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신구장 토종 첫 승리 주인공, 불과 30세에 은퇴 고민했다... 팔도 못 든 고통의 재활 "이런 순간 상상하며 버텼다"

대전=김동윤 기자 / 입력 : 2025.03.30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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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김종수가 29일 대전 KIA전 승리 투수가 된 후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 김종수가 29일 대전 KIA전 승리 투수가 된 후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 김종수가 29일 대전 KIA전 역투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 김종수가 29일 대전 KIA전 역투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울 생각이 없었는데 팬분들이 '울지 마'라고 하니까 괜히..."

팔도 못 들 정도로 고통스러웠던 재활을 이겨낸 한화 이글스 우완 투수 김종수(31)가 3년 만에 1군 승리를 따냈다. 이날 승리로 김종수는 신구장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첫 승을 거둔 국내 투수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한화는 29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정규시즌 홈경기에서 KIA에 5-4로 승리했다. 이로써 연승을 달린 한화는 KIA에 위닝시리즈를 확보하고 3승 4패로 공동 6위에 위치했다. 4연패에 빠진 KIA는 2승 5패로 공동 8위에 머물렀다.

전날(28일)에 이어 극적인 승리였다. 8회초까지 3-4로 끌려가던 한화는 8회말 채은성, 대타 문현빈의 연속 안타와 대타 안치홍의 좌전 2타점 적시타로 경기를 뒤집었다. 그에 앞서 김종수가 1⅔이닝을 실점 없이 막아냈기에 가능했다.

김종수는 7회초 1사에서 권민규를 대신해 등판했다. 나성범에게 볼넷을 내준 김종수는 최형우에게 포크를 던져 병살타를 유도했다. 8회초에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선두타자 패트릭 위즈덤에게 볼넷을 줬지만, 이우성에게 6-4-3 병살을 끌어냈고 한준수는 공 한 개로 땅볼 처리하면서 KIA 더그아웃에 찬물을 끼얹었다.


한화 김종수가 29일 대전 KIA전 역투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 김종수가 29일 대전 KIA전 역투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 김종수.
한화 김종수.
김종수 개인에게도 2022년 6월 28일 대전 SSG 랜더스전(⅓이닝 무실점) 이후 1005일 만의 뜻깊은 승리였다. 성동초-덕수중-울산공고를 졸업한 김종수는 2013년 KBO 신인드래프트 8라운드 74순위로 한화에 입단했다. 2018년 1군 데뷔 후 2022년 필승조로 활약하며 52경기 3승 4패 6홀드 1세이브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기쁨도 잠시, 김종수는 2023시즌 개막 직전 팔꿈치 통증으로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고 기나긴 재활에 들어갔다. 팔꿈치 수술이 처음이 아니었던 터라 재활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23년은 아예 던지지 못했고 2024년에는 퓨처스리그 30경기에 등판해 4승 2패 10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3.69를 기록했다.

한화 김경문 감독은 오랜 재활을 꿋꿋이 이겨낸 김종수의 노력에 기회를 줬다. 김종수는 시범경기 2경기 1⅓이닝을 실점 없이 막아냈고 개막 엔트리에 승선했다. 경기 후 수훈 선수로 선정돼 팬들 앞에 오랜만에 선 그는 많은 응원을 받았다. 울컥하며 눈시울을 붉히는 김종수에게 팬들은 "울지 마"를 외쳤고, 그는 애써 눈물을 감추며 환한 미소로 소감을 이어갔다.

팬들과 만남 이후 김종수는 눈물을 글썽인 채 취재진과 마주했다. 김종수는 "내겐 정말 의미 있는 1승이다. 이런 순간을 상상하며 그 힘든 시간을 버텨왔기 때문에 정말 뜻깊다. 팀이 이겨서 좋은 건 당연하고 내가 그 시간을 견뎌낸 것이 떠올랐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김재민 트레이닝 코치님이 가장 감사하고 많은 사람이 생각나는데 누구 하나 손꼽을 수 없을 만큼 감사한 분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한화 김종수가 29일 대전 KIA전 역투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 김종수가 29일 대전 KIA전 역투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 김종수가 29일 대전 KIA전 역투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 김종수가 29일 대전 KIA전 역투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김종수가 말한 힘든 시간은 짐작조차 힘들었다. 투구를 위해 팔을 들어 올리는 것도 고통스러워, 팔을 낮췄고 불과 30세의 나이에 은퇴를 고민할 정도였다. 김종수는 "모든 프로 스포츠 선수들이 그렇지만, 불확실한 미래와 다시 뛸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나를 가장 힘들게 했다. 나는 던지는 것밖에 할 줄 모르는 사람인데 팔이 아파서 그게 참 힘들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3~4월쯤 사이드암 전향을 고민한 것도 사이드암으로 던지겠다는 것이 아니라 원래대로 던지면 너무 아파서 그랬다. 그동안 남들에게 말은 못 했지만, 사이드로 던지면 한 게임이라도 조금은 세게 던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한 게임이라도 내가 납득할 수 있는 경기를 하고 야구를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에서 한 것이었다"며 "그렇게 마음을 내려놨는데 신기하게 팔이 점점 괜찮아졌다. 그 뒤론 팔이 조금씩 올라오고 나도 욕심이 나니까 정상적으로 던지게 됐고 시간이 흘렀다"고 설명했다.

인고의 시간 끝에 지난 25일 잠실 LG전에서 약 3년 만에 1군 마운드에 섰다. 첫 경기 결과는 1이닝 퍼펙트였고 두 번째인 26일 잠실 LG전도 1이닝 무실점이었다. 이번에는 상황이 조금 더 긴장감이 높았다. 나성범, 최형우로 이어지는 우승팀 클린업이었다.

한화 김종수.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 김종수.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 김종수(가운데서 맨 왼쪽)가 29일 대전 KIA전을 승리로 이끈 후 팬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 김종수(가운데서 맨 왼쪽)가 29일 대전 KIA전을 승리로 이끈 후 팬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김종수는 "이렇게 타이트한 상황은 너무 오랜만이었다. 그렇다고 타자가 부담스러워 피해 간다는 생각은 한 적 없다. 큰 것만 조심하자고 다짐했다"며 "결과가 좋았지, 과정이 좋았던 투구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하이라이트로도 몇 번 보지 않을 것 같다. 그만큼 야수들이 정말 고마웠다. 사실 불펜 투수에게 병살 두 개는 쉽지 않다. 병살도 어느 정도 타구 스피드가 있어야 하고 야수들이 도와줘야 가능한 것"이라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불굴의 의지라 할 만하다. 여러 차례 수술과 재활을 반복한 끝에 다시 1군 마운드에 오른 김종수의 시계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김종수는 "스스로 포기하지 않길 잘했다고 말하고 싶다. 항상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다'는 말을 속에 담고 살아왔는데 어떤 최악의 상황에서도 이겨낼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앞으로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살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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