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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김광현이 23일 두산전에 선발 등판해 이닝을 마친 뒤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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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투를 펼치는 김광현. /사진=SSG 랜더스 제공 |
김광현은 23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5⅔이닝 동안 99구를 던져 7피안타 2볼넷 8탈삼진 2실점 호투로 팀 개막 2연승을 이끌고 시즌 첫 승을 수확했다.
지난해 12승(10패)을 수확하고도 데뷔 이래 최악의 평균자책점(ERA) 4.93을 기록하며 웃을 수 없었던 김광현은 외국인 투수 미치 화이트가 부상으로 빠져 있는 가운데 무거운 책임감을 안고 마운드에 섰다.
주장 완장까지 차게 된 김광현은 자신이 시즌을 얼마나 잘 준비했는지 경기 초반부터 보여줬다. 전매특허인 슬라이더를 위주로 한 노련한 피칭으로 두산 타자들을 손쉽게 돌려세웠다.
최고 시속 147㎞ 빠른 공을 25구 던졌는데 최고 142㎞를 찍은 주무기 슬라이더는 44구나 던지나 던졌다. 커브와 체인지업은 15구씩을 던지며 다양한 레퍼토리로 두산 타자들을 공략했다. 이날 무려 8개의 탈삼진을 기록했는데 날카로운 슬라이더로만 5개의 삼진을 낚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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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원관중의 응원 속에 호투를 펼치는 김광현. /사진=SSG 랜더스 제공 |
전날 1선발 드류 앤더슨이 4회도 버티지 못하고 4실점하며 무너졌던 터라 더욱 값진 호투였다. 더구나 김광현은 지난 20일 2025 신한 SOL KBO 미디어데이에서 개막전 선발로 토종 투수가 사라진 상황에 대해 "사실 국내 투수로서 창피한 일이라 생각한다. 자존심도 상한다"고 작심 발언을 했다..
현실적으로 국내 선수의 수준이 이전과 달리 떨어진 상황에 대한 자조이기도 했고 한국 야구를 위해 멀리 내다보지 않는 환경에 대한 아쉬움이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개막전 선발 투수가 외인으로만 이뤄진 건 2017년 이후 8년 만이자 KBO리그 역대 2번째 진귀한 현상이었다.
주장으로선 전날 7명의 투수가 나서는 총력전을 펼쳤기에 더욱 어깨가 무거웠다. 아직 몸 상태가 100%라고 볼 수 없는 첫 경기이지만 최소 5이닝, 길게는 6이닝 이상을 막아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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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이 시즌 첫 경기 승리를 챙긴 뒤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
체력적으로도 문제가 없었다. 김광현은 "95개에서 100개 정도 투구수가 예정돼 있었다"며 "오늘은 힘이 계속 남아 있었다. 그런데 사실 바꾸는 게 맞고 이유찬 선수와 타석에서 안타를 맞았다. 저도 욕심을 부렸다. 한 타자를 더 상대하려다보니 점수를 1점 더 주게 됐다. 그래도 힘이 안 빠지고 99개를 소화했다는 것 자체가 너무 고무적"이라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작심 발언을 할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만큼 준비가 잘 돼 있었다. 컨디션을 천천히 끌어올리는 경향이 있는 외국인 선수들이 시즌 초반엔 한계 투구수를 다소 적게 설정하고 등판하는 일이 있지만 김광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원래 개막전에 맞춰서 100%를 끌어올려야 되는 게 프로 선수이다. 조금 늦게 준비했다고 하면 80구, 90구에서 끊어야 되는데 올 시즌 같은 경우는 스프링캠프부터 지금까지 개막전에 몸을 맞춰 100구를 맞추는 걸 목표로 했다"고 당당히 말했다.
두산 타자들이 김광현의 슬라이더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그럼에도 김광현은 "(내) 슬라이더를 처음 보는 선수들도 있었다. 아직 개막 첫 경기이기에 앞으로 좀 더 가다듬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볼넷 2개가 정말 아쉽고 행운의 안타도 나왔지만 잘 맞은 타구도 몇 개 나왔다. 경기 끝나고 내일부터 또 다음 경기를 어떻게 던질지 오늘부터 조금 더 날카롭게 만들고 제구도 더 잡아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만족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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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오른쪽)이 승리 후 수훈 선수 수상을 하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