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진짜 적당히 하자 승엽아" 분노→다음날 홈런+2루타 대폭발, 롯데 천재타자 마침내 감 찾았다

부산=양정웅 기자 / 입력 : 2025.03.3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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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나승엽이 29일 사직 KT전에서 2회말 1점 홈런을 터트리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롯데 나승엽이 29일 사직 KT전에서 2회말 1점 홈런을 터트리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자신에 대한 분노가 홈런을 만들었다. 롯데 자이언츠의 '천재타자' 나승엽(22)이 팀의 올 시즌 첫 홈런의 주인공이 됐다.

나승엽은 29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5 신한 SOL Bank KBO 리그 정규시즌 홈경기에서 5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첫 타석부터 나승엽의 방망이는 가볍게 돌아갔다. 2회말 1사 후 등장한 그는 KT 선발 윌리엄 쿠에바스와 승부를 펼쳤다. 볼카운트 1-1에서 쿠에바스가 바깥쪽 높은 시속 145km 패스트볼을 던졌고, 나승엽은 이를 결대로 받아쳤다. 좌중간으로 향하던 타구는 끝내 관중석에 꽂혔다. 비거리 130m, 발사각 25도의 타구로, 올 시즌을 앞두고 낮아진 사직구장 담장을 넘어갔다.

이 홈런은 나승엽의 시즌 마수걸이 홈런이었다. 또한 롯데의 시즌 첫 팀 홈런이기도 했다. 2025시즌 롯데는 첫 6경기에서 팀 타율 0.188로 빈타에 허덕였는데,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홈런이 없던 팀이었다. 그 침묵을 깨는 대포를 폭발시켰다.

4회 좌익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났던 나승엽은 다음 타석에서 다시 장타를 신고했다. 6회말 1아웃에 나온 그는 쿠에바스의 바깥쪽 투심 패스트볼을 밀어쳤고, 좌중간에 떨어지는 안타를 터트리며 2루까지 향했다. 정보근의 내야땅볼 때 3루까지 진루한 그는 후속타가 터지지 않아 득점에는 실패했다.


그래도 이날 나승엽은 4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으로 팀 내 유일한 멀티히트 타자가 됐다. 선발 박세웅이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고, 타선이 1-1로 맞서던 5회말 2점을 올리면서 롯데는 3-1로 승리했다. 이로써 롯데는 3연패에서 탈출하며 홈 첫 승을 거뒀다.

롯데 나승엽이 29일 사직 KT전에서 2회말 1점 홈런을 터트리고 있다.
롯데 나승엽이 29일 사직 KT전에서 2회말 1점 홈런을 터트리고 있다.
경기 후 나승엽은 취재진과 만나 "생각보다 (홈런이) 빨리 나와서 다행이다"라며 "계속 안 좋았었는데 이 홈런을 계기로 좋은 컨디션을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소리 지를 뻔했다. 그런 성격이 아니라 지르진 못했지만 그럴 뻔했다"고 웃었다.

홈런 상황에 대해서는 "안 넘어갈 줄 알았다. 요즘 너무 안 좋다보니 '잡히지만 마라'고 했는데 넘어갔더라"고 설명했다. 나승엽은 '올 시즌 낮아진 사직구장의 담장 때문에 넘어갔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건 맞다. 이전 담장이었으면 안 넘어갔을 것이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넘어갈 줄 몰랐다는 그는 "(배)정대 형이 등을 돌리고 있을 때 '넘어갔구나' 했다"고 말했다.

나승엽은 이날 경기 전까지 타율 0.174, 0홈런, OPS 0.425의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 지난해 타율 0.312, 7홈런, 출루율 0.411의 성적으로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 12에 선발됐던 좋은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활로는 뜻밖의 상황에서 뚫렸다. 전날 나승엽은 9회말 2아웃에서 상대 마무리 박영현에게 좌중간 안타를 기록했다. 그는 "어제 마지막 타석에서 너무 화가 나더라. 이전 타석도 그렇고 요즘 계속 그러니까 너무 화가 났다. 그래서 '와, 진짜 적당히 하자 승엽아' 이런 생각으로 들어왔는데, 그때 타이밍이 잡혔다"고 전했다. 이어 "그 전 타이밍이면 그 타석도 맥없이 물러나야 하는데, 그 타석은 진짜 오기가 생겼다"고 했다.

이날 롯데는 타격 부진을 해소하기 위해 전준우와 김민성의 테이블세터를 꾸리는 등 파격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나승엽은 "당연히 메시지가 됐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바뀌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라며 "이렇게 파격적인 걸로 해야 팀이 조금이라도 승리에 가까워지지 않나 생각으로 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 나승엽이 29일 사직 KT전에서 6회말 2루타를 터트리고 2루 베이스에 안착했다.
롯데 나승엽이 29일 사직 KT전에서 6회말 2루타를 터트리고 2루 베이스에 안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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