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일문일답] LG 임찬규 "완봉 순간 (박)동원이 형 떠올랐다, 그런데 오스틴이..." 엘린이→데뷔 15년 만에 첫 완봉승 감격

잠실=김동윤 기자 / 입력 : 2025.03.27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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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임찬규(오른쪽)가 26일 잠실 한화전에서 생애 첫 완봉승을 달성한 뒤 포수 박동원과 포옹하고 있다.
LG 임찬규(오른쪽)가 26일 잠실 한화전에서 생애 첫 완봉승을 달성한 뒤 포수 박동원과 포옹하고 있다.
LG 임찬규(왼쪽)가 26일 잠실 한화전에서 생애 첫 완봉승을 달성한 뒤 기뻐하고 있다.
LG 임찬규(왼쪽)가 26일 잠실 한화전에서 생애 첫 완봉승을 달성한 뒤 기뻐하고 있다.
'엘린이(LG+어린이)' 출신 임찬규(33)가 LG 트윈스 줄무늬 유니폼을 입은 지 데뷔 15년 만에 첫 완투승이자 완봉승에 성공했다. 감격의 순간, 떠오른 사람은 가족이 아닌 포수 박동원(35)이었다.

임찬규는 2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정규시즌 홈 경기에서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선발 등판해 9이닝 2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봉승을 거뒀다.


LG는 임찬규의 역투와 문성주의 4타수 3안타 2타점 활약과 문보경의 쐐기포에 힘입어 한화를 4-0으로 제압하고 개막 4연승을 달렸다. LG는 4승 무패로 단독 1위로 올라섰고, 5년 만에 개막전 승리를 따냈던 한화는 3연패로 1승 3패를 기록했다.

엘린이의 꿈이 이뤄진 순간이었다. 임찬규는 2011년 KBO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LG에 입단했다. 이 경기 전까지 323경기에 출전해 75승 78패 6홀드 8세이브 평균자책점 4.53의 모든 기록을 LG와 함께했다. 지난달 미국 스프링캠프 당시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나는 2002년에 야구를 제대로 접한 LG 트윈스 팬이다. LG는 서울을 상징하는 팀이다. 서울을 연고지로 한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의 팀이다. 그렇기 때문에 LG 소속이라면 그 자부심을 갖고 뛰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일 정도로 충성심이 대단한 선수였다.

75번의 승리 중 완투승과 완봉승은 없었다. 이날은 달랐다. 임찬규는 직구 41구, 체인지업 25구, 커브 28구, 슬라이더 6구 등 총 100구를 던지며 한화 타선을 압도했다. 이렇다 할 위기조차 없었다. 1, 3, 5, 6, 8, 9회 등 9이닝 중 6이닝을 삼자범퇴로 처리하는 짠물 투구를 보였다. 가장 큰 위기였던 7회조차 무사 1루에서 노시환에게 병살을 끌어내고, 채은성에게 2루타를 맞고 황영묵을 유격수 땅볼 처리하면서 공 16개로 이닝을 끝냈다.


LG 임찬규가  26일 잠실 한화전에서 생애 첫 완봉승을 해낸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LG 임찬규가 26일 잠실 한화전에서 생애 첫 완봉승을 해낸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LG 임찬규(가운데)가 26일 잠실 한화전에서 생애 첫 완봉승을 달성한 뒤 기뻐하고 있다.
LG 임찬규(가운데)가 26일 잠실 한화전에서 생애 첫 완봉승을 달성한 뒤 기뻐하고 있다.
경기 후 만난 임찬규는 "완봉을 생각하고 마운드에 오른 건 아니었다. 한 타자 한 타자 집중해서 던진 것이 결과가 좋았던 것 같다. 어찌 됐든 한 번은 해보고 싶었던 완봉인데 이렇게 할 수 있어 감회가 남다르다"고 소감을 밝혔다.

9회에는 자신의 손으로 아웃카운트 2개를 처리하며 직접 자신의 손으로 완봉승을 완성했다. 문현빈의 타구를 직선타 처리했고 마지막 타자 에스테반 플로리얼의 땅볼 타구를 직접 잡아 1루로 송구해 1루수 오스틴 딘과 얼싸안았다.

