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전 충격의 122구' 키움 정현우→韓 역대 2위 기록이라니... '5억팔 상할라' 후유증 지울 특별관리 절실

안호근 기자 / 입력 : 2025.03.27 02:07
  • 글자크기조절
키움 정현우가 26일 KIA전에서 투구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키움 정현우가 26일 KIA전에서 투구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KBO 고졸 신인 역대 12번째 데뷔전 선발승. 그러나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모든 게 처음인 신인 투수이기에 우려가 뒤따를 수밖에 없는 건 사실이다. 전체 1순위 신인 정현우(19·키움 히어로즈)가 잊지 못할 데뷔전을 치렀다.

정현우는 26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8피안타 7사사구 4탈삼진 6실점(4자책)을 기록했다. 승리 요건을 안고 내려온 정현우는 팀이 17-10로 이겨 데뷔전 승리 투수가 됐다.


재능과 함께 과제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었던 데뷔전이었다. 그러나 가장 화제가 된 건 전혀 다른 것이었다. 프로 첫 경기에서 무려 122구를 던졌다는 것이다.

덕수고를 졸업한 정현우는 전체 1순위로 키움 유니폼을 입었고 장재영(9억원), 안우진(6억원)에 이어 구단 역대 3번째로 많은 5억원의 계약금을 손에 넣었다. 그만큼 기대감이 큰 '완성형 투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시범경기에서도 흠잡을 데 없는 투구를 펼쳤다. 3경기에서 11이닝 동안 6피안타 5볼넷 10탈삼진 2실점(1자책), 평균자책점(ERA)이 0.82로 경기당 1점도 내주지 않았다. 볼넷보다 배로 많은 삼진을 잡아내는 K머신으로서의 기대감도 자아냈다.

일찌감치 사령탑으로부터 4선발로 낙점을 받았다. 키움은 타선 약화로 외국인 투수 대신 타자를 2명으로 구성하는 강수를 뒀고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정현우가 해줘야 하는 몫은 분명히 신인에게 요구될 수준의 것을 훌쩍 넘어섰다.


KBO 고졸 신인 12번째 데뷔전 선발승을 챙긴 정현우. /사진=키움 히어로즈 공식 SNS
KBO 고졸 신인 12번째 데뷔전 선발승을 챙긴 정현우. /사진=키움 히어로즈 공식 SNS
키움은 삼성 라이온즈와 개막 2연전을 시작으로 25일 KIA전까지 3경기에서 무려 35점을 내줬다. 타선이 18점을 내는 힘을 보여줬음에도 3연패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믿었던 유일한 외국인 선발 케니 로젠버그는 3이닝 만데 8실점하며 패전의 멍에를 썼고 토종 에이스 하영민 또한 3이닝 5실점(4자책)으로 부진했다. 영건 김윤하는 KIA전에서 5이닝을 버텼지만 홈런 5개를 얻어맞고 8실점(7자책)했다. 그렇기에 정현우의 어깨가 더 무거웠다.

데뷔전. 그것도 핵타선을 자랑하는 디펜딩챔피언의 위력은 예상을 크게 넘어섰다. 1회초부터 위즈덤에게 원바운드로 담장을 넘어가는 대형 2루타를 맞았고 긴장한 탓인지 폭투까지 범했다. 땅볼 타구 때 프로 첫 실점을 허용한 뒤 최형우에게 홈런성 펜스 직격 2루타도 허용했다. 이우성에게 안타를 맞고 추가 1실점. 31구를 던지고서야 1회를 마칠 수 있었다.

다행히도 타선이 폭발했다. 2회 4-2 역전에 성공했고 부담을 덜어놓고 2회말 마운드에 올랐으나 연이어 주자를 출루시켰고 최형우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고 4-4 동점이 됐다.

타선이 확실히 도움을 줬다. 2점을 더 내며 6-4로 다시 리드를 안겼다. 그러나 3회말 다시 한 번 대형 2루타를 맞았다. 긴장감 넘치는 2사 만루에서 위즈덤에게 몸쪽 슬라이더를 뿌려 헛스윙 삼진으로 스스로 불을 끈 건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였다.

