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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에서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가 열리고 있다. (공동취재) 2025.3.2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특히 홈플러스 노조가 이례적으로 주총 현장을 찾아 MBK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면서 일각에서는 노조와 여론의 비판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나아가 홈플러스 사태로 국회 정무위 긴급 현안 질의을 불참하며 해외로 나간 김병주 회장의 모습이 데자뷰처럼 떠오른다는 비판도 나온다.
MBK는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 구사한 차입매수(LBO) 기법을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추진하면서도 그대로 적용했다. 이 때문에 고려아연이 '제2의 홈플러스'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정기주총장에는 홈플러스 대표를 맡고 있는 MBK 김광일 부회장이 여론의 비판을 의식해 불참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김 부회장은 이번 적대적 M&A를 주도한 인물로, 경영권의 향방을 가를 정기주총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M&A 과정에서 홈플러스 사태의 주요 원인이자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차입매수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과 당국, 국민 정서 등은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날 홈플러스 노조는 고려아연 주총장을 찾아 'MBK는 기업사냥 중단하고, 홈플러스 사태 책임져라'는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진행했다. 이들은 대주주 MBK가 기습적으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것을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김병주 회장과 김광일 부회장의 사재 출연 요구는 물론 형사처벌까지 촉구해 왔다.
김광일 부회장은 홈플러스 사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기업어음 사기발행 의혹과 슈퍼카 보유 등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홈플러스 공동대표를 겸하는 김 부회장을 타깃으로 검찰 수사, 형사처벌 등 사법처리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이유다. MBK 역시 사기·탈세 등으로 잇달아 물의를 빚으며 국세청 세무조사, 금융감독원 검사, 공정거래위 조사 등 당국의 고강도 조사에 직면한 실정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례적으로 오는 4월1일부터 MBK의 홈플러스 사태 관련 현안 브리핑을 매주 진행키로 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26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MBK를 겨냥해 "자기 뼈가 아닌 남의 뼈를 깎는 행위를 하고 있고, 손실은 사회화시키면서 이익은 사유화하는 방식을 취한다"며 "MBK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에 앞서 국회 긴급 현안질의에선 수십 대의 슈퍼카를 보유하는 등 김광일 부회장의 호화 생활이 알려지며 곱지 않은 시선이 많다. 한 홈플러스 직원은 "홈플러스 전단채·자산유동화채권(ABSTB)이 휴짓조각으로 전락하며 노후자금, 자녀 결혼 준비자금 등을 날린 피해자들이 속출하는데도 제대로 된 구제책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며 흥분했다.
지난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홈플러스-MBK 사태 긴급 현안질의 당시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은 MBK 김광일 부회장이 보유한 슈퍼카 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당시 유 의원이 제시한 사진에 따르면 자택 주차장에 대당 4억~6억원을 호가하는 페라리 296 GTB, 페라리 812 컴페티치오네, 페라리 푸로산게 등 3대가 주차돼 있었다.
유 의원이 "수십대 보유한 것 아니냐"고 추궁하자 김광일 부회장은 "현재 10여대의 슈퍼카를 보유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뿐만 아니라 경기도 하남시 미사리에 보유한 슈퍼카들을 보관할 수 있는 개인 주차장을 건립 중인 사실도 드러났다.
마트산업노조 안수용 홈플러스지부장은 "김광일 부회장이 '(슈퍼카) 소유주가 캐피탈 회사'라고 했지만 노조가 파악한 바로는 MBK였다"며 "회사가 회생절차를 신청해야 할 만큼 어려움이 있는데 책임져야 할 경영진은 슈퍼카를 수십 대나 보유하면서 전용 주차장까지 만들고 있다는 것에 직원들이 매우 분노하고 있다"고 밝혔다.
MBK는 과거 홈플러스를 비롯해 상당수 피인수기업을 망가뜨린 차입매수방식을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에서도 그대로 구사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MBK가 고려아연 지분 매입에 쓴 자금 1조5657억원 중 75% 규모인 1조1775억원이 NH투자증권에서 실행한 담보대출로 나타났다.
MBK의 차입매수 기법은 홈플러스 사태로 실패가 증명됐다는 게 업계분석이다. MBK는 홈플러스 인수 당시에도 투입한 자금 7조2000억원 가운데 5조원(70%)을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받았다. 이후 빚을 갚기 위해 홈플러스가 보유한 핵심점포 등 부동산을 대거 처분하고 상환전환우선주(RCPS) 원리금을 받아갔다. 이로 인해 홈플러스 사업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기업회생 신청을 촉발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