공교롭게도 완봉의 순간 가장 떠오른 사람은 박동원이었다고. 임찬규는 "(박)동원이 형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원래는 인플레이 상황에서 마주 보며 끝내고 싶었는데, 공교롭게도 오스틴과 마지막 마무리를 하게 돼 약간 아쉬움이 남았다"고 웃었다.

이어 "그래도 오스틴이 너무 격렬하게 축하해줘서 고마웠다. 또 오늘 현장에 오신 어머니와 친누나 그리고 TV로 보셨을 팬들과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났다. 오늘 완봉은 돌아가신 아버지께 꼭 전해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LG 임찬규(왼쪽)가 26일 잠실 한화전에서 생애 첫 완봉승을 달성한 뒤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인사하고 있다.
LG 임찬규(왼쪽)가 26일 잠실 한화전에서 생애 첫 완봉승을 달성한 뒤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인사하고 있다.
LG 임찬규가 26일 잠실 한화전에서 수비를 칭찬하고 있다.
LG 임찬규가 26일 잠실 한화전에서 수비를 칭찬하고 있다.
▶다음은 임찬규와 일문일답.

- 첫 완투와 완봉승 소감.

일단 완봉을 생각하고 마운드에 오른 건 아니었다. 한 타자 한 타자에 집중해서 던졌는데, 결과가 좋았다. 어찌 됐건 한 번은 꼭 해보고 싶었던 완봉인데 이렇게 할 수 있어서 정말 감회가 남다르다.

-오늘 경기 어떻게 준비했는지.

항상 내 목표는 완급 조절이다. 직구 구위를 (박)동원이 형과 처음 맞춰봤을 땐 상태가 정말 좋지 않아서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올라가니까 구위가 좋아졌고, 잘 섞어가며 던질 수 있었다.

- 8회가 끝나고 감독님과 무슨 대화했는지.

이런 기회는 흔치 않을 텐데 어떻게 하겠냐고 했다. 나 역시 도전하고 싶다고 말씀드렸고, 감독님께서 OK 해주셨을 때 심장이 조금 뛰었다. 긴장도 돼서 최대한 단순화하고 감정을 누르려 노력했다. 결과적으로 좋았다.

-9회 강한 타구를 직접 처리했는데.

오히려 그런 긴장감이 더 집중력을 높였다. 공이 내게 날아오면 다 잡아내겠다는 마음이었다. 평소에는 왜 저렇게 못 하나 할 수도 있겠지만, 어떻게든 몸으로라도 다 막겠다는 각오였다. 결과적으로 다 잡을 수 있어 좋았다.

-언제쯤 완봉할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나.

사실 올라가서도 확신은 없었다. 완봉할 수 있겠다는 느낌보단 그냥 한 타자 한 타자 집중해서 던지려고 노력했다. 9회쯤 감정적으로 달라진 부분이 있었지만, 최대한 평소처럼 던지려고 노력했다.

LG 임찬규가 26일 잠실 한화전 9회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LG 임찬규가 26일 잠실 한화전 9회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LG 임찬규가 26일 잠실 한화전 9회 문현빈의 타구를 잡고 있다.
LG 임찬규가 26일 잠실 한화전 9회 문현빈의 타구를 잡고 있다.
-올라가기 전 코치진과 어떤 대화가 있었나.

투수코치님은 한두 명 정도 나가면 한 번 방문해서 다시 결정하겠다고 했다. 중간 투수들이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부담 없이 과감하게 스트라이크를 노렸다.

-9회 초 마음가짐이 조금 달라졌다고 했는데 어떤 점이었는지

당연히 도파민 같은 호르몬이 올라오고, 공 하나 던질 때마다 팬분들이 연호해주시는 소리가 들리니까 더욱 집중하게 됐다. 타자들은 그 소리가 들리는데 사실 나는 그 소리가 들리면 안 된다. 그 정도로 모든 사람이 응원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 빨리 타자를 잡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하나하나 집중해서 던질 수 있었다.

-마지막 타구는 어땠는지.

