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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고려아연 노조원들이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장 앞에서 피케팅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
최근 고려아연과 영풍·MBK 측의 적대적M&A 공방이 한창인 가운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3월 13일 본인 소유의 고려아연 주식 3만8000주(약 400억원 상당)를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출연한 사실이 28일 고려아연 노조를 통해 공개됐다. 경영권 방어에 분주한 상황에서 몇 백억원의 지분을 임직원 복리 증진을 위한 기금으로 내놓은 것이다.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런 계획은 한달 전인 지난 2월 11일 사전 공시된 바 있다. 당시 해당 규모의 주식은 300억원가량이었으나, 한달 만에 가치가 400억원으로 늘었다.
반면 홈플러스 기습회생 등 경영실패 등 온갖 의혹에 휩싸인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과 김광일 부회장은 면피성 사재출연을 말로만 내놓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여기에 홈플러스 파탄의 원인이 됐던 빚으로 기업을 인수하는 차입매수를 여전히 지속하며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M&A를 이어가면서, 결국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에서 대부분의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와 국민연금이 반대한 김광일 MBK 부회장이 또 다시 이사로 이름을 올리며, 20여개 기업에서 겸직을 하게 됐다.
이와 관련, 고려아연 문병국 노조위원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MBK 김병주 회장은 사태 해결을 위해 사재를 출연하겠다고 말만 하고 해외로 도망갔지만, 최윤범 회장은 직원들에게 실질적 지원과 행동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지상정이라고 회사와 근로자의 돈벌이의 수단으로만 보는 MBK와 같은 경영진과 최윤범 회장을 비롯해 고려아연의 현경영진 중 근로자들이 도대체 누구를 선택하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고려아연이 제2의홈플러스가 되는 것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사모펀드의 긍정기능과 정반대가 되는 MBK의 실체가 드러나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단기 수익 회수에만 급급한 MBK식 사모펀드가 대한민국 경제와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장기적 기업 가치 제고보다 단기적 수익 추구에 집중하면서 특히 국가기간 산업 같은 핵심산업의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고려아연 노조측은 "나아가 고려아연과 같은 기업에 대해 MBK식 영끌 차입매수가 성공할 경우 핵심 기술의 중국 등 해외 유출을 비롯해, 주요 전략사업들의 분할, 쪼개기 매각 등 그 후폭풍과 부작용에 대한 정부차원의 고민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