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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김건우가 27일 롯데전에서 데뷔 첫 승을 거두고 승리 기념구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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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 후 동료들에게 물 세례를 받고 있는 김건우(가운데). /사진=SSG 랜더스 제공 |
김건우는 2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 4회초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4⅓이닝 동안 65구를 던져 피안타 없이 2사사구 7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펼쳤다.
팀이 7회말 3득점하며 역전했고 이후 리드를 지켜내며 김건우는 2021년 입단 후 5번째 시즌에서야 드디어 감격적인 첫 승리를 챙겼다.
올 시즌을 앞두고 SSG는 선발 고민을 안고 있었다. 2020년 SK 와이번스(SSG 전신)의 1차 지명으로 데려와 꾸준히 선발로 활용했던 좌투수 오원석(24)을 트레이드로 KT에 내주며 김민이라는 확실한 필승조를 받아왔지만 선발의 빈자리를 채워야 했기 때문이다.
오원석은 SSG에서 5시즌 동안 28승(34패)을 올린 선수였다. 제구 난조 등 2%가 부족하긴 했으나 잠재력 만큼은 충분한 투수였기에 아쉬움도 남았다.
그러나 그만한 자신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SSG는 이미 선발로서 경험을 한 송영진과 박종훈과 함께 정동윤, 김건우에게 5선발 경쟁을 붙였다. 외국인 투수 미치 화이트의 부상 이탈로 두 자리가 비었고 넷 모두 스프링캠프에서 이숭용 감독의 만족을 자아냈지만 시즌 개막을 앞두고 기회를 얻은 건 송영진과 박종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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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전 역투를 펼치는 김건우. /사진=SSG 랜더스 제공 |
개막전에서 1선발 드류 앤더슨이 조기 강판됐고 5회 등판 기회를 잡았지만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아내지 못하고 볼넷 2개를 내주고 강판됐고 후속 타자의 안타로 실점까지 했다.
5일이 지났고 다시 기회를 얻었다. 5선발로 먼저 등판 기회를 얻은 박종훈이 4회를 다 채우지 못하고 강판된 것. 4회초 2사 1루에서 구원 등판한 김건우는 첫 타자 윤동희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하며 불안하게 시작했다. 그러나 이후 믿을 수 없는 역투가 펼쳐졌다.
정훈에게 과감한 직구 승부를 펼쳐 하이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내며 한숨을 돌린 김건우는 5,6,7,8회를 내리 삼자범퇴로 마무리했다. 단 하나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았다.
탈삼진 본능이 돋보였다. 최고 시속 148㎞의 직구를 47구, 10㎞ 이상 차이를 보이는 체인지업을 16구 던졌다. 슬라이더는 단 2구에 불과했을 정도로 투피치 스타일이었으나 롯데 타자들을 충분히 압도할 힘이 있었다.
공격적인 투구로 빠르게 카운트를 잡은 뒤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과 하이패스트볼로 헛스윙을 이끌어냈고 허를 찌르는 몸쪽 승부로도 루킹 삼진을 잡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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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우가 역투하고 있다. |
공교롭게 이날 KT 선발로 나선 오원석도 두산을 상대로 동안 5이닝 동안 92구를 던져 2피안타 6사사구 3탈심진 무실점 호투로 이적 후 첫 승을 거뒀지만 SSG 또한 아쉬운 생각이 들지 않는 김건우의 완벽한 호투로 미소지을 수 있었다.
2021년 SK의 마지막 1차 지명자로 팀에 합류한 김건우는 팔꿈치 수술을 받고 국군체육부대(상무)를 거쳐 지난해 9월 복귀했다. 올 시즌 전까지 1군에선 8경기, 14이닝을 소화한 게 전부였다.
그러나 SSG는 확실한 믿음이 있었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꾸준히 기회를 줬고 이날 그 결실을 확인했다. 경기 후 이숭용 감독은 "(김)건우의 개인 통산 첫 승을 축하한다. 믿음에 보답하는 호투였다"며 "초반에 조금 흔들렸지만 피안타 없이 7개의 삼진을 잡아내는 완벽한 피칭이었다"고 칭찬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김건우는 "첫 승이 아직 믿기지 않는다. 5년 동안 프로 생활하면서 승리가 없었다"면서도 "마운드에 올라갔을 때는 전혀 그런 생각이 안 들었고 팀이 어떻게든 승리할 수 있게 이끌어야겠다, 절대 분위기를 안 넘겨줘야겠다고 생각해서 좋은 투구가 나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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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우가 승리 기념 인형을 팬들에게 던져주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 |
마운드 위에서 스스로 모든 걸 짊어지겠다는 생각을 내려놓은 게 오히려 김건우를 날아오르게 했다. 김건우는 "그전에는 타자에게 안 맞으려고 1구부터 100구까지 내가 다 승부해서 삼진을 잡으려고 했는데 지금은 전혀 그런 생각을 안 하고 1구 안에 타자 배트에 맞아 아웃이 나오면 너무 좋은 상황이기에 맞춰 잡으려고 최대한 포수 미트에 공을 던지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쌀쌀한 날씨에도 첫 승의 기쁨을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동료들은 축하의 의미를 잔뜩 담아 물과 함께 밀가루 벼락까지 안겨줬지만 김건우에겐 마냥 기쁘게만 느껴졌다. 흠뻑 젖은 채로 인터뷰에 나선 김건우는 "기분이 너무 좋다. (밀가루가) 많이 들어가서 귀가 안 들리는데 정말 좋다"며 "(첫 승까지) 오래 걸린 것 같긴 하지만 앞으로 더 많이 쌓을 것이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아들의 첫 승을 직감한 것일까. 부모님이 경기장을 찾았다. "당연히 야구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첫번째 날"이라는 김건우는 "아버지와 가장 먼저 기쁨을 나누고 싶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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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훈선수로 선정된 김건우. /사진=SSG 랜더스 제공 |
특별한 승리 축하를 받은 뒤 마지막엔 주장이자 우상이기도 한 김광현이 포옹을 해주며 격려했다. 김건우는 "많이 감동이고 뭉클해하기도 했다. 제가 우상으로 바라봤던 선배님인데 이렇게 같은 팀에서 야구하고 승리도 축하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며 김광현의 뒤를 이을 좌완으로서 '김광현의 후계자'라는 기대감에 대해선 "많이 쌓아놔야 그 얘기에 부합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은 부족하다. 그런 명분도 만들어보겠다"고 전했다.
추후 보직이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지만 그런 건 중요치 않다는 김건우다. "중간으로 계속 나가면 팀의 리드를 안 뺏기는 선수가 되고 싶다. 승리보다는 이닝을 많이 소화해 100이닝, 그 다음엔 풀타임을 뛰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소중한 커리어 첫 승리. 비에 젖은 승리 기념구를 소중히 챙겼으나 구단의 사료로 보관될 전망이다. 김건우는 "구단 관계자분께서 첫 승이나 아니면 타이틀(홀드 등)을 따게 되면 구단 사료로 쓸 수 있냐고 물어보셨는데 마침 오늘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남들보다 다소 늦었지만 너무도 완벽하게 첫 승을 거둔 김건우. 비에 젖은 승리 기념구가 SSG 새로운 좌완 전설의 첫 발걸음을 알리는 공이 될 수 있을지 시선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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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우(가운데)가 동료들의 축하 물 벼락을 맞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