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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케니 로젠버그가 28일 SSG전 KBO 첫 승을 거두고 취재진과 인터뷰 도중 환히 웃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
로젠버그는 28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 개막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106구를 던져 4피안타(1피홈런) 1볼넷 9탈삼진 2실점 호투를 펼쳤다.
개막전에서 3이닝 8실점으로 실망감을 안겼던 로젠버그는 이날 팀이 9-3 대승을 거두며 1패 뒤 1승을 챙겼다. KBO리그 첫 승리다.
경기 후 동료들의 축하 물 세례에 흠뻑 젖은 채로 인터뷰에 나선 로젠버그는 "홈팬들 앞에서 승리를 해낼 수 있어서 너무 기분이 좋다"며 "지난 등판 이후에 부족한 점을 느끼고 어떻게 고쳐볼까 많이 노력을 했다. 이번 경기를 잘 던져보려고 많이 신경을 썼는데 결과가 좋아서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 시즌을 앞두고 타선 보강을 위해 외국인 투수 대신 타자 2명을 선택한 키움이기에 총액 80만 달러(연봉 70만 달러, 옵션 10만 달러)에 데려온 좌완 로젠버그를 향한 기대감은 남달랐다. 2016년 MLB 신인 드래프트에서 탬파베이 레이스에 8라운드에 지명된 뒤 마이너리그에서만 163경기를 치른 그는 2022년 LA 에인절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해 통산 17경기 평균자책점(ERA) 4.66으로 경쟁력을 보였다. 키움은 꾸준히 관심을 갖고 지켜봤고 단 한 명의 외인 투수로 로젠버그를 택했다. 10개 구단 중 외국인 투수가 한 명인 팀은 키움이 유일하다. 그만큼 큰 부담감을 안고 새 시즌을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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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SSG전 역투를 펼치는 로젠버그. |
그렇기에 개막전 부진이 더 의외였다. 경기 전 홍원기 감독은 "로젠버그가 개막전 다음날 (긴장을 많이 했다고) 표현했다"며 "시범경기 때와는 다른 것도 본인이 느꼈을 것이다. 계획했던 게 마운드에서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오늘 홈 개막전에서 두 번째 등판인데 계속 좋아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은 완전히 다른 투구를 했다. 3회 하재훈을 1사에서 박지환과 최지훈을 연속 3구 삼진으로 잡아냈다. 박지환에겐 하이패스트볼로, 최지훈에겐 슬라이더로 헛손질을 유도했다. 빠른 승부에 SSG 타자들은 끌려다녔다. 2회 이지영에게 내준 볼넷을 내줬지만 3회까지 노히트 피칭을 펼쳤다.
4회 박성한에게 솔로포를 맞았으나 이후에도 세 타자를 깔끔히 돌려세워 이닝을 마쳤다. 5회가 하이라이트였다. 이지영에게 몸쪽 직구로 루킹 삼진을 잡아낸 로젠버그는 안상현을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 하재훈에겐 슬라이더로 삼진을 잡아냈다. KKK로 이닝을 마쳤다.
6회를 잘 버텨낸 로젠버그는 7회 이미 100구를 넘긴 상황에서도 힘 있는 투구를 펼쳤다. 마지막 타자 안상현에게도 공격적인 승부를 벌였다. 볼카운트 0-2에서 몸쪽 보더라인에 걸치는 빠른공으로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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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점없이 이닝을 틀어막고 포효하는 로젠버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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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구를 마친 로젠버그(가운데)가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
무려 9개의 삼진을 잡아냈는데 직구로 5개, 슬라이더로 3개, 체인지업으로 하나를 기록했다. 그만큼 레퍼토리가 다양했다.
다양한 변화구로 타자들의 눈을 현혹했고 빠른 타이밍에 허를 찌르는 투구로 루킹 삼진도 3개나 잡아냈다. 적극적인 승부수가 빛을 발했다. 로젠버그는 "빠르게 스트라이크 존에 집어넣어서 카운트를 유리하게 끌고 가는 게 잘됐다"며 "또 초구뿐만 아니라 두 번째, 세 번째 공도 원하는 곳으로 로케이션이 잘 됐기 때문에 승부가 빨리빨리 이뤄졌다. 그게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고 이날 호투의 비결을 설명했다.
에이스로서 부담감이 클 법하다. 2선발 하영민 또한 아직 단일 시즌 10승을 경험하지 못한 투수이고 김윤하는 2년차, 정현우와 윤현은 올 시즌 신인 투수들로 선발진에서 로젠버그의 어깨가 매우 무겁다.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스타뉴스와 만난 로젠버그는 "미국에는 '압박감은 특권'이라는 말이 있다. 난 오히려 그런 압박감을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키움은 내게 단순히 에이스로서 기회뿐 아니라 내가 젊은 선수들의 멘토가 돼 모범적으로 이끌 기회를 줬다. 그래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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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젠버그(가운데)가 동료들로부터 승리 축하 물 세례를 받고 있다. |
로젠버그는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야구라는 스포츠가 굉장히 즐겁고 매 경기마다 전개 등 많은 게 다르다. 어떤 경기에선 3이닝 3실점 할 수도 있고 어떤 경기에선 오늘처럼 퀄리티스타트 플러스를 할 수도 있다"며 "내가 말하는 압박감은 팀이나 팬들로부터 느끼는 게 아닌 스스로에게 가하는 것이다. 그 압박감에 대해서는 일단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매 경기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그 경기에 대해서만 생각하면서 극복해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과하지 않은 압박감과 긴장감은 스포츠에서 집중력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지난 경기의 실패를 바탕으로 완전히 달라진 투구를 펼쳤다는 게 의미가 크다. 홍원기 감독 또한 "로젠버그가 홈 개막전날 많은 팬분들 앞에서 1선발다운 훌륭한 피칭을 선보였다. 7이닝을 완벽하게 책임졌다"고 칭찬했다.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는 동료들이 있어 낯선 팀과 한국 생활에 더 빠르게 적응해 나가고 있다. 로젠버그는 "한국에 처음 오는 것이고 새로운 환경에 가족들이 정착을 해야 된다"며 "가족들이 온 지 몇 주 안 됐기 때문에 새로 출발하는 데 필요한 여러 가지 것들을 준비해가는 과정이다. 굉장히 즐겁고 가족들도 다 같이 즐기고 있다. 한국에서의 생활이 정말 좋다"고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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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젠버그(오른쪽)와 이날 경기장을 찾은 아내와 두 자녀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