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약체 평가→호랑이 사냥' 대반전, 주연이 '19세 투수 듀오'였다니... '이게 키움의 힘이다'

안호근 기자 / 입력 : 2025.03.28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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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과 27일 연달아 선발 등판해 팀에 승리를 안긴 키움 신인 투수 정현우(왼쪽)와 윤현.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26일과 27일 연달아 선발 등판해 팀에 승리를 안긴 키움 신인 투수 정현우(왼쪽)와 윤현.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최약체 평가를 받은 키움 히어로즈지만 분명한 강점은 있었다. 그리고 그 힘으로 디펜딩 챔피언마저 제압했다.

키움은 27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방문경기에서 5-3 역전승을 거뒀다.


개막 후 3연패에 빠져 있던 키움은 최강팀 KIA를 상대로 2연승을 달리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선발진이 무너진 가운데 신인 듀오로 거함을 잡았다는 게 더욱 의미가 깊었다.

시즌을 앞두고 키움은 최약체로 분류됐다. 한국 최고 천재 타자 이정후(샌프란시스코)에 이어 4년 연속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김혜성(LA 다저스)까지 팀을 떠나자 외국인 구성을 투수 1명,타자 2명으로 꾸렸다.

새 외국인 투수 케니 로젠버그(27)가 1선발을 맡아야 했고 토종 에이스 하영민(30)이 2선발을 맡았다. 3선발부터는 확실한 카드조차 없었다.


지난 22일 삼성전에 선발 등판해 4회 조기강판되고 있는 케니 로젠버그(왼쪽).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지난 22일 삼성전에 선발 등판해 4회 조기강판되고 있는 케니 로젠버그(왼쪽).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지난 시즌 후반기 이후 막판 선발로 꾸준히 기회를 잡은 2년차 김윤하(20)가 3번째 선발 투수로 낙점됐고 4선발은 전체 1순위 신인 정현우가, 5선발은 경쟁 끝에 또 다른 신인 윤현(이상 19)의 몫이 됐다.

심지어 믿었던 선발진이 흔들렸다. 로젠버그는 삼성 라이온즈와 개막전 선발 등판해 3이닝 8실점하며 무너졌고 2차전 선발 하영민 또한 3이닝 만에 5실점(4자책)하며 쓰러졌다. 지난해 준우승팀을 상대로 고전이 예상됐으나 1,2선발이 힘도 써보지 못하고 쓰러진 건 충격적이었다.

이어 만난 상대는 우승팀 호랑이 군단이었다. 아직 경험이 부족한 김윤하는 적진에서 5이닝을 버텨냈으나 무려 홈런 5방을 얻어맞고 8실점(7자책)하며 쓰러졌다. 3경기에서 키움은 35실점하며 시즌 초반 절망적인 분위기가 번지는 듯 했다.

반전을 쓴 건 신인 듀오였다. '완성형 신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키움에 입단한 정현우는 계약금 5억원을 손에 넣으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시범경기에서도 3경기에서 11이닝을 소화하며 5볼넷 10탈삼진 2실점(1자책) 명품 투구로 2승을 챙겼다. 평균자책점(ERA)은 0.82.

26일 KIA전 선발 등판해 역투를 펼치는 정현우.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26일 KIA전 선발 등판해 역투를 펼치는 정현우.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27일 KIA전에서 정규리그 데뷔전을 치른 정현우는 5이닝 동안 8피안타 7볼넷을 허용하며 고전했다. 투구수는 122구에 달해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불안한 점도 있었으나 핵타선을 상대로 4개의 삼진을 솎아냈고 위기를 잘 견뎌내며 6실점(4자책)으로 막아 결국 승리 투수가 됐다. 앞서 3명의 선발 투수들이 무너졌던 걸 생각하면 홍원기 감독과 키움 팬들로선 대견하고도 고마울 수밖에 없는 호투였다.

여기까지는 어느 정도 예상 가능했던 부분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27일 경기가 완전히 예상을 벗어났다. 4라운드 전체 31순위 신인 윤현이라는 이름을 널리 알린 날이었다. 경기고를 졸업하고 계약금 8000만원에 키움 유니폼을 입게 된 그는 시범경기부터 심상치 않은 행보를 보였다. 2경기에서 6이닝을 소화했는데 2피안타 4볼넷 6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펼친 것.

홍원기 감독은 윤현을 퓨처스(2군)리그로 보내 지난 21일 마지막 모의고사를 치르게 했다. 한화전에 나선 윤현은 4이닝 1실점으로 1군 무대에 오를 준비를 마쳤다.

KIA를 상대로 마운드에 오른 윤현은 5이닝 동안 83구를 던져 3피안타 5볼넷 2탈삼진 1실점으로 예상을 뛰어넘는 호투를 펼쳤다.

시속 140㎞ 후반대 빠른 공이 주무기였다. 커브와 슬라이더를 섞기도 했지만 결정적인 상황에서 자신 있게 뿌릴 수 있는 공은 패스트볼이었다. 그럼에도 KIA 강타선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27일 KIA전에서 투구를 펼치는 윤현.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27일 KIA전에서 투구를 펼치는 윤현.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선배들은 신인의 씩씩한 투구에 호수비로 힘을 보탰다. 중견수 이주형은 연이은 슈퍼캐치로 윤현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4회 돌연 흔들리며 연속 볼넷으로 시작하기도 했고 몸에 맞는 공까지 허용하며 2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적시타를 맞았으나 이번엔 우익수 이형종의 완벽한 홈송구로 2루 주자를 홈에서 잡아내며 위기에서 벗어났다.

타선도 힘을 보탰다. 5회 1점을 추가하며 윤현에게 승리 기회를 안겼다. 5회 등판한 윤현은 김선빈에게 안타를 맞았으나 패트릭 위즈덤을 포수 파울 플라이로, 나성범에게 볼넷을 내주고도 최형우를 2루수 방면 병살타로 유도해내 승리 요건을 안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7회 KIA 타선에 2점을 더 내주며 승리 자격은 날아갔지만 9회초 루벤 카디네스와 송성문의 볼넷에 이어 최주환의 결승 2타점 2루타와 또 다른 신인 전태현의 안타, 어준서의 쐐기 1타점 2루수 땅볼로 5-3으로 앞서갔다. 주승우에 이어 등판한 박윤성이 1이닝을 실점 없이 틀어막고 팀에 귀중한 위닝 시리즈를 안겼다.

투수 2명 뿐 아니라 타선에서도 전태현, 여동욱, 어준서 등의 활약이 팀의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주장 송성문 또한 시즌을 앞두고 "내가 전문가였어도 키움을 최하위로 평가했을 것"이라고 말했을 만큼 객관적 전력에선 여전히 하위권으로 분류되는 팀이다. 그럼에도 뚜껑을 열기 전까진 예상할 수 없었던 영건들의 맹활약이 시너지를 불러일으키며 반전 드라마의 서막을 알리고 있다.

윤현(가운데)이 이닝을 마치고 코칭스태프의 환영을 받으며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윤현(가운데)이 이닝을 마치고 코칭스태프의 환영을 받으며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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