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코리안 오타니 떴다' 폼부터 밸런스 다 따라했더니, 150㎞ 펑펑! "한참 부족해도, 오히려 기뻐" 왜?

대구=양정웅 기자 / 입력 : 2025.03.27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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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재희가 25일 대구 NC전에서 투구하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 이재희가 25일 대구 NC전에서 투구하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를 단순히 롤모델로 삼지 않고, 투구 폼과 메커니즘까지 복사에 성공했다. '예비역 병장' 이재희(24·삼성 라이온즈)가 구속 상승과 함께 필승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재희는 26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2025 신한 SOL Bank KBO 리그 정규시즌 홈경기를 앞두고 스타뉴스와 만나 "오타니를 따라하면서 몸에도 맞다고 생각하고, 결과도 좋아졌다. 그래서 더 공부를 많이 하게 됐다"고 말했다.


26일 기준 이재희는 올 시즌 2경기에서 1홀드와 평균자책점 0을 기록 중이다. 23일 대구 키움전에서는 5-2로 앞서던 4회초 2사 1, 2루에 등판, 루벤 카디네스에게 적시타를 허용했지만 송성문을 중견수 플라이로 처리해 데뷔 첫 홀드를 따냈다.

이어 이재희는 25일 대구 NC전에서도 마운드에 올랐다. 첫 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내고도 김성욱을 삼진으로 잡아냈다. 그는 박민우에게 기습번트안타를 허용한 뒤 손아섭에게도 내야안타를 맞아 2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지난해 홈런왕 맷 데이비슨에게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로 타이밍을 헷갈리게 한 뒤, 시속 148㎞ 직구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삼성 이재희가 25일 대구 NC전에서 투구하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 이재희가 25일 대구 NC전에서 투구하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박진만 삼성 감독도 루키 배찬승과 함께 이재희를 언급하며 "구위는 우리 불펜에서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박 감독은 "시즌 초반 경험을 잘 쌓으면 중반 이후에는 마운드에서 더 여유가 생길 것이다. 앞으로 더 중책을 맡아줘야 되지 않을까 기대감을 보여줬다"며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그래도 이재희는 덤덤했다. 그는 "딱히 필승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도 팀에 도움이 되니까 여기 있다고 생각하고, 최대한 더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앞선 2번의 등판을 돌아본 이재희는 "(23일은) 홀드가 되긴 했지만 앞에 (양)창섭이 형 주자도 못 막아서 신나거나 그런 건 아예 없었다. (25일은) 선두타자에게 볼넷을 내주는, 불펜으로는 가장 하면 안 되는 행동을 해서 내 잘못이라 생각한다. 그래도 작년에 정말 잘 쳤던 그 타자(데이비슨)를 잡을 수 있어 정말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한밭중-대전고를 졸업한 이재희는 지난 2021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삼성의 선택을 받았다. 키 187㎝로 좋은 체격을 지녀 발전이 기대됐지만, 군 복무 전까지 1군에서 단 7경기 등판에 그쳤다.

그런 이재희의 터닝 포인트는 상무 야구단 복무를 전후한 시기다. 입대 직전 오타니와 비슷한 투구폼으로 바꾼 후 시속 146~147㎞까지 구속이 올라온 그는 상무에서 150㎞대까지 뿌리게 됐다. 어떤 점이 달라졌을까.

이재희.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이재희.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이재희는 "(상무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했다. 벌크업을 목표로 했다"고 밝혔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오타니를 좋아하다 보니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밸런스를 낼까 고민했다"며 "상무 2년 차 때 시간이 나면서 '과감하게 바꿔보자. 전역하고도 아무것도 안 되면 안돼서 거기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했다.

3년 동안 오타니의 투구폼을 학습하면서 단순히 외형만 따라 한 건 아니었다. 이재희는 "군대 가기 전에는 하체 쓰는 법이나 힘쓰는 걸 몰랐다"며 "상무에 가니까 여러 구단의 볼 빠른 선수들이 많아서 얘기를 하면서 공부하니 많이 좋아졌다"고 전했다. 특히 김건우(SSG)와 이강준(키움), 조요한(SSG) 등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한다.

"폼은 많이 비슷해졌다"고 자평한 이재희지만, 아직 남은 과제가 있다. 그는 "유연성이나 팔 가동성 등이 아직 한참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오히려 더 기뻤다"고 한 그는 "이것만 고치면 올라가겠다 싶었다. 원래는 안되면 절망하고 걱정했는데, 상무에서 '이것만 하면 150㎞ 나오겠는데' 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얘기했다.

롤모델 오타니는 2023년 9월 팔꿈치 수술을 받은 후 재활을 거쳐 올 시즌부터 마운드 복귀에 나선다. 이재희는 "5월에 메이저리그에 투수로 복귀할 텐데 너무 기대하고 있다. 지금도 캐치볼이나 불펜 피칭을 꼼꼼히 챙겨보고 있는데 시합 때 밸런스가 어떤지 챙겨보면 좋을 것 같다"며 학구파의 면모를 보여줬다.

이재희는 전역 전 지난해 삼성 구단 유튜브와 인터뷰에서 "시속 155㎞를 던지는 투수가 돼서 전역하겠다"며 각오를 드러냈다. 이를 언급하자 그는 "아직 유효하다. 더 하면 될 것 같다"며 여전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삼성 이재희가 스타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양정웅 기자
삼성 이재희가 스타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양정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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