루타로 2-2 동점을 만들자, 심우준은 김민수의 3구째 직구를 받아쳐 우중간 2루타로 때려냈다. 한화의 3-2 역전이었다. 이후 노시환의 8회 쐐기 솔로포가 터졌고 KT가 이를 뒤집지 못하면서 한화의 첫 승이 이뤄졌다.
이날 심우준은 3타수 1안타 1타점 1득점 1볼넷 1도루로 공·수·주에서 모두 존재감을 발휘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심우준은 자신의 활약에 점수를 매겨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만점이다. 중요한 상황에서 안타를 때린 게 컸다.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다 보여준 것 같다. 앞으로도 타석에서는 욕심부리지 않고 오늘처럼 하루에 하나씩만 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팬분들이 잘했다고 인정해 주시면 잘한 것이겠지만, 개인적으로 수비는 깔끔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가면 갈수록 더 깔끔하게 할 테니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
심우준의 한화 데뷔전이기도 했으나, 친정팀 KT를 처음 만나는 자리이기도 했다. 심우준은 송정동초-언북중-경기고 졸업 후 2014년 KBO 신인드래프트 2차 특별지명 14순위로 입단해 지난해까지 11년을 KT 원클럽맨으로 활약했다. 2021년 KT의 창단 첫 정규 1위와 한국시리즈 우승도 이끈 유격수이자 프랜차이즈 스타 중 하나였기에 이적을 했음에도 그의 첫 등장에는 1루 KT 팬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뭉클한 장면도 만들어졌다. 3회 첫 타석에서 심우준은 KT 팬들이 있는 1루를 향해 가장 먼저 허리를 90도로 숙이는 폴더 인사를 했다. 뒤이어 포수 후면석과 3루에 있는 한화 팬들에게까지 90도 인사를 하며 신고식을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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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심우준이 22일 수원 KT전 3회초 첫 타석에서 친정팀 한화 원정팬이 있는 3루를 향해 90도 인사를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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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심우준이 22일 수원 KT전 3회초 김태연의 적시타 때 홈을 밟고 더그아웃에 들어왔다.ㅍ |
감동적인 장면 뒤에는 전 동료 장성우와 심판진의 배려도 있었다. 심우준이 인사하는 동안 박근영 주심은 일부러 마운드를 향해 걸어갔고, KT 포수 장성우는 장비를 매만지며 시간을 벌었다. 심우준은 "내가 볼 때는 (장)성우 형이 심판님에게 먼저 이야기한 것 같다. 왜냐하면 내가 타석에 나가기 전부터 심판님이 먼저 앞으로 나가셨다. 그래서 성우 형한테 너무 고맙다. 괜히 안방마님이라 불리는 게 아니다"라며 고마움을 나타냈다.
극적인 결승타 순간에도 친정팀을 향한 배려를 잊지 않았다. 심우준은 "대기 타석부터 생각을 많이 했다. (김)민수 형의 커터나 슬라이더가 좋아서 약간 오른쪽 방향으로 친다고 생각했다. 내가 보기엔 실투가 들어온 것 같은데 그걸 놓치지 않은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겸손하게 답했다. 이어 "세리머니를 더 크게 하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상대가 KT다 보니 자제했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홈팬들을 향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심우준은 "응원가가 새롭게 바뀌었는데 팬분들이 쉽게 따라할 수 있게 잘 만들어 주신 것 같다. 또 한화 팬분들이 워낙 목소리가 크다 보니까 응원을 듣고 더 힘이 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체적으로 팀이 단단해지고 안정감 생긴 것 같다. 또 우리 불펜진이 워낙 좋기 때문에, 선발 투수가 6이닝 정도만 버텨주면 팬들이 편하게 볼 수 있는 경기를 자주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수비를 잘해서 최대한 투수들에게 부담을 안 주려 한다. 주자가 나갔을 때도 최대한 타자에게 집중하게끔 만들어주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