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외야? 그건 핑계" 이정후, 이 악물었다, '타격왕 후보' 증명의 무대가 열린다... 28일 신시내티와 개막전

안호근 기자 / 입력 : 2025.03.26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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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이정후. /사진=김진경 대기자
샌프란시스코 이정후. /사진=김진경 대기자
시범경기에서 수비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는 이정후. /사진=김진경 대기자
시범경기에서 수비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는 이정후. /사진=김진경 대기자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이를 악물었다. 꿈의 무대 도전 처음부터 부상 악몽에 시달리며 고개를 떨궈야 했기에 올 시즌은 무조건 몸값을 해내겠다는 각오다.

이정후는 2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2025 메이저리그(MLB) 시범경기에 3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무안타 1삼진을 기록했다.


마지막 모의고사는 다소 아쉽게 끝을 맞이했다. 1회 첫 타석에서 중견수 뜬공, 3회에는 삼진으로 돌아선 이정후는 5회에 2루수 땅볼에 그친 뒤 7회초 결국 교체됐다.

올 시즌엔 14경기에서 타율 0.250(36타수 9안타) 2홈런 5타점 10득점, 출루율 0.357, 장타율 0.472, OPS(출루율+장타율) 0.829로 다소 아쉬운 기록을 보였다.

그러나 성적보다 건강함을 확인했다는 점이 더욱 의미가 깊은 시범경기였다. 현지에선 이정후를 둘러싼 각종 기대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정후가 시범경기에서 타석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이정후가 시범경기에서 타석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현지 중계진은 시범경기 일정을 마무리한 이정후와 인터뷰를 가졌다. 이정후는 "몸 상태가 매우 좋다. 어서 빨리 정규시즌 경기에 나서고 싶다"고 의욕을 밝히며 "KBO리그에서 7번, MLB에서 두 차례 스프링캠프를 소화했는데 올해 캠프가 가장 빠르게 지나갔다. 훈련도 가장 많이 했다. 최고의 구단에서 최상의 지원을 해줘서 건강하게 돌아올 수 있었다. 이제 내가 그에 대해 보답해야 한다"고 새 시즌에 대한 남다른 각오를 나타냈다.

아직은 검증이 필요하다. KBO 통산 타율 1위(0.340)에 오른 타격 천재지만 빅리그에선 고작 37경기에 뛴 게 전부다. 지난해 성적은 타율 0.262(145타수 38안타), 2홈런 8타점 10볼넷 13삼진, 출루율 0.310, 장타율 0.331, OPS 0.641로 기대를 밑돌았다.

그럼에도 세부 스탯을 중시하는 미국 야구에선 이정후의 성공 가능성을 여전히 높게 점치고 있다. MLB닷컴은 이정후를 샌프란시스코의 가을야구를 좌우할 가장 큰 변수로 꼽으며 "자이언츠는 2023시즌 대형 영입작이었던 이정후가 라인업에 필요한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는데 그 배경은 이정후의 컨택트와 관련한 세부 스탯이었다. 매체는 "37.1%의 스퀘어드 스윙률, 9.6%의 헛스윙률, 8.2%의 삼진율 등 기본 지표 중 일부는 두 번째 MLB 시즌에 개선될 수 있는 희망을 제공한다"고 근거를 제시했다.

좀처럼 헛스윙을 하지 않고 나쁜 공에 방망이를 휘두르지 않는 능력, 존으로 들어오는 공을 맞힐 확률이 빅리그 최상위권이라는 점에서 이정후는 사실상 보여준 게 없는 신인급 선수임에도 커다란 기대를 받고 있다.

시범경기에서 타격하는 이정후. /사진=김진경 대기자
시범경기에서 타격하는 이정후. /사진=김진경 대기자
미국 야구 통계 매체 팬그래프는 자체 성적 예측 프로그램 스티머를 통해 예상한 기록에선 올 시즌 143경기 타율 0.294 14홈런 62타점 88득점 13도루, 출루율 0.351, 장타율 0.438, OPS 0.789, 대체 선수 대비 승리기여도(WAR) 3.9를 써낼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나 눈길을 끈 건 내셔널리그 전체 타율 2위에 해당하는 수치를 예상했다는 점이다. 컨택트 능력 하나만큼은 의심할 게 없다는 평가다.

시범경기 아쉬운 성적에도 이정후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현지 중계진에게 여전히 이정후는 신인이나 다름없다. KBO리그와 메이저리그 투수들에 대한 비교 질문이 나왔고 이정후는 "가장 큰 차이점은 구속이다. MLB 투수들의 더 공이 빠르며고 피치클락 규정 때문에 투구 템포도 더 빠르다". KBO 투수는 스플리터를 많이 던지는데 MLB 투수는 스위퍼처럼 횡으로 떨어지는 변화구 비율이 높다"고 차이를 설명했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이정후를 3번 타자로 기용하겠다는 뜻을 나타냈고 시범경기에서 3번 타자로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정후는 바뀐 타순에 대해 "어느 타순이든 해야 할 일이 있다"며 "항상 경기장에 나가면 감독님과 팀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오라클파크의 넓은 외야에서도 가장 많은 움직임을 보여야 하는 중견수이지만 "모든 중견수가 이곳에서 잘해왔다. 나도 그에 못지않게 잘하고 싶은 마음"이라며 "그런 건 핑계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구장에서 좋은 퍼포먼스를 펼칠 것"이라고 다짐했다.

시범경기에서 수비를 준비하는 이정후. /사진=김진경 대기자
시범경기에서 수비를 준비하는 이정후. /사진=김진경 대기자
입맛도 빠르게 현지화된 모양이다. 이정후는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햄버거"라며 "바다가 보이는 곳에 살아서 기쁘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올 시즌 증명해야 할 게 많다. 6년 1억 1300만 달러(1654억원)이라는 아시아 야수 최고액에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은 이정후는 큰 기대 속에 지난해 시범경기에선 13경기에 출전해 타율 0.343(35타수 12안타) 1홈런 5타점 6득점, 출루율 0.425, 장타율 0.486, OPS(출루율+장타율) 0.911로 활약했다.

그러나 시즌 개막 후 적응기를 겪던 이정후는 5월 수비 도중 펜스에 충돌하며 어깨가 탈구됐고 이후 수술대에 올랐고 이후 팀도 반등 동력을 잃고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올 시즌 샌프란시스코의 반등을 위해선 이정후의 역할이 핵심적이라는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시범경기에서 이미 등 부상을 당했고 휴식을 취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조급한 마음을 달래고 한 템포 쉬어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젠 정말 보여줘야 할 일만 남았다.

이정후는 오는 28일 오전 5시 10분부터 열리는 신시내티 레즈와 MLB 개막전을 준비한다.

이정후가 시범경기에서 타격에 나서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이정후가 시범경기에서 타격에 나서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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