공이 글러브에 들어왔다. (박)동원이 형도 '마지막 되니까 공 다 잡는다, 골키퍼다'라고 했다. 문현빈 타구는 정면이라 그냥 글러브에 들어왔고, 둘 다 잘 맞은 타구였는데 전체적으로 행운이 좀 따랐다.

-올해 15년 차인데, 최근 몇 년간 임찬규라는 투수에 대한 평가가 높아지고 있다.

사람마다 목표가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상상을 할 때 행복해하는 사람이 있고, 누구보다 좋은 기록을 쓸 때 행복한 사람이 있는데 나는 매년 조금씩 발전하는 내 모습을 상상하면 기쁘다. 항상 매년 성장하는 걸 목표로 내년 이맘때 조금 더 성장한 나를 상상하면 행복하다. 은퇴까지 바뀌지 않을 목표다.

LG 임찬규가 26일 잠실 한화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LG 임찬규가 26일 잠실 한화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LG 임찬규가 26일 잠실 한화전에서 5회초 무사 박해민의 호수비에 손을 번쩍 들고 환호하고 있다.
LG 임찬규가 26일 잠실 한화전에서 5회초 무사 박해민의 호수비에 손을 번쩍 들고 환호하고 있다.
-수비 도움도 많이 받았는데.

수비들이 초반부터 정말 탄탄했다. 스프링캠프부터 땀 흘리며 준비하는 모습을 봤고 덕분에 내가 더 믿고 던질 수 있었다. 이렇게 수비가 완벽한 팀에서 던지고 있다는 게 정말 감사하고 선배든 동생이든 수비진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첫 등판에서 완봉승이 어려운 일인데 어떤 의미인지.

당연히 큰 의미가 있다. 평생 간직할 추억이고, 경기장을 찾은 팬분들과 TV로 시청하신 팬들께 처음부터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 정말 뜻깊다.

-완봉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누구인가.

(박)동원이 형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원래는 인플레이 상황에서 마주 보며 끝내고 싶었는데, 공교롭게도 오스틴과 마무리했다. 그래도 오스틴이 너무 격렬하게 축하해줘서 고마웠다. 또 오늘 현장에 오신 어머니와 친누나 그리고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났다. 오늘 완봉승은 돌아가신 아버지께 꼭 전해드리고 싶다.

-오늘이 야구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 중 하나일지.

사실 점수를 많이 주고 타자들이 점수를 많이 내서 이긴 날이 가장 행복하다. 수비와 타선의 도움도 있었지만, 오늘은 내 힘으로 마운드에서 경기를 끝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내가 한층 더 성장한 것 같아 기쁘다. 그리고 아직 시즌은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항상 잘 준비하려 한다.

-빠르지 않은 공으로 완봉을 거둔 건 (느린 구속의) 다른 투수들에게 희망이 될 것 같다.

사람마다 다르다. 젊은 선수들은 아직 미래가 창창하기 때문에 구속을 끌어올리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으면 좋겠다. 중간 나이의 선수들은 자신만의 살길을 찾았으면 한다. 사실 피칭에는 강속구도 있고 여러 가지 좋은 변화구도 있다. 쇼케이스용 강속구보다는 진짜 경기에서 이기는 피칭을 위해 더 연구하고 대결하는 법을 배웠으면 좋겠다. 타자와 대결을 연구하고 운영에 대해 배우는 것도 정말 재미있는 일이다. 그렇게 노력하다 보면 경기에도 많이 나갈 것이고 자신감도 생겨서 구속이 올라갈 수도 있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완봉승 다음 목표는?

9회 마운드에 오를 때 '완봉하겠다'는 생각보다는 한 구 한 구 어떻게 던질지를 생각했다. 매 경기 그렇게 100구를 던지는 것이 내 목표고, 이건 내가 은퇴할 때까지 바뀌지 않을 것 같다.

LG 임찬규가 26일 잠실 한화전 완봉승을 달성하고 기뻐하고 있다.
LG 임찬규가 26일 잠실 한화전 완봉승을 달성하고 기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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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윤 | dongy291@mtstarnews.com

스타뉴스 스포츠부 김동윤입니다.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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