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간 10홈런 쳤는데 4번타자라니... 59세 노장은 강백호-로하스 가지고 '왜' 그런 결정 내렸나

수원=김동윤 기자 / 입력 : 2025.03.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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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김민혁. /사진=김진경 대기자
KT 김민혁. /사진=김진경 대기자
KT 이강철 감독. /사진=김진경 대기자
KT 이강철 감독. /사진=김진경 대기자
이강철(59) 감독이 이끄는 KT 위즈가 메이저리그(ML)에서만 볼 수 있는 신개념 라인업으로 2025시즌을 시작한다. KT의 4번 타자는 KBO 통산 121홈런의 강백호(26)도, 164홈런 MVP 멜 로하스 주니어(35)도 아닌, 10홈런의 김민혁(30)이다.

김민혁은 광주서석초-배재중-배재고 졸업 후 2014년 KBO 신인드래프트 2차 6라운드 56번으로 KT에 입단한 우투좌타 외야수다. 2015년 1군에 데뷔해 KBO 통산 타율 0.292(2166타수 633안타) 10홈런 190타점 311득점 71도루, 출루율 0.356 장타율 0.352 OPS(출루율+장타율) 0.708을 기록했다. 주전급으로 올라선 2021년부터는 타율 0.312(1293타수 403안타), 5홈런, 출루율 0.374 장타율 0.377로 꾸준히 타율 3할을 기대할 수 있는 선수가 됐다.


기록에서 보이듯 김민혁은 장타보다는 콘택트에 강점이 있는 타자지만, 이강철 감독은 그를 올 시즌 4번 타자로 낙점했다. 개막전 KT 선발 라인업은 강백호(지명타자)-멜 로하스 주니어(우익수)-허경민(3루수)-김민혁(좌익수)-장성우(포수)-문상철(1루수)-천성호(2루수)-배정대(중견수)-김상수(유격수) 순이었다. 전통적인 야구관에서 4번 타자는 많은 타점과 홈런이 가능한 슬러거들을 배치한다는 걸 떠올리면 이례적이다.

이강철 감독은 22일 개막전을 앞두고 "당분간 이 라인업으로 가려 한다. 지금 3, 4, 5번이 우리 팀에서 가장 콘택트가 좋은 타자들이다. 앞에서 잘해주고 뒤에서 삼진 적고 콘택트 있는 선수들이 인플레이 타구를 치면 뭔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그 유형의 강백호, 로하스 주니어는 발 빠르고 작전 수행에 능숙한 1, 2번에 배치됐다. 가장 타격이 뛰어난 타자들을 한 번이라도 더 타석에 내보내 득점 기회를 창출하겠다는 '강한 1·2번' 전략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오타니 쇼헤이-무키 베츠가 테이블세터를 이루는 등 자주 볼 수 있는 전략. 지난해 로하스 주니어를 1번으로 배치해 가을야구까지 진출했던 이강철 감독은 올 시즌엔 강백호까지 전진 배치해 시너지 효과를 노렸다.


KT의 강백호(왼쪽)와 멜 로하스 주니어. /사진=김진경 대기자
KT의 강백호(왼쪽)와 멜 로하스 주니어. /사진=김진경 대기자


강백호-로하스 주니어 다음으로 장타력이 기대되는 포수 장성우(35)마저 4번이 아닌 5번에 배치했다. 이강철 감독은 "원래 (장)성우를 4번으로 쓰려고 했는데 발이 조금 느리다. (김)민혁이도 장타는 가끔 나오지만, 성우가 뒤에서 장타를 치면 베이스 2개씩 갈 수 있는 발이 있다. 6번의 (문)상철이도 장타가 있고 그다음 3명은 출루율이 나쁘지 않고 발도 빠르니까 이렇게 짜봤다"고 밝혔다.

한 팀에 오랜 기간 재직한 노장 감독의 단점이 아닌 장점이 발휘된 세심한 결정이었다. 타자 장성우의 장타력은 매력적이지만, 올해 그가 맡은 역할은 한두 개가 아니다. 35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주장이자 주전 포수로 팀 전체를 끌어나가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어 그의 체력 안배는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백업 포수의 성장이 더뎌지면서 시즌 후반 장성우의 페이스가 떨어지는 모습이 잦았다.

대신 콘택트 능력이 뛰어난 허경민(35)과 김민혁을 3, 4번에 배치하고 장성우 다음으로 장타력이 기대되는 문상철을 뒤에 놔 주전 포수의 부담을 한껏 낮췄다. KT에서만 7년째 머물며 팀의 강점과 약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이강철 감독만이 할 수 있는 결정이다.

KT의 신개념 라인업은 22일 한화 이글스와 개막전에서도 효과를 봤다. 리드오프 강백호가 5타수 2안타로 출루했고 허경민이 3안타, 김민혁이 2안타로 많은 득점 기회를 창출했다. 특히 올해 시범경기 7경기에서 타율 0.333(18타수 6안타) 4타점을 기록한 김민혁은 좋은 기세를 정규시즌에도 이어갔다. 1회말 2사 3루에서 코디 폰세의 슬라이더를 절묘하게 걷어 올려 2025시즌 KT의 첫 득점과 타점을 생산했다.

과연 없는 자원에서 최대한 많은 득점을 내기 위해 노장이 고민한 라인업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KT 김민혁. /사진=김진경 대기자
KT 김민혁. /사진=김진경 대기자
KT 이강철 감독. /사진=김진경 대기자
KT 이강철 감독. /사진=김진경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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