KIA전 투구를 하는 정현우.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KIA전 투구를 하는 정현우.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5회엔 루벤 카디네스의 스리런 홈런 포함 4점을 더 뽑아내며 승리 투수 요건이 가까워졌다. 11-4로 앞선 가운데 5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이미 93구를 던졌던 터였다.

팀의 미래를 이끌어갈 투수에게 데뷔전 승리를 선사해주고 싶은 사령탑의 배려라고 풀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5회 수비도 길어졌다.

첫 타자 변우혁에게 좌전 안타를 맞고 시작한 정현우는 김태군에게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아내며 이미 100구를 돌파했다. 홍원기 감독은 움직이지 않았다. 이후 윤도현에게 2루타를 맞고 1사 2,3루 위기에 몰렸다. 최원준을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승리 요건까지 아웃카운트 하나만을 남겨뒀으나 위즈덤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2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그럼에도 벤치는 요지부동이었고 나성범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투구수는 118구로 늘었지만 키움은 그대로 정현우로 밀고나갔고 최형우를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며 122구를 기록한 뒤에야 이날 투구가 마무리됐다.

굳이 무리할 이유는 하나도 없었다. 혹사에 대한 기준은 여전히 불분명하지만 그 잣대가 지금보다 훨씬 희미했던 시절까지 포함해도 정현우의 이날 투구수는 매우 이례적이었다.

KBO에 따르면 역대 데뷔전을 치른 투수의 최고 투구수는 1991년 4월 24일 롯데 자이언츠 투수 김태형의 OB 베어스전 135구다. 당시 김태형은 9이닝 동안 1실점하며 승리를 거뒀다. 그 다음이 바로 이날 정현우의 투구다.

정현우가 KIA전 역투하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정현우가 KIA전 역투하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첫 시즌에 신인왕과 최우수선수(MVP)를 동시 석권했던 류현진(한화 이글스)도 2006년 4월 12일 LG 트윈스와 데뷔전에서 7⅓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던진 게 109구였다. 120구를 넘긴 건 김태형의 135구와 1998년 4월 17일 쌍방울 레이더스전의 김수경(현대)의 120구뿐이었다.

과거보다 선수 관리의 중요성이 훨씬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기에 이날 정현우의 122구 역투가 더욱 놀랍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커뮤니티에선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비판적인 반응을 보이는 팬들은 데뷔전 많은 투구수가 향후에도 악영향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나타내고 있다. 물론 한 경기에 얼마나 던져야 혹사로 봐야할까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없다. 투수의 몸 상태에 따라, 컨디션에 따라, 투구 스타일에 따라 모두 다를 수 있다.

다만 신인 투수가, 그것도 우승팀을 상대로 투구를 했기에 고교 시절에 비해 공 하나 하나에 훨씬 더 많은 힘을 실어 투구할 수밖에 없었고 그 피로도는 지금껏 겪어본 것과는 다를 것이 뻔했다. 심지어 정현우는 고교 시절에도 110구 이상을 던진 적이 없었던 투수다.

승리가 확정된 후 동료들로부터 축하 물 세례를 맞았고 밝은 미소와 함께 수훈 선수 인터뷰까지 했다. 다만 겪어본 적 없는 역투이기에 후폭풍은 당장은 상상하기 어려울 수 있다. 경험이 많은 투수들도 노히트노런이나 완봉 등을 달성하기 위해 무리하게 투구를 한 이후 후유증에 시달리는경우를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심지어는 커리어가 한순간에 꺾이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40년이 넘는 KBO 역사에도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고된 투구를 펼친 신인이기에 구단 차원에서 후유증을 지울 특별한 관리가 필수적일 것으로 보인다.

포수 김재현(왼쪽)이 마운드에 올라 흔들리는 정현우를 다독이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포수 김재현(왼쪽)이 마운드에 올라 흔들리는 정현우를 다독이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정현우(가운데)가 승리 후 동료들에게 축하 물 세례를 맞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정현우(가운데)가 승리 후 동료들에게 축하 물 세례를 맞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기자 프로필
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스포츠의 감동을 전하겠습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