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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이정후.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
밥 멜빈(64)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감독은 출루 본능을 뽐낸 이정후(27)에 활약에 함박미소를 지었다. 중요한 게 뭔지 알고 플레이하는 '천재 타자'가 예뻐 보일 수밖에 없다.
이정후는 28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에서 열린 신시내티 레즈와 2025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개막전에서 3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2타수 무안타 2볼넷 2삼진 2득점을 기록했다.
비록 안타는 없었지만 출루 본능을 뽐내며 팀의 6-4 대역전승에 일조했다. 이정후의 천금 같은 2득점에 승부가 갈렸다.
자이언츠는 개막전을 맞아 라몬테 웨이드 주니어(1루수)-윌리 아다메스(유격수)-이정후(중견수)-맷 채프먼(3루수)-엘리엇 라모스(좌익수)-패트릭 베일리(포수)-윌머 플로레스(지명타자)-마이크 야스트렘스키(우익수)-타일러 피츠제럴드(2루수)로 타선을 구성했다.
멜빈 감독은 역시나 이정후를 3번에 배치했다. 빅리그에서 데뷔 시즌을 치른 이정후는 지난해 주로 1번에 배치됐다. 이 또한 엄청난 신뢰를 바탕으로 한 결과였다. 아무리 6년 1억 1300만 달러(1662억원) 대형 계약을 맺고 데려온 선수라고 해도 엄청난 투수들이 즐비한 MLB에서 팀의 톱타자로 활용한다는 건 보통의 신뢰로는 힘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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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오른쪽)가 28일 신시내티와 개막전에서 4회초 볼넷 출루 후 라모스의 홈런 때 득점한 뒤 함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
그럼에도 멜빈 감독은 이정후를 향한 무한신뢰를 나타냈다. 미국 애리조나 스코츠데일 스프링캠프에서 사령탑은 이정후의 3번 기용을 암시했다. 그는 "누군가가 3번 타자를 맡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좌타자-우타자 순이 된다. 그 라인업이 어떻게 될지 지켜볼 것"이라며 "이정후는 파워가 있다. 그가 타격 연습을 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자신이 어떻게 타격해야 이해하고 있었다. 저는 그가 정말 좋은 한 해를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는 그가 정말 그리웠다"며 "MLB에서 기록이 없다는 건 알지만 우리는 그가 정말 높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여전히 젊은 선수이고, 올해 좋은 경기를 하려는 동기가 있다"고 전했다.
통상 1번 타자라고 하면 출루에, 3번 타자는 해결 능력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렇기에 멜빈 감독은 팀 공격력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선 이정후를 중심 타선에 배치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두 역할을 모두 소화할 수 있다는 게 바로 이정후의 장점이기도 했다. 개막전에서 이러한 점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1회초 첫 타석에선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난 이정후는 팀이 0-3으로 끌려가던 4회초 선두 타자로 등장했다. 3번 타자라고는 하지만 끌려가는 상황에서 선두 타자라면 사실상 1번 타자의 역할이 필요했다. 이정후는 무서운 강속구를 뿜어대는 헌터 그린을 상대로도 당황하지 않았다. 1구 존 안으로 들어오는 시속 98.3마일(158.2㎞) 패스트볼을 지켜본 이정후는 이후 볼 4개를 침착하게 골라냈다. 이어 엘리엇 라모스가 11구 승부 끝에 투런포를 쏘아올리며 이정후는 팀의 시즌 첫 득점의 주인공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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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왼쪽에서 4번째)가 팀 승리 후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
이정후가 살린 희망의 불씨를 동료들이 이어 받았다. 채프먼의 안타 때 적극적인 주루플레이로 3루까지 파고든 이정후는 베일리의 우전 안타 때 동점 득점에 성공했다. 기세를 탄 샌프란시스코는 이후 3점을 더 뽑아내며 개막전부터 극적인 역전승을 챙겼다.
경기 후 멜빈 감독은 이정후의 활약을 두고 "야구에서는 볼넷이 더 중요할 때가 있다. 이정후가 오늘 그 이유를 두 차례 보여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론적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말이다. 볼넷으로는 선행 주자를 진루시킬 수도 없고 한 베이스 이상을 나아갈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걸 단순히 이론으로만 설명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선두 타자로 나서 침착히 볼넷을 골라내는 행위는 상대에겐 허탈감을 안겨주는 동시에 팀에는 집중력을 더 끌어올리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특히나 지고 있을 땐 추격할 수 있다는 희망의 불씨를 키워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도 이정후의 2볼넷 이후 2득점이 이날 경기를 뒤집을 수 있었던 분수령이 됐고 사령탑은 이 같은 이정후의 기여를 잊지 않고 칭찬한 것이다. 그리고 야구를 이해하고 팀에 도움이 되는 플레이를 하는 이정후이기에 사령탑으로선 입에 칭찬을 달고 살 수밖에 없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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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미국 애리조나 스코츠데일 스프링캠프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밥 멜빈 감독(오른쪽). /사진=김진경 대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